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 등 삼성 임원 5명에 대한 17차 공판이 진행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재판장으로 이동하고 있는 모습 ⓒ천지일보(뉴스천지)DB

특검, CGS보고서 인용 “이 부회장 지배권 강화 의혹”
삼성 “합병 후 주식가치 올라… 보고서 결함 있어” 주장

[천지일보=손성환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공여 혐의 재판’이 삼성물산 합병으로 쟁점이 옮겨가고 있다. 이 부회장 등에 대한 17차 공판에서는 국민연금공단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찬성을 결정하기 일주일 전에 한국기업지배구조원(CGS)이 공단 측에 권고한 ‘합병 반대 권고’ 보고서를 가지고 특검과 변호인단의 공방이 이어졌다.

2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 심리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 등 삼성 임원 5명에 대한 공판에서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CGS가 작성한 ‘국내 상장회사 의안분석 보고서’가 제출됐다. 보고서의 결론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은 이재용 부회장을 유리하게 하고 삼성물산 주주의 권익은 훼손되니 반대해야 한다”는 취지의 내용을 담고 있다.

CGS는 우리나라가 IMF 기금지원을 받았던 시대를 교훈삼아 지난 2002년에 기업지배구조와 사회적책임에 대한 평가와 연구·조사를 수행해 기업의 경영투명성 제고, 책임경영체제 구축을 위해 한국거래소가 설립한 비영리 기관이다.

특검팀은 “CGS는 국민연금공단이 삼성물산 합병에 찬성한 지난 2015년 7월 10일보다 일주일 전인 7월 3일 공단 책임투자팀에 보낸 보고서를 통해 ‘삼성물산 주주 권익이 훼손될 것’이라며 ‘삼성물산 합병에 반대 권고’ 의견을 냈다”고 설명했다.

이날 특검이 제출한 CGS의 보고서에서는 “합병 논의 시점부터 결의까지 한 달이 안 되는 기간 안에 결정이 이뤄져 양사의 주주가치를 충분히 고려한 결정이었는지 의문”이라며 “지배주주의 경영권 승계 관련 고려가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양사의 합병이 이뤄지면 지배주주 일가인 이 부회장이 핵심계열사인 삼성전자의 지분 4.06%(당시 종가기준 7조 6557억원)를 간접적으로 확보하게 돼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더욱 높이게 된다”며 “합병의 목적은 양사의 시너지보다는 경영권 승계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판단한다”는 점을 근거로 내세웠다.

특검은 이 보고서 작성의 책임자인 윤모 팀장에게 “양사가 합병하지 않았다면 이 부회장은 그에 상응하는 삼성전자의 의결권을 확보하기 위해 자신의 돈 7조 6557억원을 추가로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었는가”라고 질문했고 윤 팀장은 “그렇다”고 답했다.

윤 팀장은 “합병의 실제 목적은 이 부회장이 추가 자본을 투입하지 않고도 삼성전자의 지분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봤다”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굳이 합병하지 않아도 협력을 통해 양사가 기대하는 시너지를 낼 수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특검팀은 “삼성물산 합병을 국민연금이 찬성할 경우 손해가 발생한다고 판단한 것이죠”라고 물었고 윤 연구위원은 “그렇다”라고 답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삼성물산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을 봤을 때 조사대상 기간 중 PBR이 가장 낮은 시점에서 합병비율이 결정됐다는 것이다. 또 ‘기업가치/세금·이자지급전이(EV/EBITDA)’를 통해 삼성물산의 자산가치를 고려했을 때 양사에서 제시한 합병비율이 삼성물산의 자산 가치를 충분히 반영하고 있지 못하다고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특검팀은 “삼성물산의 가치는 당시 동종업계 PBR 평균보다 낮았다”면서 “EV/EBITDA에 따라서 추정한 적정 주가는 6만 8393원(비율 1:0.42% 수준)으로 평가했는데 맞는가”라는 질문에 윤 연구위원은 “그렇다”고 답했다. 조금 더 높은 할인율을 적용했는데도 그 정도인데 삼성그룹 측은 이보다 낮은 1:0.35%를 적정한 수준으로 책정하면서 저평가 됐다는 지적이다.

이는 삼성물산 보통주 1%를 보유하는 경우 0.42% 비율에서는 10만여주가 늘어나고 198억원의 증가분이 생긴다는 분석이다. 만약 삼성물산 보통주 10%를 보유한 경우 합병 비율이 0.35%에서 0.42%로 보정이 되면 2000억원의 이익이 발생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삼성 측 변호인단은 “증인은 기업평가를 한 적이 없고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회계 담당자도 이런 평가를 한 경험이 없어 보인다”고 평가하며 반박했다.

변호인단은 “삼성물산 합병에 따른 시너지에 대해서 계열사이기 때문에 협업을 통해서 될 거라고 보고서는 말했는데, 이는 비용 부담이 있는데 합병을 하면 이를 해소하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보고서에서는 합병 비율을 오히려 시가(주식시장가격)이 낮아지는 지점을 선택했는데 보고서 평가가 시가를 우선할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변호인단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 이후 주식 가치가 상승했다고 주장하며 일자별 주식 변화표를 들어 설명했다.

변호인단은 또한 “EV/EBITDA에 대해서 그것도 미래가 아니라 과거만 보고 판단하는 것이 적정한지 의문이다. 프록시팀이 사용한 자료도 내부 자료 실사를 했고 외부 자료만 가지고 평가했다. 또 비지배지분을 반영하지 않은 중대 오류가 있었다”고 반박했다.

이에 변호인단은 결론적으로 “기업지배구조원 프록시팀에서는 사건의 이해 관계는 없겠지만 의안을 분석하는 데 종합적 시각이나 전문성이 부족하고 중대한 결함이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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