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일 서울 서대문구 감신대 100주년기념관 앞에 세워진 단식농성 천막. 학생들이 기도회를 진행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이환진 총장대행 호소문에 ‘뿔난’ 학생들
“이규학 이사장대행 덕에 감신 정상화?”

[천지일보=차은경 기자] 감신대 학생들이 또다시 단식에 돌입했다. 지난 2015년 학내사태로 교수와 학생들이 단식을 단행한 이후 2년 만이다. 24일 찾은 감신대 100주년기념관 앞에는 천막이 세워져 있고 ‘학생주권을 위한 무기한 단식농성 2일 차’라는 플래카드가 붙어있었다. 이날 이종화 학생이 단식에 돌입했고, 매일 학생들이 릴레이로 단식에 돌입한다.

거듭되는 내홍으로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감리교신학대학교가 이사회와 학생들 간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감신대 학생들은 막말 논란으로 고공 농성과 수업 거부까지 불러온 이규학 이사장직무대행을 다시 자리에 앉힌 것은 용납할 수 없다며 이규학 이사장직무대행의 퇴진을 요구해왔다.

그러자 감신대 이환진 총장직무대행은 23일 ‘학교의 평화를 원합니다. 평화는 선입니다’ 호소문을 내고 “학교 행정의 정상화는 이규학 이사장직무대행과 모든 이사, 동문이 학교를 정상화하려는 노력의 결과”라며 사태 중재에 나섰다.

그러나 치솟는 불길에 기름을 붓는 격이었다. 감신대 학생들은 이규학 대행의 퇴진을 요구하며 단식에 돌입했다. 감신대 대학원생들은 이환진 대행이 발표한 ‘학교의 평화를 원합니다. 평화는 선입니다’ 호소문에 대해 분노를 표출했다.

감신대는 2015년 5월 ‘학내 사태’를 겪었다. 학생들은 당시 이사장이었던 이규학 목사가 특정 교수들에 편파적인 인사를 단행한다며 들고일어났다. 이사장의 막말도 논란이 됐다. 이 이사장은 여성 목사를 향해 ‘원한이 꽉 찼다’ ‘불독 같다’ ‘다 왈왈왈 조심해야 해’ 등 막말을 내뱉어 여성 목회자는 물론 여학생들의 분노를 샀다. 학생들은 수업거부를 결의했고, 강의실을 폐쇄하고 교수와 직원들의 출입을 막았다. 채플 십자가 종탑에 올라 고공 농성을 했다. 그러다 이규학 전 이사장이 사퇴하면서 상황은 일단락되는 듯했다.

▲ 지난 2015년 5월 감신대 채플관 앞에 ‘이사장 사퇴’를 요구하는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DB
▲ 지난 2015년 5월 5일 서울 서대문구 천연동에 위치한 감리교신학대 교내 약 15m 높이의 종탑에서 총여학생 회장 이은재씨가 이사장 퇴진과 학생주권 보장 등을 요구하며 고공농성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DB

그런데 상황은 호전되지 않았다. 2016년 8월 박종천 총장 퇴임과 함께 후임 총장 인선을 놓고 이사들 사이에 주도권 싸움이 벌어지면서 1년 가까이 총장을 선출하지 못하고 파행을 빚었다. 이후 올해 1월 김인환 이사장은 건강상 이유를 대며 사표를 내고 이사장직무대행으로 이규학 전 이사장을 지명하면서 학생들은 크게 분노했다.

감신대 대학원 총학생회, 기독교교육전공학생회, 종교철학전공학생회 등은 최근 학내정상화를위한학생비상대책위원회(학생비대위)를 구성하고 성명을 통해 “2015년 학내 사태의 장본인으로 지목돼 학생들에게 퇴출당했던 이규학 전 이사장이 이사장직무대행이라는 면피를 쓰고 또다시 자리를 꿰찼다”고 비판했다.

학생비대위는 “학생 대표들을 무차별적으로 고소하고 여성 목사를 비하하며 정관 개정으로 학내 권력을 독점하려 했던 그가 창피를 모른 채 다시 돌아온 것”이라며 “그의 재등장에도 아무런 조치 없이 이사회 파행만을 일삼은 이사회의 모든 구성원에게 우리는 크게 분노할 수밖에 없다”고 성토했다.

