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찬일 (사)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

 

대한민국 정부는 햇볕정책 10년, 압박정책 10년을 거쳐 오늘 새로운 통일 및 대북정책의 기로에 서 있다. 새로 탄생한 대한민국 문재인 정부는 이제 제3의 길(third way)을 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바이다. 즉 ‘햇볕’과 ‘압박’을 녹여낸 또 다른 새로운 방식을 선택함으로써 남북한 사이 다가가고 화해 협력하는 통일전야를 열어야 한다는 말이다. 제3의 길은 간단하지 않지만 현 단계에서 이 길을 모색하고 실천하지 않으면 통일의 성취는 요원하다. 문재인 정부 5년은 오늘의 분단을 100년 분단으로 이어 가느냐, 아니면 5년 안에 종식 시키느냐 하는 관건적인 문제이다.

통일의 길은 가볍게 가자면 당장이라고 쉽게 갈 수 있는 길이 확실하다. 즉 북한의 김정은이 핵무기를 내려놓고 평화의 메시지를 들고 나오면 문제는 간단하다. 그러나 북한은 미국이 평화협정을 체결해 주고 주한 미군을 철수 시키지 않는 한 절대로 핵무기를 내려놓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반드시 금강산관광 개발과 개성공단의 재개 등 통일전야의 분위기를 마련해야 한다.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에 벌크 캐시를 주지 말고 쌀을 지불하는 방법 등 다양한 방법을 모색해 볼 수 있다.

대한민국은 항상 28만톤의 쌀이 남아도는데 이는 우리 60만 국군장병들이 무려 8년간을 먹을 수 있는 어마어마한 양이다. 북한 정권이 현금(달러)이 아닌 쌀로 관광대금을 받을지는 확신이 안 가지만 이 또한 협상으로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볼 일 아닌가. 일단 협상해 본 다음 안 되면 또 다른 방법을 찾아야지 마냥 안 된다고 주저앉아 등 돌리고 있으면 통일의 대문은 도대체 어느 누가 열어준단 말인가?

탈북자 정책에서도 대전환이 필요하다. 우선 탈북자라는 고리타분한 이름부터 바꿔주길 바란다. 3만 탈북민은 추앙받아야 할 ‘영웅’도 아니지만 멸시받아야 할 ‘도망자’도 아니다. 권력을 쥔 높은 분들은 탈북민 행사에 오기만 하면 “여러분은 먼저 온 통일입니다”라고 일갈하는데 현실은 ‘먼저 온 실패’일 뿐이다. 왜? 탈북민 관련 지원기관에도 온통 낙하산 인사로 남한 사람들이 차지하고 탈북민 대다수는 우리 사회의 가장 아래인 기초수급대상자로 변두리에서 전전긍긍하고 있는데 이것을 ‘먼저 온 통일’이란 찬란한 용어로 찬미할 수 있단 말인가?

대한민국에서 법적으로 사용하는 단어인 ‘북한이탈주민’의 이탈이란 단어는 일탈의 느낌이 강하다. 결국 어떤 호칭도 탈북민들의 정체성을 온전히 말해주기는 어렵겠지만, 때로 이 호칭은 김춘추의 시 ‘꽃’처럼 불러주어 주체가 되기보다 대상을 규정하고 꼼짝 못하게 가두는 도구처럼 보인다. 3만여명의 탈북민들은 북한 2400만 동포의 진정한 대변자이고 그들의 진정한 자아와 이해를 대표한다고 자부한다. 또한 탈북민들은 북한 주권을 대표하며 진정한 한반도 평화통일의 주체이다.

김씨 왕조 70년에 집착하며 아직도 세기말적인 인권탄압을 일삼고 있는 평양의 집권세력과 그에 침묵하는 북한 땅에 남겨진 사람들은 절대로 북한의 주체가 될 수 없지 않는가. 통일의 마중물 탈북민들은 이제 전열을 가다듬고 통일의 역군으로 준비되어야 하며 다가오는 통일시대를 감당할 새로운 각오와 의지를 결연히 해야 할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그동안 말로만 강조되던 통일준비에서 벗어나 탈북청년학생들과 지식인들, 나아가 3만여 탈북민 모두를 북녘땅으로 돌아가 70년 독재에 찌든 그 땅을 자유화·민주화 할 수 있는 통일선봉대로 키워주기 바란다. 현재 대학을 마친 수많은 탈북청년 학생들은 더 이상의 학위를 공부하고 싶어도 학비문제로 좌절하고 있다. 속히 통일대학원대학교를 설립해 이들에게 학문의 길을 열어준다면 통일인재 양성은 저절로 될 것이다.

일부 탈북민들 속에서는 문재인 정부에 대해 우려의 시각을 보내기도 하는데 그럴 필요 없다고 본다. 남북한 관계와 통일의 길에서 스스로 이념의 포로가 된다면 그 세력은 분명 낙오세력으로 역사의 저주를 면치 못할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대한민국 헌법에 따라 선출된 합법정권이다. 일각에서 그를 ‘종북’ 내지 ‘빨갱이’라는 저급한 표현으로 비난하는데 이는 결국 대한민국 헌법을 종북과 빨갱이로 규정하는 데 다름 아니다. 현 신정부는 우리 3만 탈북민에 대해 공약을 통해 약속하였다. 탈북민을 통일의 주체로 인정하고 정착과 복지에 대해 절대적인 지원을 하기로 말이다. 우리 3만 탈북민은 문재인 정부 탄생에 박수를 보내며 반드시 새 정부는 통일을 여는 정부로 역사에 남기를 소망해야 할 것이다. 모처럼 찾아온 남북 화해 분위기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김정은의 손에서 핵무기를 내려놓고 이 땅에 평화통일의 기운이 약동하는 새 시대가 열리기를 갈망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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