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출범 후 신(新)정부 인사가 주축이 된 내각이 아직 구성되지 않았지만 안보문제를 포함한 현안들이 순조롭게 진척되고 있다. 어느 정부든 출범 초기에는 국민 기대치에 따른 집권 의지가 높은 만큼 활발한 정책들이 쏟아지게 마련이지만 문재인 정부와 박근혜 정부 출범 초기에 나타나고 있는 국민소통이나 정치권 협력 양상은 확연히 다르다. 개헌 문제만 봐도 양 정부의 대처는 판이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출범 초기에 개헌 논의는 블랙홀로 빠져들게 할 수 있다며 금기로 삼았지만 문 대통령은 정치권을 향해 개헌의 필요성을 먼저 끄집어냈다.

새 정부가 조치해야 할 국내외적 당면 현안들이 많긴 하지만 우리 입장에서도 현실정치에 합당하며, 또 생산적이고 미래지향적 헌법제도의 틀을 갖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간에 나타난 현행헌법상 문제점이나 정치 환경을 해악하게 만들 요소가 내재돼왔던 부문들에 대한 제도개선은 빠를수록 좋을 것이다. 그런 이유로 국회 등 일부단체에서는 현행헌법상 여러 문제점에 대한 개선을 위해 개헌을 추진해왔지만 최고 권력자에게 막혀 결실을 맺지 못했던 것이다.

이제 개헌 물꼬가 트였다. 지난 19일 문재인 대통령이 여야 5당 원내대표와의 회담 자리에서 “2018년 6월 지방선거에서 개헌이 처리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언급했다. 사실 야당의 전략적 무기나 다름없었던 개헌 카드가 새 정부 출범 초기에, 그것도 대통령으로부터 먼저 재론된 것은 시사하는 바 크다. 개헌 문제는 블랙홀이 아니라 대한민국을 위한 더 큰 밑그림을 그려나갈 수 있다는 점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물론 당장은 개헌 이슈보다 안보 지키기와 민생이 먼저이겠지만 문재인 정부가 개헌 문제를 끄집어 낸 것은 국정 운영에 대한 자신감으로 보인다.

국회에서도 헌법개정특별위원회가 구성돼 활동해왔다. 헌법의 권력구조 등 세세한 내용에 대한 진척이 있었고, 대선 전까지는 민주당을 제외한 원내교섭단체가 어느 정도 합의를 이룬 상태에 있다. 문 대통령이 내년 6월 지방선거 때라는 개헌 처리 시한까지 제시했으니 앞으로 1년 정도 남았다. 밑그림이 그려진 개헌 문제만큼은 정치권과 정부가 주도권 싸움에 매몰되기보다는 국민과 국가를 위해 협력이 절대 필요하다. 남은 기간 동안 국회 개헌특위에서 개헌안을 마련해 정부와 충분히 협의한 후에 국민 홍보를 거쳐 후대에까지 이어질 튼튼한 헌법제도가 마련돼야겠다. 개헌은 블랙홀이 아니라 더 좋은 나라를 여는 구심체요, 마중물인 것이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