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초기 행보에 대체로 긍정적 평가가 내려지고 있다. 불통과 권위주의로 점철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염두에 둔 듯 스스로 낮추고 소통에 힘쓰는 행보는 상당히 인상적이고 바람직해 보인다. 그러나 많은 대통령이 정권 초기에 잠시 박수 받고, 떠날 때는 비난을 받았기에 혹여 그런 상황이 반복될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군사정권을 끝내고 취임한 김영삼 전 대통령은 작은 정부를 내세워 박수 받았지만 IMF라는 최대 경제 위기를 남기고 떠났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자원외교를 표방했지만 근거 없는 곳에 혈세를 쏟아 부었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고, 종교차별행정으로 분열을 초래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취임 초기에 괄목할 만한 외교성과를 보여 지지 받았지만 초유의 국정농단 사태를 초래하고 탄핵 당했다.

다행히 난국(亂國)에 취임한 문 대통령이 그간 많은 것을 준비해왔음을 보여주면서 국민의 기대감은 상승하고 있다. 그러나 지시 1, 2, 3호와 같은 대통령의 업무지시는 무소불위(無所不爲) 권력의 방증이자 일방통행식 지시 행태여서 계속되면 부작용의 우려가 있다. 또 ‘비정규직 제로’와 같은 합의되지 않은 공약도 또 다른 분열을 일으키지는 않을까 노파심이 인다. 무엇보다 혹여 대통령이 인기에 연연해 다수의 목소리, 기득권의 목소리, 보편적인 목소리만 듣고 판단한다면 분명 소수, 약자, 소외층이 억울함을 당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어떤 상황에서도 헌법의 가치를 최우선에 두고 상충되는 목소리를 모두 듣고 합리적인 치리를 하도록 대통령뿐 아니라 보좌진도 노력해야 한다.

신임 정부 앞에는 사드(THAAD)배치, 미중일 외교, 한미 FTA, 위안부 합의 재협상 등을 비롯해 일자리창출 등 대내외적으로 난제(難題)가 산적하다. 국가적 난제들에 대해 최근 문 대통령이 제안해 실무협의에 착수한 여·야·정 국정 상설협의체와 새롭게 인선한 청와대 참모진과 경제인사 등이 함께 머리를 맞대 합리적이고 미래지향적인 결과를 내주길 온 국민이 바라고 있다. 문 대통령이 임기 내내 박수 받는 건 불가능하겠지만 헌법질서를 지키며 끝까지 잘 치리해 여러 우려가 그저 기우였음을 입증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젠 임기 초기 때 잠깐 박수 받는 대통령이 아닌 떠날 때 박수 받는 그런 대통령을 정말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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