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교·문화계와 일반시민들로 구성된 ‘세월호 희망의 길을 걷는 사람들’은 15일 오후 인천항 연안부두 여객터미널광장에서 ‘416희망순례단’ 출발식을 하고 총 53일간의 도보순례에 나섰다. 416순례길은 세월호 뱃길을 따라 총 809.16㎞를 걷는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세월호 참사의 아픔 치유하고 새로운 희망이 피어나길”
종교인·시민 인천~팽목항 809㎞ 도보순례… 7월 6일 회향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산티아고 (순례)길처럼 사람과 사람, 마을과 마을의 희망을 잇는 416순례길. 그 길 위에서 생명이 안전하고 삶이 평화로운 사회를 염원하며 함께 걸어가요.”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며 서해안 뱃길을 따라 인천항에서 진도 팽목항까지 걷는 도보순례가 15일 인천에서 첫발을 내디뎠다.

종교·문화계와 일반 시민들로 구성된 ‘세월호 희망의 길을 걷는 사람들’은 이날 오후 인천 연안부두 여객터미널광장에서 ‘416희망순례길’ 출발식을 열고 53일간 총 809.16㎞의 도보순례에 나섰다. 이날 출발식에는 종교·문화계 인사와 세월호 유가족 등 참가자 70여명이 참석했다.

416순례길은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영감을 얻었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스페인과 프랑스 국경지대로부터 예수의 열두 제자였던 야고보의 무덤이 있는 스페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시까지 약 800km에 이르는 길이다. 1993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지정돼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성지순례의 명소가 됐다.

희망순례단은 세월호 참사라는 큰 아픔을 겪은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우리 사회와 개인을 성찰하며 되돌아보자는 취지의 도보순례길을 하게 됐다.

◆개개인 생명·안전 중시하는 의식전환 절실

15일 첫날 416순례길에 오른 참석자들은 “세월호는 우리나라가 생명이 안전하고 삶이 평화로운 사회로 바뀌는 전환점이 돼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3년 전 가슴을 치며 확인했듯이 세월호 참사는 우발적인 과시로 치부할 일도 아니고 당사자 몇몇에만 책임을 돌릴 일도 아니다”며 “성장과 이윤보다 생명과 안전을 중시하는 사회로 전환하지 않고서는 근원적으로 해결될 수 없는 문제”라고 역설했다. 이어 “우리 각자가 진실 되게 성찰하면서 사회의 건강한 변화를 염원하며 나설 때 가능한 일”이라는 점을 잊지 않았다.

희망순례단은 이번 순례길을 ‘416순례길’이라 이름 지었다. 세월호를 잊지 않되 그것이 슬픔과 절망의 상처로서가 아니라, 사회적 전환과 희망의 상징으로 기억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이들은 “오늘부터 53일간 809㎞의 장정을 시작했다. 이 길 위에서 안전하고 평화로운 나라를 함께 꿈꾸고 모색해 나아가길 간절히 기원한다”고 밝혔다.

◆서해안 뱃길 따라 53일간 809㎞ 대장정

도법스님과 전진택 목사, 박두규 시인 등 10여명은 오는 7월 6일까지 전체 코스를 걷고 일반시민도 함께 걷고 싶은 지역을 사전 신청해 동참할 수 있다.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순례 일정을 공유하고 참여 신청을 받는다.

희망순례단은 인천과 안산, 화성, 평택 등 경기도를 거쳐 아산과 당진·서산·태안·홍성·보령·서천·군산·부안·정읍·고창·영광·함평·무안·목포·영암·해남·진도(팽목항)까지 총 809.16km를 걷는다. 마지막 날인 7월 6일에는 기억의 숲에서 4.16km를 걸어 최종 목적지인 팽목항에 도착한 후 ‘416희망의 순례단’ 활동을 회향한다.

첫날 출발식에 참석한 70여명은 인천항연안부두여객터미널광장을 출발해 ‘롯데아울렛 팩토리~학익에코테마파크~아암도해안공원~외암도 사거리’까지 14km를 걸었다. 다음 날인 16일에는 세월호희생자 9명의 위패가 안치된 안산 대각사까지 18km를 순례한다.

17일에는 안산 화랑유원지 분향소를 참배하고 기억저장소와 단원고, 기억교실 등을 순례하며 희생자를 기억하고 넋을 위로하는 시간을 갖는다. 53일의 순례 기간에는 세월호 304인 이팝나무동산이 있는 정읍 황토현전적지를 방문하고, 목포신항에선 기도모임을, 진도 백동무궁화동산 기억의숲에서는 순례길 보고대회도 진행할 예정이다.

희망순례단은 하루 15∼20㎞씩 걸으며 사색과 성찰의 시간을 갖는다. 개인뿐 아니라 생명평화결사, 세월호지리산천일기도, 지리산종교연대, 한국작가회의, 불교시민사회네트워크, 붓다로 살자, 예수살기 등 종교시민사회단체들도 참여한다.

▲ ‘세월호 희망의 길을 걷는 사람들’은 15일 인천연안여객터미널 광장에서 ‘416순례길’ 출발식을 열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성찰의 순례길이 되길 바란다”

416희망순례단 출발식에는 불교·문화계 주요 인사와 안산 단원고 유가족 6명도 함께했다.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자승스님은 “조계종은 세월호가 인양된 목포신항에 법당을 마련하고 미수습자들이 가족 곁으로 돌아오기를 기도하고 있다”며 “53일간의 국민순례를 통해 세월호 참사의 아픔이 치유되고 우리 사회 안에 새로운 희망이 피어나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이어 최원식 한국작가회의 이사장은 “오늘 시작하는 순례 끝에서 건져 올린 희망이 널이 퍼져 우리 사회가 세월호 이전과 다른 사회로 진화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단원고 신호성 학생 어머니 정부자씨는 “다시는 세월호와 같은 끔찍한 참사가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면서 열심히 움직이고 있다”며 “가족들의 힘만으로 사회를 바꾸기는 어렵다. 국민 모두의 관심과 도움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세월호 희망의 길을 걷는 사람들’ 관계자는 “세월호 참사가 헛되지 않으려면 사회가 안전과 생명을 중요하게 생각하게 됐다는 믿음이 우리 안에 생겨나야 한다”면서 “이번 416순례길이 한국의 ‘산티아고 순례길’과 같은 성찰의 순례길이 되길 바란다”고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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