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지 2주째를 맞고 있다. 그 어느 정부보다 국민들은 만족해하는 모습이다. 심지어 반대했던 국민들도 반대만 할 수 없도록 잘 해 나가고 있다. 또 앞으로도 잘 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국민들이 대다수다. 대선 투표로나 현재 국정운영의 지지도나 국민들로부터 받고 있는 신뢰도는 그 어느 나라에서도 쉽게 찾아보기 힘든 수치다.

주변국들과 비교해 본다면 대한민국 국민의 민주의식이 보여주는 성숙도는 참으로 괄목할 만하다. 국정농단으로 이어진 대통령 탄핵 등 풍전등화와 같았던 난국을 슬기롭게 이겨내고 민주적으로 새로운 대통령을 세우고 빠른 속도로 안정을 되찾아가는 모습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이것이 대한민국 국민의 저력이며, 저력 있는 국민이 신뢰하는 대통령이야말로 그 자체가 힘이다. 미국의 트럼프도 탄핵의 도마 위에서 좌불안석(坐不安席)이며, 중국의 시진핑 역시 불안하게 권좌를 유지하며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힘이 아닌 권력에 의지해 강압통치를 이어가면서도 권력 연장을 꾀하고 있으며, 일본의 아베 총리 역시 국민의 신뢰보다 외세에 의존하며 연명해 나가고 있는 실정이다. 뿐만 아니라 러시아의 푸틴 역시 국민들의 저항에 직면한 채 외교와 군사적 상황으로 아슬아슬하게 현실을 모면해 나가고 있는 실정이다. 북한과 주변국 나아가 세계가 대한민국과 대한민국 국민이 신뢰하는 대통령을 두려워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무력보다 더 강한 힘은 바로 국민으로부터 얻는 신뢰의 힘이다. 이 힘이야말로 다원화 된 국제사회의 외교 협상에서 중요한 카드가 될 수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본다면 미국 중국 일본 등 주변국들과 외교적 경제적 군사적 역사적 사안으로 맞게 될 각종 협상에서 이미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다고 봐야 한다.

이제 중요한 것은 현재의 신뢰가 얼마나 지속될 것인가가 관건이다. 과거 이명박 정부나 박근혜 정부도 정권 초기에는 대단한 신뢰를 얻으며 출발했다는 점이다. 하지만 실패한 정권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바로 과거 정부 지우기에서부터 시작된 것이라는 중요한 사실을 발견해야 한다. 임기 내 치적완료라는 환상과 욕심에 사로잡혀 국민들로부터 얻은 천금 같은 신뢰를 헌신짝 버리듯 저버리고 말았으니 곧 배신이었으며, 어찌 보면 대통령 단임제의 폐단이라고도 볼 수 있으며, 개헌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것이 오늘 국민들의 환호와 함께 시작한 문재인 정부가 끝까지 새겨야 할 교훈이라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우려되는 것은 지나칠 정도로 빠르다는 것이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 했듯이, 이 같은 현상은 ‘임기 내’라는 강박관념에서 비롯된 것이며, ‘과거 청산’이라는 교만과 자기 우월주의, 보복성 등 여러 가지 요인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 수 있다. 새 정부 출범이 며칠이 지났다고 벌써 취임과 동시에 천명한 ‘소통과 통합’이라는 거대한 공약은 옛 얘기처럼 느껴질까. 과거 정부의 정책과 치적을 지운다는 것은 나의 정책과 치적도 차기 정부에 의해 지워진다는 얘기며, 이 같은 악순환의 굴레에 애매한 국민들의 허리만 휘어진다는 점을 왜 모른단 말인가. 대한민국은 대한민국 국민의 나라며, 국민이 곧 하늘인 줄 모른단 말인가. 일부 새 기득권자와 위정자들의 나라가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일시적인 국민들의 인기를 등에 업고 자신들의 세계를 만들어가서는 안 된다는 점도 유념해야 할 대목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8주기를 앞두고 업무지시로 내린 ‘4대강 재조사’, 우연의 일치인지는 모르겠지만 8주기 추모행사와 수갑을 찬 채 법정 출두하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모습은 국민들 보기에 그리 좋아 보이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왜 같은 날 한쪽에서는 웃고 한쪽에서는 울어야 하는 ‘영광과 치욕’이 교차하는 날로 국민들의 가슴에 기억되게 해야 하는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나를 반대하는 국민 한 사람 한 사람도 소중히 여기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한 약속은 어디로 가고, 소통과 통합이라는 거대한 물결 앞에 왜 또다시 두 가지 국민으로 가르며 어느 편에 서기를 유도하는지 참으로 알 수 없다. 소통과 통합이라는 웃음 띤 얼굴 뒤에 날카로운 비수를 품고 있는 것은 아닌지 국민들은 혼란스럽기 그지없다. 진정 ‘자기들만의 소통’이며 ‘자기들만의 통합’이며 ‘자기들만의 축제’가 돼선 안 된다는 사실을 절박한 마음으로 지적하고 싶다. 이 시대는 말로만이 아니라 모두의 대통령, 나를 반대하는 사람들까지도 설득하고 품을 수 있는 큰 그릇의 지도자가 절실히 요구되는 때다.

우리가 모르고 있고 잊고 있는 게 있다. 오늘날 소말리아보다도 더 참혹한 현실, 즉, 동족상잔의 비극으로 잿더미가 되었던 나라에서 필요했던 것은 뭐였을까. 입에 풀칠하는 것이었다. 살아나야 사람같이 사는 제도도 세상도 필요한 것이다. 무엇보다 경제성장이 절실했고, 먹고 살만하고 배부르니 그 다음에는 민주화의 눈도 뜰 수 있었으니 순리요 이치다. 그러한 역사의 과정 속에서 ‘비정상이 정상’이라는 말처럼 온전한 것이 뭐가 있었겠는가. 잘못된 역사도 역사인 이유인 것이다. 다만 오늘에 와서는 지난날을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고 더 이상 잘못이 되풀이 돼선 안된다. 왜, 지난 과거를 통해 배우고 알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젠 모든 것을 용서하고 이해하고 잘못된 것이 있다면 의견을 모아 고치고 새롭게 출발하면 되는 것이다. 이것이 이 시대 지도자가 담당하고 감당해야 할 덕목이며, 진정한 소통과 통합의 리더십일 것이다. 청산과 보복은 또 다른 청산과 보복이 기다리고 있다는 진리를 겸허히 받아들이는 지혜 있는 새 대통령과 정부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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