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봉 대중문화평론가

제70회 칸 국제영화제가 개막했다. 배우 이소아의 단편영화 ‘김감독’이 비경쟁 단편영화부문에 초청됐다. 올해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는 봉준호 감독의 ‘옥자’, 홍상수 감독의 ‘그 후’가 진출했고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는 ‘악녀’ ‘불한당’이, 스페셜 스크리닝 부문에는 홍상수 감독의 ‘클리어의 카메라’가 진출했다. 비경쟁 단편영화 부문에는 ‘김감독’ 외 ‘인터뷰-사죄의 날’ ‘백천’ ‘아리’, 한일합작영화 ‘모던 러브’가 초청됐다.

하지만 언론에서는 비경쟁 단편영화에 대한 조명보다는 유명 감독의 작품이나 불한당 같은 상업영화에 대해 조명하기 바쁘다. 적은 예산이지만 관객들에게 큰 울림과 공감하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단편영화에 대한 스포트라이트는 너무나 미비하고 관심 밖이다. 이 상황에 대한 커다란 책임은 언론에게 있다. 상영 한달 전부터 영화 홍보대행사들이 집중적으로 배포하는 보도자료에 혈안이 돼 너도나도 스타의 이미지와 상업영화 보도에 바쁘다.

아무리 플롯이 잘 짜여 있고 스토리가 좋아도 몇천만원의 예산과 무명 배우들을 활용한 단편영화들은 관객들의 뇌리 속에 금방 사라지거나 접해볼 기회조차 없는 게 현실이다. 그나마 연중행사로 간간히 진행되는 단편영화제는 영화에 대한 애정을 가진 관객들에게 힘이 되어주고 있다.

제16회 미쟝센 단편영화제의 경쟁부문 본선 진출작 70편이 발표됐다. 1163편의 출품작이 모집됐던 경쟁부문에서 70편의 본선 진출작들은 상상력과 새로운 감각으로 무장, 돈 냄새가 덜한 스토리와 우리의 일상에 목말랐던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예정이다. 특히 이번 미쟝센 단편영화제는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다양한 상상력과 새로운 장르의 시도로 전문 영화인을 꿈꾸는 이들에게 큰 자극제가 될 것이다.

몇 년 전 개봉한 영화 ‘노리개’와 ‘공정사회’는 장자연 사건, 아동 성범죄 사건을 모티브로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 현 사회의 모순된 단면을 적나라하게 묘사했다. 두 영화 모두 극단적 설정으로 영화가 내세우는 메시지를 다소 희석시키는 부분도 있었지만, 투자배급사의 눈치를 보며 관객의 입맛에만 따라가려는 상업영화들의 진부함보다 빛을 발하며 관객들의 뇌리에 오랫동안 박혀있다. 두 영화는 오프닝부터 엔딩까지 사회에서 일어났던 진지한 접근을 통해 사회 부조리, 기득권, 권력체계를 비판하며 약자의 시각에서 그림을 그려냈다.

영화 공정사회는 딸의 성폭행범을 직접 찾아낸 엄마의 실제 이야기를 모티브로 한다. 이 영화는 우리 사회의 부정부패, 갑과 을의 관계, 이기주의, 아줌마라고 무시당하는 사회적 편견을 무거운 주제로 담고 있다. 5000만원의 제작비와 9회차 촬영으로 완성된 이 영화는 수직계열화 현상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독립 저예산 영화들의 현실에 용기를 불어넣어 줬다. 상업영화가 판치고 대기업이 장악한 극장환경에서 저예산과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으로 힘겹게 관객들에게 어필하기도 했다.

영화 노리개 역시 고질적 병폐라고 일컫는 ‘성접대’ 이슈를 다루면서 권력 앞에 마냥 무너지는 약자의 현실과 사회 부조리를 적나라하게 고발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섰다고 서민, 사회적 약자, 갑과 을의 적대적 관계가 청산되지는 않는다. 이미 한국은 ‘갑을 공화국’이며 기득권층이 판치는 세상이 돼버렸다. 이러한 사회적 문제들을 리얼하게 다뤄야 할 매체가 바로 영화다. 비록 작은 영화들이라지만, 사회적 이슈와 병폐를 비꼬는 양극화 현상, 다양한 창조적인 아이디어와 도전으로 공감대를 형성하고, 무거운 주제 속에 관객들이 좋아할 만한 코미디, 유머, 휴머니즘을 적절히 배합해 많은 이들이 관람할 수 있는 스토리를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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