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병 정치평론가 

 

대선패배 이후 국민의당이 심각한 내홍에 휩싸이고 있다. 어느 당이든 대선 패배의 후유증이 없겠느냐만 현재 벌어지고 있는 국민의당 내부 갈등은 사안이 간단치 않다. 당의 정체성을 흔들고 지난 총선과 대선을 통해 형성된 국민적 지지기반마저 뭉개는 듯한 발언이 심심찮게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은커녕 당원들의 의견마저 공론화 없이 일부 인사들이 마치 당의 주인인 듯 행세하는 모습은 실망을 넘어 참담한 심경이다. 이러고도 ‘새로운 가치’를 말할 수 있으며 ‘안철수의 미래’를 설득할 수 있겠는가.

웬 동교동?

국민의당은 그 탄생부터 우리 정당정치사에 새로운 실험이었다. 한국정치의 가장 큰 병폐 가운데 하나였던 ‘양당 독점체제’를 붕괴시키겠다며 나섰던 사람들이다. 커다란 둥지를 떠나 사막 한 가운데로 들어서는 그 심정을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있었겠는가. 어디 몸을 누일 곳도 마땅치 않았다. 오직 국민만 믿고 그들 속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국민은 바보가 아니었다. 그들을 제3당으로 일으켜 세웠으며 한국정치의 새로운 가능성을 잉태케 했다. 따라서 국민의당은 그 존재만으로도 한국정치의 희망을 품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대선에서 패배했다. 게다가 자유한국당보다 못한 결과는 적잖은 충격이었다. 하지만 이 또한 국민의 선택이다. 그 원인에 대한 치열한 진단 없이는 지금의 위기를 극복할 수 없으며 미래를 열어갈 수도 없다. 국민을 탓할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국민의당은 조용하다. 진단은커녕 당 지도부 구성을 놓고 갑론을박하는 목소리가 요란하다. 게다가 문재인 대통령이 잘하고 있으니 이 참에 민주당과 통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그것도 당의 원로라는 동교동계 고문그룹에서 나온 발언이다. 심지어 특정인을 비대위원장으로 하지 않으면 집단 탈당하겠다는 압박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국민의당을 과거 수십년 전의 구태 정당으로 몰아가는 듯한 이들의 언행은 하루빨리 중단돼야 한다. 대선에 실패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당과 창당의 가치까지 통째로 집권당에 넘기려는 것은 역사의 퇴행이요, 양식있는 정치인들이 할 일이 아니다. 그나마 국민의당을 통해 한국정치의 미래를 꿈꾸는 다수의 지지자들 가슴에 피멍이 들게 하는 일이다. 집권당의 달콤함이 그립다면 스스로 탈당해서 민주당에 입당하면 될 일 아닌가.

지난 대선 결과는 탄핵정국의 연장선에 있다. 다시 말하면 탄핵정국이 갈라놓은 ‘대결정치’의 프레임을 뛰어넘지 못했다. 국민의당과 안철수 전 대표는 그 유탄을 맞은 셈이다. 물론 바른정당도 예외가 아니다. 따라서 대선 패배의 결과가 국민의당 소멸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정상배가 아니라 정치 지도자라면 지금의 아픔을 더 큰 기회로 삼을 수 있어야 한다. 국민의당은 아직 할 일이 많이 남아있다. 아니 이제야 뭔가 할 일을 찾아야 할 때가 아닌가. 그럼에도 더 이상 할 일이 없다고 하는 사람들, 빨리 그들부터 당을 떠나는 것이 그들은 물론 국민의당을 위해서도 좋은 일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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