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 

 

17일 부산 경찰청은 노조간부와 회사 임원진이 앞장서고 브로커가 개입한 부산 시내버스 채용비리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경력조작까지 해서 무자격자를 버스기사로 채용되도록 한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노조간부와 회사임직원 14명, 브로커 42명 등 56명을 붙잡아 5명은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나머지는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2012년 이후 지난해까지 5년 동안 54명에게서 뒷돈을 받았다. 그 액수가 10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부산 시내버스 33개 회사 중 12개 회사만 수사한 것인데도 이 정도다. 

노조 간부가 개입돼 있다고 하니 얼마나 통탄할 일인가. 노동자들의 권리와 복리 증진을 위해 존재하는 노조 간부가 평등하고 공정한 기회를 보장받아야 할 노동자들의 취업의 길을 가로 막고 시민안전을 해치는 일에 앞장섰다고 하니 말문이 막힌다. 무엇보다도 뒷돈을 챙기고 부당한 방법으로 버스기사가 채용되도록 하는 것은 우리 사회를 뿌리부터 썩게 만드는 공동체 파괴행위다. 이 같은 사태가 난 것은 버스노동조합의 건강성은 물론 자정능력이 무너졌다는 걸 보여주는 징표로 끔찍한 일이다.  

경력을 조작해 주고 버스기사로 취업시켰다는 뉴스는 충격 그 자체다. 사회가 송두리째 썩어가는 징표가 아닐 수 없다. 버스기사는 일반 직종에 종사하는 게 아니다. 시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안전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없는 경력을 만들어 취업을 시키는 행위는 우리 사회의 안전시스템을 파괴하는 행위이다. 무엇 때문에 버스기사에게 일정한 경력을 요구하겠는가? 바로 우리들의 가족과 이웃, 자라나는 어린이, 우리들의 어머니, 아버지, 할머니, 할아버지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서다. 중간에 검은 손이 개입해 없는 경력을 있는 것으로 둔갑시키는 것은 국민의 생명안전을 위험에 빠뜨리는 행동이다. 

지난해 12월에도 부산에서 버스기사 채용비리가 터졌다. 당시 부산경찰청은 버스업체 4곳의 전·현직 노조지부장 4명을 구속하고 54명을 사법처리했다. 이들은 39명에게서 검은 돈 3억 9천만원을 챙긴 혐의를 받았다. 

지난해 8월 대구에서도 버스기사 채용비리가 터졌다. 한 버스회사의 노무과장, 버스기사가 브로커와 짜고 취업을 원하는 사람에게 수백만원씩 총 6천만원을 받아 구속됐다. 대구에서는 이전에도 버스비리가 자주 터졌다. 대구참여연대는 2015년 10월 버스기사 채용비리 근절방안을 대구시 의회에 청원했지만 시의회는 기각시켜 버렸다. 대구시도 미온적인 자세이긴 마찬가지였다. 그 결과 똑같은 일이 반복된 것이다. 광주에서도 뒷돈이 오가는 버스기사 채용비리가 여러 차례 적발됐다. 

버스기사 채용비리는 서울에서도 터졌다. 지난해 양천구에서 노조위원장이 개입됐고 모두 9명이 검거됐다. 1900만원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다. 2013년에 도봉구에서도 버스비리가 적발됐다. 경찰은 정규직 운전자로 채용해주겠다고 약속하고 2600만원을 받은 혐의로 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전에도 버스기사 채용비리가 7건이나 적발된 바 있다.

버스기사 채용비리가 전국에서 터지기 시작한 것은 2004년 버스준공영제를 도입하고부터다. 버스기사 대우가 이전보다 훨씬 좋아지다 보니까 버스기사로 취업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그 사이에 비리 세력이 끼어든 것이다. 채용비리는 철저히 파헤쳐서 뿌리 뽑아야 한다. 일부 언론 매체는 준공제가 문제라고 말하는데 원인을 엉뚱한 데로 돌리는 것이다. 준공영제만 도입하고 국민 세금으로 지원된 예산이 어떻게 쓰이는지, ‘공영’이라는 성격에 맞게 버스업체가 운영되는지 관리 감독을 하지 않는 국가와 지자체가 문제다. 돈만 지원하고 운영에 대해서는 알아서 하라는 식의 무사 안일 복지부동의 자세를 보이니까 이 같은 사태가 터졌다. 원인과 결과를 혼동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지난해 대전도시철도공사 기관사 채용비리가 터졌다. 공사 사장이 앞장서서 채용비리를 저질렀다는 점에서 충격을 주었다. 사장과 인사책임자인 경영이사는 해임됐다. 이어 사장은 구속됐고 9명이 불구속 입건됐다. 채용비리가 버스기사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걸 보여준다. 운전기사와 기관사는 국민의 생명안전을 다루는 업무 수행자다. 앞으로 기사 채용에서 비리를 저지르면 가중처벌 하도록 법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단위 버스노동조합은 물론 노동조합 상급 단체, 나아가 한국노총, 민주노총은 버스기사 채용비리에 대한 특단의 대책을 내어 놓아야 한다. 노동조합 운동의 도덕성과 자정 능력을 회복해야 한다. 경찰과 검찰은 비리 징후가 있는 모든 버스 업체를 철저히 수사해서 채용비리를 근절해야 한다. 오랜 기간 동안 버스 채용비리가 계속되는 것은 검찰과 경찰의 안이한 대응 탓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촛불민심을 등에 없고 문재인 정부가 탄생했다. 부정비리 없는 세상이 촛불민심이다. 부정부패 청산 없이 적폐청산은 불가능하다. 버스기사 채용비리, 그 밖에 각 직군에서 벌어지는 채용비리를 철저히 파헤쳐서 부정부패가 만연한 한국 사회를 개혁하는 데 앞장서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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