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병 정치평론가 

 

각할수록 참 괜찮은 정당이다. 게다가 그에 딱 합당한 인물을 뽑아 19대 대선 경쟁을 벌였던 셈이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얘기다. 이른바 ‘친문 패권주의’에 반기를 들고 탈당해서 내친김에 ‘친박 패권주의’까지 쓸어내겠다며 창당한 국민의당이었다. 양당 독점체제가 확고한 우리 정치판에서 총선을 통해 제3당으로 도약할 수 있었던 것도 그 의미 있는 가치가 국민적 공감을 얻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바른정당의 탄생도 크게 다르지 않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과 친박세력의 패권주의 행태에 저항해서 합리적 보수주의자들이 집단으로 탈당해서 만든 정당이 바른정당이다. 극우적이고 타락한 기존의 보수주의의 가면을 벗어내고 ‘새로운 보수’의 희망을 찾겠다고 나선 그들이었다. 그들의 면면이나 대의명분을 보더라도 당명인 바른정당이 아깝지 않다. 그들에게 한국 보수주의의 미래가 걸려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통합, 아무런 공감도 없다

대통령 선거는 어차피 단 한 명의 승자만 있을 뿐이다. 총선보다 훨씬 더 구도에 집중될 수밖에 없는 셈이다. 이런 한계가 너무도 컸던 탓일까.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안철수와 유승민이라는 걸출한 후보를 내세웠지만 참담한 쓴잔을 맛보았다. 그리고 그 쓴잔의 고통이 채 가시기도 전에 두 당 모두 큰 위기에 처해있다. 겉으로는 흔들리지 않으려는 의지가 강해보이지만 내부적으로는 길을 잃고 헤매는 모습이 역력하다.

벌써부터 두 당의 연합론이나 통합론이 불거지고 또 이를 부인하는 등의 혼선이 단적으로 지금의 상황을 잘 말해주고 있다. 그러나 한마디로 말해 지금의 연합론이나 통합론은 ‘독배’에 다름 아니다. 어느 누구도 공감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의석수가 적으니 함께 손을 잡으면 60여석이 된다는 구태의연한 ‘덩치론’이 아니라면 지금은 그 어떤 이유를 찾기 어렵다. 그저 살기 위해 뭉치는 식이라면 그것이 국민에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게다가 지금은 ‘문재인의 시간’이다. 모든 시선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집중돼 있다. 이런 시점에서 두 당이 연대를 하든, 통합을 하든 국민은 별다른 시선조차 주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은 두 정당의 뿌리를 튼튼하게 하면서 당의 비전과 가치를 재정립해야 할 때다. 지난 대선에서 안철수 후보를 지지했던 유권자들은 쉬 그 곁을 떠나지 않을 것이다. ‘안철수와 함께 하는 미래’를 포기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유승민 후보를 지지했던 유권자들도 비록 패배했지만 그들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보수의 희망’을 봤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은 각자가 그 길로 매진해야 한다. 더 치열하게, 더 당당하게 자신의 길을 가야 한다. 그러다가 어느 땐가 국민은 그들의 연합에 주목할 때가 올 것이다. 아니 어쩌면 통합을 호소할지도 모를 일이다. 그리 멀지 않았다. 당장 내년에 지방선거가 있다. 또 개헌문제도 조만간 공론화해야 한다. 함께 비전과 가치를 공유할 시간이 많다. 좀 더 긴 호흡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지금은 자강과 자숙의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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