박근혜 전 대통령의 이른바 ‘비선실세’였던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가 체포 144일 만에 귀국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덴마크에 도피해 있던 정유라씨가 송환 불복 항소심을 포기하고 결국 한국 송환 결정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정유라씨는 덴마크 검찰의 한국 송환 결정에 불복해 항소심을 제시한 상태였다. 그러나 정씨가 항소심을 자진해서 철회한 것은 덴마크 고등법원 재판에서도 한국 송환 판결을 뒤집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결국 더 버틸 여력이 없었던 것이다.

이에 따라 한국과 덴마크 당국이 정씨 송환절차 협의에 들어갔다. 정씨는 관련 법규에 따라 30일 이내에 국내로 송환될 것으로 보인다. 늦어도 6월 하순까지는 귀국한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정부는 송환 절차를 최대한 빨리 서둘러야 할 것이며 검찰도 송환 즉시 신병을 인도해서 관련 혐의를 조사해야 한다. 정씨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의 관계, 삼성과의 뇌물죄 내막 그리고 이대 부정입학과 관련해 내막을 비교적 잘 알고 있는 당사자이다. 따라서 그의 입에서 전혀 새로운 사실이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는 뜻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재판이 두 차례나 열렸지만 이렇다 할 진전이 없어 보인다. 박 전 대통령이 혐의를 완강하게 부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순실씨도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에서 정씨의 귀국은 사실을 다투는 과정에서 적잖은 변수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씨에 대한 조사 없이 사건을 마무리하는 것도 부담이 큰 것이 사실이었다. 그렇다면 이제라도 관련 당사자나 변호인들이 말을 맞추고 사실을 뒤트는 작업이 들어가기 전에 검찰이 먼저 신병을 확보해서 핵심 쟁점에 대한 진술을 빨리 확보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정유라씨를 잠시 챙겼던 케이스포츠재단 노승일 부장은 정씨에 대해 어디서 터질지 모르는 ‘지뢰’ 같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그만큼 검찰이 치밀하게 준비한다면 유익한 진술을 얼마든지 받아낼 수 있다는 뜻으로 봐도 좋을 것이다.

정씨는 온갖 변명에 심지어 인권, 정치적 피해자까지 거론하며 한국으로의 귀국을 거부했다. 그러나 덴마크 당국이 관련 내용을 충분히 인지한 만큼 정씨도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이는 사필귀정이다. 한국 법원도 이미 정씨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한 상태이다. 그렇다면 이제 정씨는 귀국 즉시 검찰의 손으로 넘어갈 것이다. 이런저런 방법으로 버티면서 박영수 특검팀 수사는 피했지만 이제 더 단호해진 검찰이 정씨를 어떻게 다룰지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래저래 신임 윤석렬 서울중앙지검장이 더 든든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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