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4일 새벽 또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올해 들어서만 벌써 10발째이고, 김정은 집권 이후 총 50발째다. 국제사회의 규탄과 미국 등 강대국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아랑곳하지 않고 한반도 긴장을 계속 이어가는 데는 분명 저의가 드러나고 있다. 특히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나흘 만에 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한국의 새 대통령과 트럼프 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개최와 관련해 의견이 조율되는 현 상태에서 한미공조에 영향을 미치려는 속셈으로 보인다.

한미공조를 방해하면서 미국을 계속 압박해 협상 주도권을 가지려는 북한은 강온(强溫) 전략의 열탕과 냉탕 방식을 취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미사일 발사 후에는 미국의 핵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호를 격침시키겠다 하던 북한이 느닷없이 대화제스처를 쓰기도 했다. 최근 노르웨이에서 열린 북한-미국 간 비공식 채널인 1·5트랙(반관반민) 대화를 마치고 북한으로 돌아가기 위해 중국 베이징 서우두(首都) 공항에 입국했던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북아메리카국장은 12일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여건이 되면 대화하겠다”고 밝혔으나, 이틀 만에 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일련의 행동들은 한국과 미국에 대한 기싸움에서 밀리지 않으려는 계산된 의도다.

북한의 복합적인 타산이라 하더라도 김정은 집권 이후 50발째 미사일 도발은 국제사회에서 더 큰 공분을 불러일으키고, 한반도 위협에 대처하는 한미동맹을 더욱 굳건히 다질 것이다. 또 지금까지 북한 제재에 대해 다소 미온적이었던 중국이 대내외 국력 과시를 위해 마련한 일대일로(一帶一路) 국제협력 정상포럼 개막식 당일에 북한의 미사일 도발로 잔칫집에 찬물을 끼얹은 격이 됐다. 이 같은 일련의 후폭풍의 방향계는 북한에게 주도권을 줄 리 만무하다.

한반도정세로 미·중·일 등 강대국들이 우려하는 가운데 문재인 정부의 대북 대응이 초미의 관심사다. 미사일 발사가 있자 문 대통령은 즉각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를 소집해 북한 도발에 대한 엄중 경고와 굳건한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철저한 대비태세 유지 지시 등 신속한 조치를 취했다. 이번 미사일 도발을 두고 국제사회에서는 북한이 한국의 신정부가 선보일 대북정책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간보기용이라는 예측이 나돌고 있다. 상황이 복잡할수록 문 대통령은 대북정책에 관해서는 철저하고 단호해야 한다. 대북 응징 목소리가 분명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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