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윤 소설가

 

한나라 경제가 태자인 시절부터 가령인 조착은 오나라 왕 유비를 헐뜯었다. 그가 반란을 꾀하고 있으니 당장 조처 않으면 환란을 당할 것이라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말했다.

경제 3년(기원전 154) 겨울에 초왕이 조정에 들어왔다.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조착은 경제에게 건의했다.

“초왕 무는 지난해 박 태후의 상중임에도 불구하고 숙소에서 남몰래 간음했습니다. 부디 그를 죽이시기 바랍니다.”

경제는 초왕의 죄를 물어 동해군을 빼앗았다. 경제가 즉위하기 2년 전에는 조왕의 죄를 물어서 하간군을 빼앗았고, 교사왕 양은 작위 매매에 부정행위가 있었다고 하여 6개 현을 빼앗았다.

그렇게 되자 오왕 비는 자신에 대한 벌이 영지 삭감 정도로 끝나지 않을 거라 예상하고 내친김에 천하를 빼앗아 버리려고 생각을 굳혔다. 그러나 제후들을 살펴보아도 자신과 더불어 배포 있게 대사를 일으킬 사람은 없었다. 그 가운데서 오직 교서왕이 패기 있는 사람으로 꼭 자기 사람으로 만들려고 중대부 응고를 교서왕에게 보냈다. 비밀을 지키기 위해서는 문서는 보내지 않고 모든 것을 입으로 전하게 했다.

교서왕을 만난 응고가 말했다.

“저희 왕께서는 수년 전부터 걱정거리가 있으십니다. 여지껏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지만 교서왕께만은 꼭 전하고 오라는 명령을 받고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무슨 일인데 그런가?”

“요즈음 황제께서는 간신들에게 둘러싸여 곧잘 그들이 남을 헐뜯는 말을 곧이들으시곤 합니다. 법률을 제멋대로 변경하시고 제후들의 영지를 줄이시고 세금은 가혹하여 게다가 횡포가 나날이 늘어나기만 합니다.

오나라도 교서국과 대제후국입니다만 아무리 대국이라 할지라도 일단 심문을 받게 되면 무사히 넘기지는 못할 것입니다. 그런데 저희 오왕에게는 병이 있어 이십여년간 조정에 나아가지도 못했습니다. 그 때문에 공연한 의심을 받은 결과 자신의 결백을 증명할 길이 없어 고민해 왔습니다. 아직도 허리를 펴지 못한 채 근신하고 있습니다만 도저히 용서가 될 것 같지가 않습니다.

듣건대 대왕께서도 벼슬을 매매한 사건으로 문책을 받으셨다니 그 정도의 일이 영지 삭감의 죄에 해당하겠습니까? 이렇게 나가다간 영지 삭감 정도로 끝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옳은 말이로다. 그래서?”

교서왕은 무릎을 두들기며 맞장구를 쳤다.

“같은 처지에 있는 자는 서로 돕고 서로 구하며 같은 이익으로 통하는 자는 서로를 위해 목숨을 건다고 합니다. 저희 오왕은 대왕께서 같은 뜻을 품고 계시다고 믿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하늘의 법에 따라 함께 몸을 던져서 천하의 액을 제지하고 싶어 하십니다.”

교서왕은 놀라 눈이 휘둥그레지면서 말했다.

“반역이라니, 나는 생각지도 못 할 일이오. 경제가 어떤 벌을 내리시건 나는 달게 받을 수밖에 방법이 없소.”

교서왕은 마른침을 삼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응고는 다시 설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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