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종대 대양휴머니티칼리지 이상헌 교수. ⓒ천지일보(뉴스천지)


세종대 대양휴머니티칼리지 이상헌 교수

“궁극적인 질문 ‘인간은 왜 사는가’에 답 해줄 수 있어야
기술발달이 인간에게 주는 ‘혜택’ 분배에도 관심 가져야”

[천지일보=강수경 기자]“4차 산업혁명시대가 되면 당장 인공지능의 문제가 나오는데, 인공지능이 전문직 직업들에까지 들어가면 기존 직업이 많이 줄어들 것이다. 그러면서도 생산성은 엄청 늘어나게 된다. 종교계는 불어난 생산물에 대한 분배 문제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종교와 과학은 어울리지 않는다는 시각이 크다. 그러나 기술의 발달로 인간이 어떠한 삶을 누리게 될 것인가에 관심이 커지면서, 종교와 과학이 어떠한 관계를 갖게 될 것인지 조심스레 질문을 던져보는 학자가 생기고 있다. 본지는 ‘첨단과학’과 불교, 나아가 종교를 접목시키는 색다른 길을 걷고 있는 세종대학교 대양휴머니티칼리지 이상헌 교수를 만나봤다. 그는 최근 자신이 불교 전문지에 기고한 글을 엮어 ‘철학자의 눈으로 본 첨단과학과 불교’를 발간했다.

▲ 세종대 대양휴머니티칼리지 이상헌 교수. ⓒ천지일보(뉴스천지)

서양철학을 전공한 그는 첨단 과학기술에 관심이 많았다. 나노, 생명공학, 합성생물, 신경공학, 인공지능 등 자연을 연구하는 대상이 아닌 만들어내는 대상으로 보고 있는 현대 첨단과학이다. 그리고 이 과학기술이 인간에게 던지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고자 여러 철학들을 연구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자신의 전공인 기독교를 바탕으로 한 서양철학을 기술이 주는 질문과 관련해 연구를 했다. 답을 찾지 못해 한계를 느끼기 시작했고, 이 교수는 이리저리 기웃거리다가 불교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불교는 독특한 사고방식을 갖고 있다. 서양적인 사고방식은 자아중심적이고 주체적인 사상을 강조해 상당히 인간중심적이다. 그러나 불교는 자아라는 실체를 인정하지 않아서 인간과 생명에 대해서 훨씬 더 개방적인 것 같다. 이러한 면에서는 불교가 과학 기술을 수용하기에 더 포용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같은 주제를 놓고 과학기술과 종교가 바라보는 시각은 어느 정도나 차이가 날까. 이 교수는 종교가 강조하는 ‘영생’이 과학기술의 ‘생명연장’과 비슷하지만 배경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종교는 영원한 생명을 이야기하는데, 일부에서는 사람이 죽음에 대한 공포 때문에 종교를 찾는다고 주장한다. 종교가 죽음에 대한 공포를 덜어준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기술은 이유가 좀 다르다. 서양의 신화 등을 보면 영생을 찾는 이야기가 종종 등장한다. 수메르, 이집트, 진시황등 인간의 영생을 향한 욕망이다. 곧 인간의 욕망을 충족시키는 수단이 기술이 된다는 것이다. 과학은 ‘호기심’이라는 점도 있지만 이게 주를 이루지는 않는다.”

▲ 세종대 대양휴머니티칼리지 이상헌 교수. ⓒ천지일보(뉴스천지)

또 세포배양 문제로 제기하는 생명윤리적인 문제에 대해서도 견해를 밝혔다. 이 교수는 세포배양 기술로 배양된 단백질로 만들어진 고기를 ‘불살생’을 지키는 스님들이 먹어도 되느냐는 질문에 “환원적인 사고”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배양된 세포를 모은다고 동물이 되는 것은 아니다. 동물은 세포들이 모인 것 이상의 것이 들어 있다”며 “세포들을 완전한 생명이라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사고방식이라면 현재 동물 체액을 배양해 만든 호르몬제 같은 약도 복용을 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반론했다.

이 교수는 신의 영역까지 침범하려 한다는 종교계의 비판을 받는 과학기술과 종교가 공존할 수 있는 방법도 제안했다.

“인공지능 등 첨단과학기술이 발전하면 인간은 더 여유로워진다. 여가시간이 늘어나면 여가시간에 인간다운 삶을 위해 할 일이 있을 것이 아닌가. 그 부분에서 종교가 할 일이 있을 것 같다. 사람들이 날마다 유흥이나 하고 있지는 않을 것이 아닌가. 당장은 안 할 것이라고 생각이 들지만, 인간은 ‘사람다운 삶이 어떤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할 것이다. 그러면 다시 ‘왜 사는가’라는 궁극적인 질문이 들어오게 된다. ‘사는 게 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야 삶이 가치 있어지지 않을까. 종교가 답을 줄 수 있지 않을까.”

▲ 세종대 대양휴머니티칼리지 이상헌 교수. ⓒ천지일보(뉴스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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