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식증.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외모지상주의 ‘마음의 병’
여성 중심으로 나타나
먹으면 살찐다는 두려움

[천지일보=강병용 기자] #1. 김미진(가명, 26, 여)씨는 한 끼 식사를 위해 1일 섭취 영양소와 식사량을 그램(g) 단위까지 철저히 계산한다. 과거 김씨는 고도비만이었지만, 혹독한 다이어트로 30㎏ 이상을 감량해 정상 체중을 유지하고 있다. 그런 그는 마음껏 음식을 먹고 싶은 욕망이 있지만 음식을 먹으면 살이 찐다는 두려움으로 인해 끼니 외의 음식은 먹지도 않고 바라볼 뿐이다. 방 안에는 각종 과자, 소시지, 빵 등 간식이 가득 쌓여있다. 쌓여진 음식을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감을 느낀다는 그는 슈퍼마켓에 갈 때마다 먹지도 않을 과자를 쇼핑카트에 가득 담는다. 그는 자신의 그램(g) 단위의 식사에만 집착한다.

#2. 김여울(가명, 20, 여)씨는 매번 주방에서 엄마와 실랑이를 벌인다. 이유는 김씨의 음식 섭취 때문이다. 음식을 많이 먹으려는 김씨와 이를 말리려는 엄마로 주방은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김씨의 몸무게는 평균보다 저체중인 42㎏다. 살이 찔까 두려워 과식하고 토하기를 반복하는 딸의 모습을 참다못한 엄마는 냉장고문을 쇠사슬에 묶어 자물쇠로 잠갔지만, “원 없이 먹고 살이 안 쪄서 좋다”는 딸은 오직 음식에 대한 생각으로만 가득하다.

연일 초여름 날씨를 보이는 5월 중순, 본격적인 여름철을 앞두고 다이어트 계획을 세우는 이들이 많지만, 과도한 다이어트가 섭식장애로 이어질 수 있어 우려가 제기된다.

섭식장애는 날씬하고 마른 몸매에 대한 다이어트 의지를 불태우는 일반인에게 흔한 질환 중 하나로 섭식장애의 원인은 쉽게 규정하기 힘들 정도로 다양하다.

식욕을 관장하는 뇌의 신경전달 기능에 문제가 생긴 경우, 가족 구성원 간의 관계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의 섭식장애 환자는 심리적 상태와 날씬한 몸매의 외모지상주의 등 사회문화적 분위기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 크다. 섭식장애는 이러한 사회가 불러온 ‘마음의 병’으로 날씬한 몸매가 자존감의 기준이 되고, 능력조차 몸무게로 평가되는 사회 분위기가 주원인인 셈이다.

한국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섭식장애는 여름철에 여성을 중심으로 많이 나타난다. 지난 2015년 섭식장애로 진료 받은 환자 1만 2468명 중 81%(1만 44명)가 여성으로 전체 진료 인원 중 가장 많은 24%(3005명)가 7월에 병원을 찾았다. 지난 2014년에도 섭식장애 81%가 여성으로 이중 23%가 7월에 진료를 받았다. 노출이 잦은 여름을 대비해 무리한 다이어트로 직장인과 대학생 등이 7월에 병원을 찾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섭식장애와 관련해 여성이 자신의 몸에 대해 비만이라고 인식한다는 연구결과도 나타났다. 이용제 서울 강남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연구팀이 지난 3월 내놓은 연구 결과에 따르면, 출산 경험이 없고 정상체중(체질량지수 18.5~22.9)인 여성의 41.4%가 자신이 뚱뚱하다고 인식했다.

한 의료업계 관계자는 “과도한 다이어트 때문에 예민해지고 감정의 기복이 커져 섭식장애로 이어진다”며 “음식이나 체중에 대해 과하게 집착해 일상생활과 일상적인 관계가 무너져 주변의 사람까지도 힘들게 된다”고 말했다.

김율리 인제대 서울백병원 섭식장애클리닉 교수는 “날씬함을 미의 기준으로 제시하는 문화적 환경과 사회적 압박이 섭식장애 증가의 큰 원인”이라며 “섭식장애는 전문치료기관에 도움을 요청하는 첫 걸음이 가장 중요하다. 치료는 심각성에 따라 신체적 위험 감소, 섭식병리 완화, 식습관 회복의 단계를 거친다. 만성적이고 심각한 상태인 경우라 할지라도 초점을 ‘질병의 완치’가 아닌 ‘점진적 회복’에 둔다면 질병을 떨쳐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교수는 섭식장애의 치료제에 대해 “신경성 폭식증 환자에게 추천되는 약물치료는 인지행동치료를 실시하기 어려운 경우에 우선적으로 약물치료를 한다”면서 “인지행동치료의 효과가 미미할 때 약물치료를 병합해 사용하길 권장한다”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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