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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약 3번째 배치… 강한 의지
‘공정위 조사국’ 12년만 부활

재계, 개혁방향 공감하면서도
‘재벌 옥죄기’엔 우려 분위기

[천지일보=유영선 기자] 재계가 새 정부의 ‘재벌개혁’이 가져올 변화에 숨죽인 채 예의주시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재벌 개혁에 대한 목소리를 높여왔던 만큼 역대 어느 정권보다 강력한 재벌 개혁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일 취임사를 통해 “선거 과정에서 약속했듯이 재벌개혁에도 앞장서겠다”면서 “문재인 정부 하에서는 정경유착이란 낱말이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재벌개혁을 10대 공약 가운데 3번째 순서에 배치할 정도로 강한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경영 활동과 지배 구조의 투명성을 제고하여 재벌 중심의 경제력을 완화하겠다는 게 문재인 정부의 재벌 개혁의 방향이다.

15일 공약을 입안한 대선 캠프 관계자들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는 과거 재벌의 불공정 행위를 조사하던 공정거래위원회 ‘대기업 조사국’을 부활시킬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에 조사국이 부활하게 되면 12년 만이다.

‘재벌 저승사자’ ‘공정위 중수부’로 불리는 대기업 조사국은 기업 반발로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5년 12월 해체됐다. 공정위는 ‘경제 민주화’를 내걸었던 박근혜 전 대통령 임기 초반인 2013년 조사국 부활을 추진했으나 무산되기도 했다.

30~40명의 인력이 투입되는 공정위 조사국은 주로 대기업의 부당 내부거래 조사와 정보 수집을 전담했다. 새 정부는 조사국을 통해 총수 일가의 일감 몰아주기, 내부 거래, 납품단가 후려치기 등 불공정 관행 등을 뿌리 뽑겠다는 각오다.

특히 새 정부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핵심은 정경유착으로 규정, 반드시 이를 척결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에 조사국이 부활하게 되면 ‘10대 재벌, 그중에서도 4대 재벌개혁에 집중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공약을 실현하는 데 앞장설 것으로 예상된다. 조사국이 부활할 경우 그동안 강제수사권이 없던 공정위 조사 권한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15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 따르면, 지난 10∼12일 전국 유권자 1516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95% 신뢰수준, 표본오차 ±2.5%포인트)에서 재벌개혁은 문 대통령이 역점을 둬야 할 개혁 과제로, 검찰·정치·언론·노동개혁에 이어 5번째였다.

재계는 재벌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 잡는 데는 동의하면서도 새 정부의 ‘재벌 개혁’ 공약이 자칫 기업의 경제활동을 억누르는 데다 투자와 고용을 위축시킬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재계 관계자는 “일감몰아주기·부당내부거래 등 적폐를 청산해야 한다는 방향성에는 공감한다”면서도 “자칫 재벌 옥죄기가 기업의 경영권을 침해하고 기업활동의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공정위 조사국의 부활에도 우려의 시각을 보였다.

한국경제연구원 관계자는 “현재도 전 세계적으로 우리나라 공정위의 권한이 가장 센 편”이라면서 “추상적으로 공정위의 권한을 강화하면 전체 기업들의 정상적인 경영 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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