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어처구니없는 태도가 어제오늘의 일만은 아니지만 이번 ‘돈봉투 만찬사건’도 정말 충격적인 모습이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태를 수사한 특수본 검사들과 그 수사 대상이 돼야 할 법무부 인사들이 어울려 술판을 벌일 수 있다는 말인가. 게다가 검찰의 무기력한 수사결과에 국민이 얼마나 분노하고 있는지 알기는 하는 것인가. 특검수사를 했다는 것만으로도 검찰은 스스로 부끄럽게 생각하고 자성할 일이다. 그런데도 그들은 우병우 전 민정수석을 구속하지 못한 채 수사를 마무리 했으며 그 며칠 뒤 술판까지 벌였다. 심지어 이 자리에는 돈봉투까지 오갔다는 것이다.

급기야 핵심 당사자인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과 안태근 법무부 검찰국장이 사의를 표명했다. 그러나 18일 문재인 대통령이 감찰을 지시했으며 이에 따라 이들의 사표는 수리되지 않았다. 감찰이 시작된 상황이기 때문에 “규정상 감찰 중에는 사표가 수리되지 않는다”는 것이 청와대 설명이다. 이에 따라 이 지검장과 안 국장은 현직을 유지한 상태에서 감찰을 받아야 한다. 물론 감찰 결과 위법 사항이 드러나면 사법처리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태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났듯이 검찰개혁은 더 이상 미룰 수 있는 과제가 아니다. 이미 역대 정부에서도 수많은 개혁안이 나왔지만 용두사미로 끝난 것이 대부분이다. 정치권력과 검찰이 ‘긴장적 공생관계’를 유지했기 때문이다. 살아있는 권력에 특히 약했던 검찰은 그 수모를 삼키며 동시에 그들의 이익을 지켜왔던 셈이다. 검찰개혁이 흐지부지 됐던 그 이면에는 이런 ‘공생의 거래’가 있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우병우 전 민정수석을 핵심으로 하는 박근혜 정부와 검찰의 관계, 이 또한 예외가 아니었다. 현직 대통령이 각종 위법행위로 탄핵된 상황에서도 그 치부를 도려내야 할 검찰의 칼은 무디기만 했다. 왜 그랬을까. 이번 ‘돈봉투 만찬사건’이 그 이유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검찰개혁이 가장 뜨거운 화두가 되고 있다. ‘적폐 중의 적폐’라며 검찰개혁을 요구하는 국민의 목소리는 높기만 하다. 마침 그 핵심 역할을 맡은 조국 민정수석까지 임명됐다. 이런 와중에 ‘돈봉투 만찬사건’까지 불거졌으니 검찰도 더 이상 할 말이 없을 것이다. 따라서 과거 어느 때보다 검찰개혁이 가시권에 들어온 셈이다. 그러나 그 저항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치밀하고 냉철하게 검찰개혁의 로드맵을 짜야 한다. 요란한 구호보다 내실있고 실질적인 검찰개혁을 이번엔 반드시 이뤄내야 한다. 그리고 감찰에 들어간 이영렬, 안태근 등에 대해서도 위법사항이 드러나면 일벌백계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만큼은 질적으로 차원이 다른 정부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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