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환출자 해소 위해 지주회사 전환 가능성 높아

[천지일보=손성환 기자]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으로 그동안 재벌개혁에 앞장서온 김상조 한성대 교수가 내정되면서 현대자동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배구조 개편에 대해 부인하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정의선 부회장의 승계 문제까지 고려해 순환출자 해소 방안이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0일 재계 등에 따르면 김상조 공정위원장 후보자는 지난 18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 위치한 공정거래조정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순환출자가 재벌그룹 총수일가의 지배권을 유지하고 승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그룹은 현재 현대차그룹 하나만 남았다”고 말했다.

이어 김 내정자는 “기존 순환출자가 가공자본을 창출한다는 문제의식이 바뀐 것은 아니다”라며 “점진적으로 해소하는 노력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현대차그룹 계열사들인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의 주가는 일제히 크게 상승하기도 했다. 현대차 등이 부인했음에도 지배구조 개편으로 인한 기대감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공시 자료 등에 올라온 자료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는 현재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의 순환출자로 연결돼 있다. 현대모비스는 현대차 지분 20.78%를 보유했고 현대차는 기아차의 지분 33.88%를 갖고 있다. 이어 기아차는 현대모비스의 지분 16.88%를 보유한 고리를 형성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이러한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면서 그룹 지배력을 유지하는 3가지 시나리오를 전망하고 있다. 기아차가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 16.88%를 처분하고 오너 일가 등 대주주가 다시 사들이는 방법이 나온다. 이렇게 되면 오너 일가→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로 지배구조 단순화가 이뤄져 오너 일가의 지배력이 강화된다는 분석이다.

다만 지분 매입비용이 4조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부담이 크다. 이에 지주회사 설립 대안이 떠올랐다. 현대모비스를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인적분할을 하고 기아차가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을 오너 일가가 사들이며 현대모비스 사업회사는 지주사가 매입하는 것.

이에 현대차그룹 지배구조는 오너 일가→현대모비스 지주사→현대모비스 사업회사→현대차→기아차로 바뀔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기아차가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 매입비용은 약 1조 2000억원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현대모비스와 현대·기아차를 각각 계열사 지분 보유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분할하고 계열사 지분 보유 투자회사를 합병해 지주사를 설립하는 것이다. 또 현대글로비스와 지주사를 합병하거나 오너 일가가 보유한 현대글로비스 지분 29.99%를 지주사에 현물로 출자해 지배권을 강화하는 방법 등이 나오고 있다.

▲ 현대자동차그룹 양재동 본사 모습 ⓒ천지일보(뉴스천지)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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