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이야기-고개 편] ④‘대동여지도’ 김정호 살던 서울역 부근 ‘약현’
[옛이야기-고개 편] ④‘대동여지도’ 김정호 살던 서울역 부근 ‘약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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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은 북한산을 진산으로 하고 북악·남산·인왕산·낙산 등 크고 작은 산들로 둘러싸여 있다. 또 산줄기를 뻗어 내리는 지형상 많은 고개도 있었다. 고개는 옛날부터 백성들의 교통로였다. 또 고개마다 다양한 설화도 전해지고 있다. 이와 관련, 조상들의 애환과 삶, 숨결이 전해오고 있는 고개 속에 담긴 이야기를 알아봤다.

 

▲ 지금은 반듯하게 포장된 중림로가 약현고개였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약현’ 약초 재배하던 밭 있어
장안에 약 공급한 데서 유래

약현성당 인근 길거리에는
고산자 김정호 기념비 세워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서울역 고가공원 부근에도 고개가 있는 것을 아는가. 바로 약현(藥峴) 고개다. 서울 중구 만리동 입구에서 충정로 3가로 넘어가는 고개. 고가공원 왼쪽 언덕길로 가는 만리재로와, 서대문으로 넘어가는 길 사이에 충정로 3가로 넘어가는 구불구불한 길이 있는 데 여기가 바로 약현이다. 오늘날에는 반듯하게 포장된 중림로다.

◆인왕산 한줄기인 ‘약현’

약현이라는 이름은 이곳에 약초를 재배하는 밭이 있어 장안에 약을 공급했다고 하여 유래했다. 소설 ‘동의보감’에도 허준이 이 동네에서 환자를 돌봤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과거 이 일대의 한복판을 중동, 위쪽은 약전상동, 아래쪽은 약전하동이라 했고, 가운데를 뚫는 고갯길이 약전현(藥田峴), 혹은 약현이었다.

▲ 약현성당 ⓒ천지일보(뉴스천지)

약현은 인왕산의 한 줄기였다. 서울을 중심으로 한 인문지리서인 ‘동국여지비고’에는 이에 대한 내용이 기록돼 있다. ‘도성의 서산인 인왕산이 서쪽으로 뻗어 나가 추모현이 되고 무악이 되며 거기서 다시 산줄기가 남쪽 약현과 만리현이 되어 용산에 이른다. 다른 한 가닥은 서남쪽으로 뻗어 계당치까지 이른다.’

즉, 약현과 만리재는 인왕산에서 한 뿌리가 서쪽으로 뻗어 생긴 무악의 한 줄기였다. 약현의 대표적인 건축물은 ‘약현성당’이다. 1892년 우리나라에 지어진 최초의 천주교 성당이다. 명동성당보다 6년 빠르다. 천주교는 선조·광해군 때 중국 연경을 오갔던 사신들을 통해 서학(西學)으로 국내에 소개됐다.

이후 신유박해, 병인박해 등이 일어났고, 많은 천주교도가 학살당했다. 이곳에 약현성당이 세워진 건 44인의 순교자가 이 약현에서 내려다보이는 서소문 밖에서 처형당했기에 이곳 터를 택했다고 전해진다.

▲ 김정호가 약현에 살았다는 기록이 담긴 기념비 ⓒ천지일보(뉴스천지)

◆고산자 김정호, 약현에 살다

약현은 조선말 대동여지도를 제작한 고산자(古山子) 김정호(金正浩)가 산 곳이기도 하다. 약현 성당 인근 길거리에는 1991년 세운 기념비가 있다. 기념비에는 ‘고산자 김정호 약현에 살다’라는 말이 기록돼 있다.

반대편에도 글이 적혀 있다. ‘옛날 약현이라고 불리던 여기는 고산자 김정호가 살았던 곳이다. 그는 30년 동안이나 전국을 걸어 다니며 대동여지도와 대동지지를 만들었으니, 이 땅 어느 곳에나 그의 발자국이 찍히지 않은 데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생애에 대한 기록은 물론 어디에도 그 표적을 남겨 둔 곳이 없어 1991년 4월을 김정호의 달로 정하고 여기에 이 작은 돌을 세운다’고 적혀 있다.

▲ 김정호가 약현에 살았다는 기록이 담긴 기념비 ⓒ천지일보(뉴스천지)

◆약현에 얽힌 이야기

약현은 ‘이명래 고약’으로도 유명하다. 이명래 고약은 1906년 프랑스 선교사에게 서양 약학을 배운 고(故) 이명래 선생이 개발한 종기 치료제다. 약현성당 근처에 있던 이명래 진료소는 해방 이후 애오개(현재 종근당 자리)에 자리를 잡았고, 이후 충정로3가로 자리를 옮겼다.

‘약식(藥食)’에 대한 이야기도 전해온다. 옛 이야기에 따르면, 조선시대에 예조참의를 지낸 서고의 아들인 서해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어릴 때부터 성리학을 깊이 연구해 이름이 높았다. 성년이 돼 중매결혼을 하는데, 신부가 앞을 못 보는 장님이었다. 그래도 서해는 부인 이씨를 사랑했다.

서해가 23살의 젊은 나이로 사망하자, 부인 이씨는 어린 것을 데리고 약식장사를 시작한다. 밤과 대추, 잣 등을 넣어 약식을 만드는데, 부인이 살던 약현의 이름을 따서 유과를 ‘약과’, 술을 ‘약주’, 찰밥을 ‘약식’이라고 했다는 것이다.

이처럼 서울역 뒤편이자 고가공원 인근인 약현은 옛 이야기가 흐르는 곳이었다. 고가공원에 오면, 약현의 역사적 흔적도 찾아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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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예림 2017-05-25 10:24:43
이런곳들을 어떻게 잘 알아서... 읽으면서 재밌고 감동도 있고 역사공부한 느낌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