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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평론] 국민과 즐거움을 함께하는 길을 가려면
뉴스천지  |  newscj@newscj.com
2017.05.14 21:5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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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라곤 논설실장/시인

   
 

완연한 봄빛 속에서 어제는 종일 날씨가 흐려 상춘(常春)의 멋이 우러나지 않았지만 오늘 새벽에는 안개가 뿌옇게 끼어 자오록하다. 안개가 걷히면 날씨가 화창하겠지 생각하며 이른 새벽 여느 날처럼 산책길에 나선다. 학교운동장 주변을 걷고 있는데 여자 너댓명이 무리를 지어 걸어가면서 쑤군덕거리며 때론 큰 소리로 웃기도 한다. 매일 잠시간 마주치며 지나가는 짧은 시간에 들려오는 그들의 대화 속 화젯거리는 주로 가족사지만 최근엔 대선 이야기가 많았다.

60대 중반 여인의 경상도 목소리가 들려온다. “아들이 ‘엄마, 문재인이 대통령 됐다’고 말해 열 받아 ‘됐다. 고마(그만하라 사투리), 느그 아버지도 요새 ‘문재인이 잘 한다’고 하는데 짜증난다”는 말이었다. 운동 도중에 곁을 지나가면서 우연히 들은 그 말이지만 새겨보니 현 시점에서 사회여론이나 TK(대구-경북)지역 부모-자식 간 세대의 정치적 갈등이 너무나 잘 드러나고 있다. 아들과 부모, 세 명 사이에서 분명히 대화는 더 있었겠지만, 이야기하는 투로 보아 짐작컨대 이번 대선에서 아들은 1번 후보를 찍었을 테고, 그 부모는 아마 그렇지 않은 듯했다.

짧은 대화 속에서 나타난 가족 세 명의 정치적 취향과 입장이 대선 이후에 새 대통령에 대한 평가와 잘 들어맞는다. 화제속의 아들은 처음부터 문빠(문재인 지지파)였을 테고, 부모는 그 편이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보인 겸손한 자세와 파격적인 국민과의 소통 방식에 그 아버지가 말한 대로 ‘잘 한다’는 평가는 최소한 지지 내지 중도로 돌아섰다고 보이는데, 문빠 아들의 엄마는 여전히 못마땅하다는 반문(反文) 정서였다.

민주주의는 국민이 주인이다. 최고 권력자라도 주권재민(主權在民)을 부정할 수 없고, 국민 위에 군림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우리 헌정사를 보면 최근까지도 국민이 위임해준 권력을 최고지도자의 입맛대로 사용한 적이 많다. 절대 권력을 방패삼아 구호로만 위민(爲民)을 내세웠지만 실상은 피치자(被治者)로서 국민을 대해왔던 일이 다반사였다. 대통령의 임무가 국민이익과 국가발전이니만큼 실적으로 증명해야 한다. 그렇지만 지금까지는 국민과 소통하며 국민에게 즐거움을 준 것이 아니라 불신·불만과 함께 불편을 가져다 줬다는 게 솔직한 나의 표현이다.

새로운 대통령을 맞은 대한민국은 중대기로에 서 있다. 한반도를 둘러싼 국내외 사정이 어려운 형국이니 국민 걱정이 매우 크다. 그런 와중에 ‘적폐청산’과 ‘국민통합’을 앞세워 당선된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기대는 반반이다. 굳이 반면교사(反面敎師)가 아니라 하더라도 지난 정부가 보인 잘못된 권력 집행의 행태를 보아왔고 앞장서서 질타해온 문 대통령인 만큼 낮은 자세로 국민과 소통하고 적폐를 개선해 나간다면 그것으로도 ‘잘 한다’ 소리를 들을 것은 분명하다.

아직은 대통령 취임 후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은 시기라 ‘세상이 변했다’는 격세지감(隔世之感)을 실감하지 못한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보여준 몇 가지 사례들, 이낙연 국무총리 내정 등을 직접 발표하고, 최측근이 맡아왔던 청와대총무비서관 자리에 추천받은 공직자를 임명하고 그를 비서관 오찬에서 대통령 정면 앞좌석에 앉힌 것, 사무실에서 비서가 대통령 양복 자켓을 벗겨 주려하자 옷은 자신이 벗어야 한다며 직접 벗는 모습 등, 이런 행동들은 사소한 것이라 해도 전임 대통령에게서 찾아볼 수 없었던 파격적이고 소탈한 사례다. 또 국민과 소통에 나서기 위해 집무실을 세종로청사로 옮겨 ‘광화문 대통령시대’를 열겠다고 한 약속도 마찬가지다.

옛말에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수차례 언급한 바대로 “권위를 앞세우기보다는 겸손한 자세로 ‘소통하는 대통령’을 실천해 나가겠다”는 약속이 집권 초기부터 하나둘 이행되고 있는 중이다. 전임 대통령들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모습은 어찌 보면 국가지도자로서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앞서 언급한 TK 남자, 문재인 대통령을 선택하지 않았을 테지만 대통령의 초기 행동을 보며 평가한 ‘요즘 잘 한다’는 말은 반대편까지 끌어안는 결과를 만드는 일인 만큼 초심을 살려 나머지 아홉도 잘 해내기를 국민은 바랄 뿐이다.

새 대통령은 일상업무를 청와대 본관 집무실이 아닌 비서동에 마련된 집무실에서 보고 있다. 위민관이 있던 자리다. 이름을 위민관에서 여민관으로 바꿨는데 이 말에서 맹자의 여민동락(與民同樂)을 떠올리게 한다. ‘백성과 즐거움을 함께하다’라는 뜻인 여민동락은 백성과 동고동락하는 통치자의 자세를 비유하는 말이 아니던가. 따져보면 대통령 본연의 임무는 국민에게 즐거움을 주는 일이다. 그 일은 국민 근심거리를 없애는 데서 시작되는바 현 시국은 외교·안보, 일자리경제 등 국가적 난제들이 많고 국민화합도 큰 숙제다. “개혁과 통합으로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한 문 대통령이 소통(疏通)대통령으로 역사에 남기를 바란다면 초심을 잃지 않는 진정성 그 자체가 국민에게는 즐거움이 된다는 사실을 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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