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D-CT 촬영 현장 사진(불상). (제공: 불교문화재연구소)

머리에서 고려시대에 은니로 쓴 불경 나와
현 보물과 동급… “국가지정 문화재급 가치”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사람과 동물의 치료 목적으로 주로 사용되는 3D-CT 촬영을 불상이 받았다. 그 결과 고려시대에 작성된 불교 경전이 발견됐다.

24일 대한불교조계종 실상사(주지 응묵스님)과 (재)불교문화재연구소(소장 제정스님)은 실상사 극락전에 안치되어 있는 건칠불좌상과 보광전에 안치되어 있는 건칠보살입상의 제작기법과 보존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3D-CT 촬영을 실시했고, 그 결과 불상의 머리 안에서 뽕나무로 만든 종이에 은가루로 경전을 쓴 고려시대 상지은니대반야바라밀다경(桑紙銀泥大般若波羅密多經)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불교문화재연구소는 2003년부터 문화재에 대한 비파괴 광학조사를 실시하고 있으며, 2016년에는 남원 실상사의 건칠불상과 건칠보살상에 대해 3D-CT촬영을 실시했다. 3D-CT촬영은 현재 가장 진보적인 비파괴 조사기법이며, 이번 조사는 불상에 대한 국내 최초의 조사 사례다.

실상사에는 현재 조선전기에 조성된 건칠불상과 건칠보상입상이 각 1구씩 전하고 있다. 두 상은 여러 차례 수리와 개금을 거치며 외관이 변형됐고, 보존상태도 확인할 필요가 있어서 3D-CT를 이용한 학술조사를 실시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 건칠불좌상 3D-CT 정면. (제공: 불교문화재연구소)
▲ 건칠불좌상 3D-CT 측면. (제공: 불교문화재연구소)
▲ 3D-CT 촬영 영상 중 건칠불좌상 내부 복장물(경전의 글자). (제공: 불교문화재연구소)

조사 결과 금박층 아래에서 제작 당시의 원형을 확인할 수 있었으며, 두 상이 동일한 양식으로 조성된 삼존불상임이 명확하게 밝혀졌다.

연구소는 개금으로 변형된 불상을 표면의 개금층을 제거하지 않고, 비파괴적이고 과학적인 조사방법을 이용하여 원형을 찾아내었다는 점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라고 설명했다.

또한 조사 도중 건칠불좌상의 머리 안에서 고려시대에 조성된 ‘대반야바라밀다경’ 1첩을 발견했다. 이 불상에 대해서는 2005년도에 X-선 조사를 한 바 있으며, 당시 머리 안에 복장물이 들어 있는 것으로 관찰됐지만, 무엇인지 판단 할 수 없어 의문으로 남아 있었다.

이번 3D-CT 촬영을 통해 접힌 책에 금속성 물질로 쓴 글자들이 겹쳐 있는 것이 관찰돼, 금니 또는 은니로 쓰인 경전일 수도 있다고 추측했다. 또한 접힌 채 오랜 기간 불상 안에 들어있었기 때문에 보존 상태가 염려돼 수습했다.

연구소는 실상사 건칠불상의 불복장에서 수습된 사경이 상지에 은니로 쓴 ‘상지은니대반야바라밀다경(桑紙銀泥大般若波羅密多經)’이며, 전체 600권 중 권제396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발표했다. 특히 이 경전의 권말제 다음에는 이장계(李長桂)와 그의 처 이씨(李氏)가 시주하였다는 기록이 있어 주목을 받았다. 선친의 명복(冥福)과 집안의 재액(災厄)을 물리치기 위해 조성한 고려시대 사경으로 밝혀졌다.

상지에 『대반야경』을 은니로 사경하여 절첩장 형태로 장황한 경전은 현재 국내에는 4점만 남아 있어 희소가치가 매우 크다. 이중 실상사 사경과 가장 유사한 것은 경주 기림사(慶州 祇林寺)의 비로자나불에서 수습한 3첩(권210 秋, 권259 餘, 권561 果)으로 현재 보물(959호)로 지정돼 있다.
 

▲ 3D-CT 촬영 영상 중 접힌 상태의 경전 모습. (제공: 불교문화재연구소)

이번에 발견된 사경은 중앙대학교 문헌정보학과 송일기 교수가 감정했고, 국가지정 문화재급의 가치가 있는 것으로 인정됐다.

문화재 제작기법과 보존방안을 연구할 때 표면의 정보만으로 적절한 해답을 이끌어내기는 어렵기 때문에 최근에는 주로 의료계에서 사용하던 3D-CT를 문화재 조사에 활용하기 시작했다. 3D-CT는 비파괴, 비접촉으로 짧은 시간에 효과적으로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이다. 특히, 수리 또는 복원 작업 이전에 문화재의 원형과 보존상태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수리 범위나 복원 기준을 명확하게 세워 작업을 진행할 수 있으며, 문화재의 원형 훼손을 방지할 수 있다. 이번 3D-CT 촬영은 포항 성모병원의 협조로 진행됐다.

불교문화재연구소는 조사를 통해 획득한 자료를 바탕으로 실상사 건칠불상에 대한 연구보고서를 곧 발표할 예정이다. 연구소는 “이 보고서는 아직까지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고 있는 건칠불상의 제작기법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리라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 상지은니대반야바라밀다경. (제공: 불교문화재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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