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철 한국기술금융협회 IT 전문위원

 

구약 창세기에는 하느님이 자신의 모습을 본 따 인간을 창조했다고 하는데, 신이 창조한 인간의 여러 신체부위 중 단연 신과 유사한 부위는 바로 ‘뇌’라 할 수 있으며, 인간이 표현하고 행동하는 거의 대부분은 경험과 학습을 통해 지식이 축적된 ‘뇌’의 결정과 판단에 따라 이루어지게 되므로, ‘뇌’는 인간의 모든 것이라 불려도 큰 과장은 아닐 것 같다.

2002년 개봉돼 전 세계적으로 큰 흥행을 기록한 톰크루즈 주연의 ‘마이너리티 리포트’에는 3명의 예지자(precogs)가 등장하는데 이들은 미래의 사건을 볼 수 있으며, 미래발생 사건에 대한 영상은 그들의 뇌를 통해 연결된 컴퓨터를 통하여 디지털영상으로 전달되고, 범죄예방국 소속 수사관들은 이를 보고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범죄를 예방코자 사전에 예비범죄자를 체포하여 범죄를 막는 장면이 등장한다. 상상속에서나 있을 법한 이러한 영화 줄거리가 최근 연구 개발 중인 ‘뉴럴 레이스(Neural Lace)’라 불리는 IT기술을 활용한 뇌와 컴퓨터 연결 기술을 통해 활발히 시도되고 있으며, 조만간 현실화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놀라움을 금치 않을 수 없게 된다.

전기자동차로 유명한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인 엘런 머스크는 뇌연구 아이디어 기반 Start-up기업인 ‘뉴럴링크(Neural Link)’를 설립해, 위에 언급된 뉴럴 레이스 기술을 활용해 인간의 뇌신경세포인 뉴런과 컴퓨터를 연결하는 것을 사업목표로 추진하고 있다. 뉴럴 레이스기술은 초소형 인공지능 칩(AI Chip)을 인간의 뇌 겉부분인 대뇌 피질에 이식한 뒤, 이 칩을 이용해 인간의 생각을 업로드, 다운로드 할 수 있는 기술을 의미한다. 좀 더 상세히 알아보면 액체 상태의 전자그물망을 뇌에 주입하면 특정 뇌 부위에서 액체가 최대 30배 크기의 그물처럼 펼쳐지며, 펼쳐진 그물망은 뇌세포들 사이에 자리를 잡아 전기신호를 감지할 수 있게 된다.

인간은 자극을 받았을 경우 전기를 발생시켜 뇌에 신호를 전달하는데, 자극의 정도와 그에 대한 반응명령에 따른 미세한 전기신호 강도의 차이를 포착해 AI칩에 전달하고, 칩에 모아진 정보는 다시 블루투스와 같은 무선 네트워크로 외부 컴퓨터나 모바일기기에 전달돼 실제 인간이 한 행위와 비교하면, 뇌파에 따른 인간의 행위조절을 알 수 있게 된다는 원리이다.

‘뉴럴링크’사는 뇌질환 치료 및 예방을 기업설립의 최우선 목표로 삼고, 이와 같은 원리를 이용해 간질, 우울증 등과 같은 정신질환 보유 환자에게서 이상신호를 포착, 그 원인을 분석하고 치료법을 찾고자 하고 있다.

본 기술이 보다 구체화되어 발전된다면 뇌에 연결된 칩을 통해 컴퓨터에 명령을 내려 동작하게 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얘기인데, 단지 생각만을 가지고 마우스를 움직여 동작을 실행케 하는 새로운 세상에서는, 루게릭병 환자로 세계적 천문물리학자인 영국의 스티븐 호킹 박사나 시각장애 연구자 등 정상적 생활에 불편을 가지고 있는 다양한 장애인들에게, 일반인들과 큰 차이 없이 생활이 가능하고 연구도 진행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니 참으로 대단한 도전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분명 ‘뉴럴링크’사의 프로젝트는 인류 역사 발전의 한 족적을 긋는 의미 있는 연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상상에 지나지 않지만 본 기술이 본격 상업화될 경우, 인간이 컴퓨터에 명령하는 것이 아닌, 오히려 역으로 컴퓨터가 인간의 뇌에 명령하여 행동을 조절할 수 있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으며, 악의적 해커(Black hacker)의 경우 타인의 행동을 지배, 조정하여 범죄에 악용할 수도 있게 된다. 예를 들면 불특정 타인의 생활을 해킹하고, 행동을 통제하여 불법 인터넷뱅킹으로 돈을 탈취하는 등 소프트 범죄는 물론, 요인 살해 등 하드 범죄도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이 같은 역효과에 대한 방비대책은 본 기술개발과 더불어 동시에 연구돼야 하며, 당연히 그리 될 것으로 믿는다.

최근의 IT기술의 진보가 놀랍도록 빠르다. 단순 기술 발전은 물론, 기기 간, 기술 간 융합을 통한 새로운 기술의 개발, 아이디어 발현 등 그 발전 속도를 예측하기가 매우 곤란할 정도이다. ‘뉴럴링크’를 통한 엘런 머스크의 ‘뇌’에 대한 도전은 이같이 빠른 발전 과정에서도 단연 차별화되는 시도가 아닐까 한다. ‘인간애’를 기본으로 한 휴머니즘에서 비롯된 본 연구가 끝까지 순수함을 잃지 않기를 기대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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