이어 이규학 이사장직무대행과 함께 이사회 총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냈다. 2015년부터 2017년까지 학내를 안정화하지 못한 이사회는 자격 미달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또 학생비대위는 학내 민주화가 이루어지지 않아 학사 파행이 일어났다고 보고 총장 직선제를 요구하기도 했다.

▲ 감신대에 붙은 ‘이규학은 사퇴하라’ 플래카드. ⓒ천지일보(뉴스천지)

이환진 총장직무대행은 23일 오전 호소문을 내고 이규학 목사가 이사장직무대행을 맡게 되면서 학교 행정이 정상화 됐다고 했다. 그는 “이규학 목사가 이사장직무대행을 맡게 됐고 2017년 5월 16일 재적인원 13명 중 10명의 참석으로 이사회가 개최돼 학교의 모든 현안이 처리돼 이제 학교 행정이 정상화 됐다”고 말했다. 이 대행은 “다음 이사회에서는 총장 선임과 같은 안건들도 처리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규학 대행이 학내 사태의 장본인이라는 학생들의 주장은 맞지 않다고 했다. 이환진 대행은 “사법부와 교육부의 조사결과 문제없다고 한 것을 지금 이 시점에 다시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또다시 학교의 평화를 저해하고 총장선거를 막으려는 불순한 의도라고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또 감신대 학생들이 이규학 대행 퇴진을 요구하며 인천제일교회 앞에서 피켓 시위를 벌인 데 대해 “신학생들이 주일날 교회에서 예배드리는 신도들을 대상으로 학교의 문제에 관한 자신들의 주장을 펼치는 것을 가능하면 삼가 주시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이날 오후 감신대 학생비대위는 기자회견을 열고 “감신 정상화를 위한 300인 서명도 전달하고 4주째 기도회도 열었으나, 학교 정상화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며 사태 원인을 이규학 대행에게로 돌렸다.

이들은 “이규학 대행과 이사회는 학생들의 요구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할 뿐만 아니라, 교회를 찾아가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었던 우리 학생들을 밀쳐내고 겁박하기까지 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학생비대위는 이규학 이사장직무대행과 이사회 전원이 사퇴하고, 새 총장 선출에 학생들도 참여시키라고 촉구하며 단식에 돌입했다.

감리교신학대학 총동문회로 구성된 감신의회복과정상화를위한비상대책위원회(감신비대위)는 이날 성명을 내고 감신이사회에 “6월 2일(금)로 예정된 이사회가 정상적으로 개최돼 총장선출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감신비대위는 “이사 선임을 비롯한 감신의 제반 문제를 현 이사들이 성숙하게 합의를 도출해 학원을 정상화하기를 바란다”며 “감신정상화의 일차적인 책임이 이사들에게 있음을 명심하고, 모든 동문이 예의 주시하고 있음도 잊지 말라”고 당부했다.

▲ 24일 한 행인이 서울 서대문구 감신대 학내 게시판에 게시된 성명서를 읽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다음날인 24일에는 대학원생들이 이환진 대행이 낸 호소문을 비판하고 나섰다. 감신대 제41대총대학원학생회와 대학원비상대책위원회는 24일 ‘그들은 화평을 말하나 그 마음에 악독이 있나이다(시28:3)’라는 성명을 냈다.

대학원생들은 이환진 대행에게 “이규학 이사장직무대행의 일방적인 이사회 통보가 이사회의 갈등을 심화시켰음을 언론이 밝히고 있는데도 그것을 가리켜 정상화를 위한 노력이라고 표현했다”며 “이 일에 학생들이 관심이 없다고 생각해서 아무말대잔치 하시는 것인지 학생들을 조롱하시는 것인지 혼란스럽다”고 힐난했다.

감신대 대학원비상대책위원회·제41대총대학원학생회·총대학원여대의원회도 이날 성명을 내고 “이환진 대행은 위선의 가면을 벗으라”고 비판했다.

대학원생들은 “‘감신이 이규학 대행 덕에 정상화’ 되고 있다고? 이게 지금 감신의 총장대행으로서 할 소리인가”라며 “지난 3년에 걸친 학내사태의 내막을 누구보다 잘 알만한 분이 고작 이규학의 대변인을 자처하고 있음을 목격하는 심정은 참으로 개탄스럽다”고 목소리 높였다.

▲ 감신대 대학원관에 붙은 플래카드들. ⓒ천지일보(뉴스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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