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언론인 팀 셔록 기자가 24일 광주시청 5층 브리핑룸에서 미국 기밀문서 연구 결과 설명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신군부, 미국에 거짓 정보 흘려 지지 끌어내”

[천지일보 광주=이미애 기자] 미국 언론인 팀 셔록 기자가 “1980년 5.18당시 전두환 등 신군부가 미국에 터무니없는 거짓 정보를 흘려 미국의 지지를 이끌어 내려 했다는 것을 파악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팀 셔록은 24일 광주시청 5층 브리핑룸에서 미국 기밀문서 연구 결과 설명회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밝히고 “미국은 전두환 등 신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킨 것’까지도 다 알고 있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번 기밀문서 대부분이 알아보기가 어렵게 훼손된 부분이 있어 “발포 시점·발포 명령자에 대한 기록은 잘 알 수 없으며, 누구라고 지목할 수 없다”며 “미국 정부가 전두환 신군부에게 광주의 일을 승인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팀 셔록은 광주시에 5.18관련 기밀문서를 처음으로 공개해 주목을 받았다. 지난 4월 10일부터 광주에 머물면서 자신이 기증한 기밀문서 3500쪽에 대한 해제작업 등을 진행해 왔다.

팀 셔록의 미국 기밀문서 해제 주요내용에는 당시 미국은 반미감정이 발생할 소지가 있다는 등 5.18 진행상황을 손바닥 보듯 훤히 알고 있었지만, 묵인·방조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의 증언에 따르면 미국 군사 정보기관은 특수부대(특전사령부)가 만약 필요한 상황이라면 5월 21일 발포 권한을 가지고 있다는 정보를 미국이 가지고 있었다.

특히 미국 군사 정보기관은 5월 21일부터 22일 사이에 광주상황을 매 시간별로 보고받고 있었다. 그 보고에는 무기탈취와 시민들의 반격, 그리고 시민군의 무기반납 시각까지 포함돼 있었다.

전두환과 군대에서 가장 가까운 동료들은 미국이 훈련을 시켰으며, 미국과 함께 베트남전에서 싸웠다. 외국의 공산주의자들과 싸웠던 그들의 베트남전 경험은 광주시민들을 마치 적국처럼 대하도록 했다.

한국 군부는 미국 군대와 미국 정부에 매우 왜곡된 정보들을 제공했다. 이 모든 정보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1980년 5월 22일 백악관 회의에서 항쟁을 끝내기 위해 군 부대를 사용하도록 결정했다.

팀 셔록은 이에 대해 “이 선택은 1953년에 있었던 한국전쟁 이후 미국의 한국에 대한 최악의 실수 같다”고 자신의 생각을 피력했다.

팀 셔록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미국은 광주항쟁을 진압하지 않고는 이 반란이 전국으로 확산될 것이라고 믿었으며, 광주항쟁은 급진주의자들이 주도하고 있기 때문에 만약 항쟁을 중단시키지 않으면 한국정부의 권력 변화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믿었다”고 기밀문서 해제 결과에 대해 보고했다.

▲ 미국 언론인 팀 셔록 기자가 24일 오후 광주시청 5층 브리핑룸에서 미국 기밀문서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이 문서에 따르면 비록 전두환이 12.12 때 한·미 간 지휘체계를 위반하고 북한과 싸우기 위해 훈련된 특수부대를 한국군 진압을 위해 동원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정부는 광주항쟁을 진압하기 위해 전두환과 쿠데타 지도자들을 지원해야 한다고 믿었다.

또 신군부 세력이 한미연합사 미국 쪽 군사정보통에 제공한 미국 국방부 정보 보고서(1980년 5월 27일 작성)에는 ‘군중들이 쇠파이프, 몽둥이를 들고 각 집을 돌며 시위에 동참하지 않으면 집에 불을 질러버리겠다고 위협하고 폭도들이 초등학생들까지 동원하기 위해 강제로 차에 태워 길거리로 끌고 나왔다’는 대목이 있다.

이 보고서(미국 국방부 정보 보고서)에도 ‘폭도들이 전투 경찰에게 무차별 사격, 격앙된 분위기를 가라앉히려는 시민들에게조차 쏘아댔다. 군중을 향해 쏠 기관총을 설치했다. 군중들이 교도소 공격 등 300명 좌익수가 수감돼 있다. 폭도들이 지하의 공산주의자들에 의해 조종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는 등 실제 상황과는 달리 5.18광주를 마치 공산주의자들의 폭동인 것처럼 몰고 가고 있다.

팀 셔록은 “이것은 신군부가 5.18 당시 시민의 자발적 시위 참여를 공산주의자들의 방식으로 강제동원으로 이뤄졌다고 왜곡하는 사례”라고 분명한 어조로 말했다.

특히 “5월 27일 도청이 진압된 뒤 폭도들 수백명이 무등산 기슭으로 도망가 항전을 준비하고 있다거나 도청 앞 광장에서 폭도들이 인민재판을 열어 사람들을 처형하고 있다며 신군부가 만들어 퍼뜨린 소문이 마치 광주 시위가 공산주의자 또는 북한에 의해 조종되고 있다고 인식하도록 함으로써 ‘미국이 즉각 소탕해야 한다’는 논리를 강화해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시 5.18진실규명에 참여한 연구자는 “팀 셔록의 미국 기밀문서 보고 자료를 통해 미국은 5.18당시의 상황을 잘 알고 있었으며, 이 또한 팀 셔록이 발굴한 5.18에 관한 미국의 진실”이라고 밝혔다.

또한 “5월 21일 미국 국방정보국(DIA)이 작성한 ‘광주 상황’이란 제목의 문서에는 공수여단은 만약 절대적으로 필요하거나 그들의 생명이 위태롭다고 여겨지는 상황이면 발포할 수 있는 권한을 승인받았다고 기록됐다고 했다.

이어 “이는 미국이 1980년 5월 21일 도청 앞 집단발포 명령에 대해 알고 있었음에도 발포를 묵인했음을 입증하고 있는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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