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신학자의 날카로운 지적
“심판하는 하나님 강조한 칼빈 견해
한국교회 男목회자 우월주의로 표출”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현대 한국교회에서 발견되는 칼빈의 영향은 한쪽으로 치우쳐 있다. 한국 여성신학 관점에서 볼 때 더욱 과감한 변화와 개혁이 요청된다.”

칼빈의 신학사상을 계승한 한국 장로교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이 제기됐다. 여성의 관점에 봤을 때 칼빈의 신학사상을 한국교회가 너무 치우치게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한국여신학자협의회 이난희 공동대표는 “남녀평등, 목회자와 성도의 여유 있는 삶과 신앙, 물질적 성공지상주의 극복, 성도의 주체적·능동적 역할 강조, 사회관계 속에서의 구원 추구, 교회 직제 평등화, 몸과 정신 및 성의 통합으로서 전인적 인간 및 구원의 측면에서 개혁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한국여신학자협의회(여신협·공동대표 김혜숙·김신아·이난희)가 진행한 ‘다시 읽는 칼빈과 교회 개혁: 한국 여성신학의 관점에서’ 토크콘서트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논문이 발표돼 눈길을 끌고 있다.

이난희 공동대표는 “한국 개신교 대다수를 이루는 장로교회의 뿌리, 그리고 세계 110개국 8,000만 성도가 속한 개혁교회 뿌리라고 할 수 있는 존 칼빈의 신학 사상을 현대 한국 여성신학의 관점에서 비판적으로 읽을 필요를 느끼게 됐다”며 한국 장로교를 진단했다.

이 대표는 칼빈이 강조한 ‘하나님의 심판’과 ‘심판하시는 하나님’에 대한 두려움은 현대 교회에서 하나님을 대리하는 남성 담임목회자의 우월화, 권한 강화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또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은 표징으로서 지상 직업에의 열심과 근면한 노동의 강조가 부의 축적과 자본주의 발달에 기여했다’는 칼빈의 주장을 토대로 “현대 자본주의사회에서 물질적 성공을 이루는 것이 하나님께 영광이 된다는 이해로 이어진다”고 해석했다. 이 대표는 “교회 교인 수와 재정 크기 등 물량적 성장과 성공이 곧 하나님께 영광이 된다는 식으로 이해돼, 목회자들은 그러한 물량적·가시적 성공을 위해 밤낮없이 일하고 스스로 쉬지 못하여 자기 착취에까지 이른다”며 “과도한 일 중심성과 상호 경쟁은 하나님과의 깊은 교제와 사귐, 동역자들 간 협력과 사귐을 저해하기에 영적인 고갈이 예상된다”고 예측했다.

이 대표는 칼빈의 교회관에 대해서도 짚었다. 그는 “칼빈의 견해에 따르면, 교회는 끊임없는 권징으로 악한 자들을 제거해야 한다”며 “당회를 구성하는 목사와 장로 역할이 중요하고, 그중에서도 말씀을 선포하는 목사 역할이 특히 중요해진다”고 권력의 집중화를 지적했다.

또 칼빈이 제네바시를 신앙 공동체로 만들기 위해 엄격한 규율을 정해 모든 시민의 생활을 통제하고 삼위일체론에 반대하는 등 다른 견해를 보인 세르베투스 처형에 동의하는 등 엄격성을 보였다고 꼬집었다.

이 대표는 “오늘날 (칼빈의 교회관이) 사람 위에 군림하고 지배하는 인간의 권위로 변질된 데 문제가 있다”며 “즉 자기보다 남을 더 낫게 여기고 섬기지 않고, 돈과 권력을 가진 자가 더 높은 직분을 얻고 군림하는 것이 문제”라고 날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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