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

나태주(1945~  )

그냥 좀

앉아 있고 싶다

줄 위에 앉은 
비둘기처럼

그냥 잠시 
쉬었다 가고 싶다

 

[시평] 

사람은 태어나 나이가 들어가면서 참으로 많은 일들을 하며 살아간다. 가족을 돌보아야 하기도 하고, 그래서 직장이라는 곳에 매달려 살아가기도 하고. 또는 이리저리 얽히고설킨 세상살이에 매달려 하루의 영일(寧日)도 없이 살아가는 것이 우리네 인생이다.

이렇듯 정신없이 살아가다가, 어느 날 문득 줄 위에 나란히 앉아 있는, 나란히 앉아 쉬는 듯한 비둘기들을 바라보며, 문득 나도 저 비둘기들 마냥, 잠시 그냥 아무 것도 안하고, 아무 생각도 안하고, 그냥 저렇게 앉아 쉬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드는 때가 있다.

그래 하루도 쉬지 않고, 잠시도 게을리 하지도 않고 인생이라는 길다면 긴 여정을 이렇게 걸어온 ‘삶.’ 오늘 문득 저 비둘기들 마냥, 줄 위에 앉아 아무러한 생각 없이 구구구 대며 서로의 부리를 맞대는 저들 비둘기들 마냥, 오늘 문득 의자에 그냥 좀 앉아, 잠시 살아간다는 그 고단한 여정을 잠시 쉬고 싶어지는 것. 어느 특정인만의 생각은 결코 아닐 것이다.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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