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찬수 목사가 주일 오전 교회 강대상에서가 아니라 금강정사에서 불자들을 향해 강설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이찬수 목사 “믿음도 깨달음도 준비된 사람에게 오는 것”

[뉴스천지=백은영 기자] 한 목사가 주일 오전 교회 강대상 앞에 서지 않고 불상 앞에 서서 불자들을 향해 말씀을 선포했다. 기독교인이 보기에도 불자들이 보기에도 결코 평범한 모습은 아니다.

광명에 위치한 금강정사(주지 원명스님)는 25일 오전 이찬수(종교문화연구원장, 길벗예수교회) 목사를 초청해 일요선지식법회를 열었다.

이찬수 목사는 강남대 교수로 재직 중 종교화합과 소통의 의미로 한 TV프로그램에 출연해 불상 앞에 절했다는 이유로 해고당한 후 ‘종교 간 소통과 이해’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인물 중 하나가 됐다.

이날 불자들 앞에서 ‘믿음과 깨달음’을 주제로 한 강설에서 이 목사는 “사찰문화에 대해 익숙하지 않을 뿐 대학원에서 불교에 관한 석·박사 논문을 써서 종교로서의 불교는 익숙하다”고 입을 열었다.

이 목사는 “고 김수환 추기경이 가톨릭 용어로 선종하시면서 ‘사랑하세요’라고 말씀하신 것이 계속 회자되고 있다”면서 “사실상 ‘사랑’은 상태를 표현하는 것으로 ‘사랑하라’고 요청할 수는 없는 것이다. 사랑하라고 해서 갑자기 상대를 사랑할 수 없는 것 같이 ‘믿음’도 ‘깨달음’도 요청한다고 해서 급작스럽게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믿음은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게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생길 만한 사람에게만 생긴다”라며 “믿음은 기독교 용어로 ‘은총’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목사는 “믿음과 깨달음은 어느 순간 갑자기 생기는 것이 아니라 준비된 사람에게 어느 순간 연이 닿아서 생기는 것”이라며 “저 또한 어린 시절부터 기독교 문화 안에 살아오면서 오랜 준비과정을 거쳐 고등학교 때 와서 비로소 예수님을 구세주로 영접하게 됐다”며 “알게 모르게 준비된 사람에게 믿음도 깨달음도 생기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불교에서 ‘대번에 깨닫는다’고 말하지만 사실상 그렇게 깨달을 수 있을 사람만 적절한 때 깨닫게 된다”며 “겉으로는 대번에 깨닫게 된 것 같지만 그에게는 이미 그렇게 깨달을 수 있는 토양이 준비되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 목사는 “종교철학자 틸리히는 종교를 ‘궁극적으로 관심을 기울이는 상태’라고 말했다”며 “이는 우리가 물질이나 명예에 기울이는 관심 그 이상이며, 심지어는 부모가 자식에게 기울이는 관심도 넘어선다. 즉, 더 이상은 기울이려야 기울일 수 없을 만큼 깊이 있는 관심”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궁극적 관심’이란 무엇인가. 이 목사는 “이 역시 지독한 노력으로부터 비롯되는 것으로 적어도 관심을 기울일 만한 바탕과 능력이 자신 안에 들어있고 이런 저런 경험들을 통해 그 능력을 구체적으로 발휘하면서 그 정도 깊이의 세계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 ‘신앙’”이라고 전했다.

또한 “‘생각이 나야’ 생각할 수 있듯이, 저도 모르게 ‘사랑에 빠지고서야’ 사랑한다 말할 수 있듯이 적절한 순간에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되도록 내면에서 솟구쳐 올라오는 그것이 바로 용기이고 신앙이고 믿음”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마디로 신앙도 믿음도 깨달음도 준비된 사람에게 생기는 것이니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날 이 목사의 강설을 준비한 대한불교조계종 금강정사 원명주지스님은 “사람들이 저마다 좋아하는 색, 좋아하는 옷이 따로 있을 뿐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갈등의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며 “한국사회에 만연한 종교 갈등도 이러한 측면에서 생각했으면 좋겠다는 의미에서 이번 강설을 준비하게 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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