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제공: CJ엔터테인먼트)

칸국제영화제에 초청받아
지금까지 접하지 못했던
만화 같은 범죄 액션 영화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처음 영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불한당, 감독 변성현)’에 대한 소식을 접했을 때 뻔한 남자들의 이야기 같았다. 남자 배우 투톱으로 구성된 범죄 액션 영화가 넘쳐나는 이 시기에 또 굳이 그 이야기를 해야 하냐는 선입견에서다. 출연한 배우들도 처음에는 같은 생각을 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들은 이 영화를 선택했고, 영화는 제70회 칸국제영화제에도 초청받는 쾌거를 얻었다. 배우들이 선택하고, 칸이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영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은 모든 것을 갖기 위해 불한당이 된 남자 ‘재호(설경구 분)’가 더 잃을 것 없기에 불한당이 된 남자 ‘현수(임시완 분)’에게 마음을 열고 서로 가까워지면서 의리와 의심이 폭발하는 과정을 그린 영화다.

영화는 ‘병갑(김희원 분)’과 ‘승필(김성오)’이 ‘재호’에 대해 말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이들의 말에 의하면 ‘재호’는 사람의 눈을 보면서 아무렇지 않게 쑤시고 죽이는 건달이다. 이후 ‘재호’가 등장한다. 빨간 스포츠카 운전자석에 선글라스를 낀 채 누워있는 ‘재호’. 차가 있는 곳은 한 교도소 앞이다. 교도소 문이 열리고 ‘현수’가 건들거리며 나온다.

▲ 영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제공: CJ엔터테인먼트)

둘은 교도소에서 친해졌다. 담배판매권을 쥐고 교도소를 군림하는 ‘재호’는 무서운 것 없이 되바라진 ‘현수’가 등장하자 눈길을 빼앗긴다. 아버지에게 버림받고 마약 밀수를 하면서 조직세계의 2인자가 된 ‘재호’는 자신에게 도움이 된 ‘현수’가 기특하면서도 꺼림칙하다. 사실 ‘현수’는 ‘재호’를 노리는 언더커버(비밀경찰)로, 의도적으로 ‘재호’에게 접근했다.

결정적인 순간 ‘재호’의 편이 된 ‘현수’. 둘은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형, 동생 하는 관계로 발전하지만, ‘재호’의 본성을 알게 된 ‘현수’는 흔들리기 시작한다. 마약 밀수범과 언더커버 두 남자는 속고, 속인다. 믿는 자와 믿음을 가진 자 누가 먼저 배신할까.

‘불한당’은 교도소에서 시작해 사회로 나간 두 남자가 조직을 제패하는 과정을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플래시백으로 전개된다. 영화에는 주인공의 회상과 몽타주 기법이 사용됐다. 이 때문에 혼란스러울 수도 있지만 러닝타임이 지나갈수록 관객은 퍼즐 조각을 하나씩 맞춰가는 재미가 있다. 이는 시나리오 단계부터 철저하게 계산됐기 때문에 가능했다.

범죄액션 영화답게 액션 미쟝센을 고민한 흔적이 보인다. 최선장 사무실에서 벌이는 난투극은 영화 ‘올드보이’의 장도리씬이 연상되지만 그만큼 임팩트는 없다.

영화에는 다양한 촬영기법이 등장한다. 특히 아이폰을 활용해 1인칭 시점 카메라 촬영 방식 등 새로운 앵글과 촬영 카메라를 도입해 눈길을 끈다. 상업영화에서 아이폰을 도입해 사용한 경우는 처음이다.

▲ 영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제공: CJ엔터테인먼트)

여기에 드라마가 붙었다. 흔한 수컷들의 영역 싸움을 주된 내용으로 한 영화들과 다르게 남자들 간의 우정이 가진 힘과 갈등을 이야기한다. 변성현 감독은 ‘재호’ ‘현수’ 둘의 정신적인 사랑 이야기를 담은 멜로영화라고 말한다. 그리고 영화는 이들이 왜 불한당인지를 설명한다. 어쩌면 서로가 서로에게 불한당이다.

영화는 이런 일이 정말로 있을까 싶은 에피소드를 모아 놓은 집합체 같다. 어색하고 지루할 수 있지만 만화적인 표현으로 창작자가 상상하는 세계관을 구현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각 공간과 씬마다 개성 있는 색감의 배치다. 기존의 범죄 액션물에서 많이 쓰이는 회색, 검은색 등 어두운색보다 빨간색, 초록색, 파란색 등 다양한 색으로 차별화했다. 장소와 인물의 심리 변화, 상황에 따라 색감이 화려하게 변해간다. 현재와 과거를 구분하는 조명도 인상적이다. 교도소는 자연광이 들어오는 베이지톤으로, 오세안무역 사무실은 짙은 그레이톤, 액션이 벌어지는 공간은 블루톤으로 구분했다.

설경구와 임시완의 케미도 인상적이다. 역시 설경구는 설경구다. 연기 인생 약 20년인 설경구는 그동안 맡았던 캐릭터와 다르게 잔인하고 승부 근성을 지닌 오세안무역의 실세 ‘재호’로 분해 남성적인 매력을 선보인다. 그는 흔하고 지루할 수 있는 상황을 호탕하게 웃으며 긴장감으로 이끈다. 자신 앞에 걸림돌이 되는 인물을 처단할 때는 눈빛 하나 흔들리지 않고 잔인하다.

언제나 바르고, 맑은 청년일 줄 알았던 임시완은 교도소에서 패기 어린 모습으로 ‘재호’와 친해지는 ‘현수’로 분했다. 승부 근성을 발휘하며 달려드는 ‘현수’를 통해 영화에서는 지금까지 보지 못한 임시완의 얼굴을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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