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남 신안군 흑산면의 오리마을에 만들어진 양심가게(전빵) (제공: 신안군)

생필품 마련 위해 흑산도까지 배로 이동
흑산면 오리마을 청년회 양심가게 세워
어르신들 “편리하고 소통도 더 잘 돼”

[천지일보 신안=김미정 기자] 전남 신안군 흑산면의 외딴 섬인 오리마을에 양심가게가 생겨 주민과 관광객들에게 호응을 받고 있다.

19일 신안군에 따르면 신안군 흑산면의 외딴 도서 중 하나인 오리(구명칭 오정리) 마을에는 70여명의 가구에 120여명이 살고 있다.

다른 농촌지역과 마찬가지로 이 마을의 고민 중 하나는 주민들의 70% 이상이 노인층에 속해 힘든 어촌 일을 할 수가 없어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운 것이다. 그러나 더 힘든 것은 삶에 필요한 각종 생필품을 마련하는 일이었다.

오리마을에는 별다른 가게가 없어 생필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흑산도로 20여분 배를 타고 나가 생필품을 구해야 했다.

거동이 힘든 어르신들에게는 어려울 뿐 아니라 오리마을을 경유하는 도선이 흑산도에 머무는 시간이 한정돼 있어 생필품을 사러 흑산도에 가도 힘든 몸으로 쫓기듯 물건을 사야 했다.

이러한 어려움을 알고 오리 마을 청년회(회장 김근중)가 오리마을 주민들이 주축이 돼 양심가게(전빵)를 만들 방법을 생각했다.

▲ 전남 신안군 흑산면 오리마을에 만들어진 양심가게 내부 (제공: 신안군)

양심가게는 청년들이 생필품을 흑산도에 가서 사서 오리마을 양심가게에 진열하면 마을 어르신들이 필요한 물품을 쉽게 산 후 구매 금액을 양심가게에 두고 가는 것이다.

이를 위해 오리마을 청년회를 중심으로 마을에서 십시일반으로 1000만원을 마련해 양심가게로 이용할 마을 회관을 고치고 진열에 필요한 각종 선반과 물품, TV 등을 준비했다.

신안군 흑산면 관계자는 “양심가게를 운영한 지 한 달 정도 지났으나 사라진 물건이 하나도 없었다”며 “오히려 물건 가격보다 많은 수입금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러한 양심가게는 마음속의 것까지 서로 터놓고 사는 섬마을인 오리이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말했다.

오리마을의 한 주민은 “양심가게를 만듦으로 주민들 간의 소통이 더 잘되고 이웃의 어려움을 더 살펴보게 됐다”며 소감을 말했다.

한편 신안군은 갈수록 삭막해지는 세상 속에서 서로 믿음과 인정으로 운영하는 양심가게가 세상 속으로 널리 전파되길 기대해본다고 전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