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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희 건축가
인간이 아무리 재주를 부려보아도 하늘 아래 사람이고 부처님 손바닥 위에 있다. 디자인을 아무리 잘 하더라도 없던 것이 나타나거나 사라진 것이 다시 나타나게는 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이미 존재하는 것을 보다 쓰임새 있게, 누가 보아도 관심 가질 수 있게 하는 것은 가능하다.

하늘이 두 쪽 나더라도 헤어지지 않겠다던 연인 관계도 시간이 지나 서로 각자의 길을 갈 때도 있고 혹시라도 다행스럽게 인생의 동반자로 평생을 함께할 약속을 했더라도 그때의 마음은 온데간데없이 끝없는 다툼으로 서로의 마음을 불편케 하는 일이 다반사다.

무엇인가에 홀린 듯 좋아하게 되는 디자인이 있다. 나는 생각지도 못한 것을 저 디자이너는 결국 생각해낸 것인가?

그림을 그리는 일은 자신을 투영하는 일이다. 그래서 공장에서 물건을 찍어내듯 많은 양의 그림을 단번에 그리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닐 것이다. 어쩌면 불가능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 수많은 그림에 매 순간 자신의 마음을 담아내는 것이 쉽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우리가 말하는 괜찮은 디자인이란 말은 자신의 마음을 내보이는 것은 아닐까? 맞고 틀림을 떠나 ‘이건 딱 내 마음에 든다’고 하는 순간 내면의 희열과 동질감이 교차하는 과정인 것이다. 그래서 디자이너는 끊임없이 자신을 들여다보고 끊임없이 마음을 살핀다.

창작자가 투영된 그림은 상대방이 먼저 알아본다. 그림 속, 마음을 읽을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좋은 디자인은 상대방 눈에 잘 띄고 읽히는 것일 텐데. 어쩌면 자신의 마음을 맘껏 관찰하게 한 것은 아닌지, 보이는 마음을 그리거나 디자인한 것은 아닌지 자신에게 되물어 보고 싶다.

인생은 생로병사가 정해져있지 않다. 언제 어떤 길을 가게 될지 모른다. 그래서 자신의 마음을 잘 다스리는 디자인은 마치 살아 있는 생명체 같다. 관심을 끄는 그림을 보고 있자면 신기하기도, 불편하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갖고 싶기도 하다. 마치 사람과 대화하는 것 같다. 그런 그림을 좋은 그림이라고 하고 싶다. 그리고 그런 스케치가 디자인으로 제품이 된다면 좀 더 매력적인 물건이 될 것이다.

자주 들르는 중국집이 있다. 그 집에서 매번 먹던 음식이 평소와는 다르게 요리될 때가 있다. 처음에는 조금 불쾌했다. 소문난 음식점이 갈 때마다 맛이 달라서야 되겠냐는 마음이 생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좀 더 자주 가서 먹고서 알게 된 것은 종종 다르게 요리되어 나오는 음식 맛 때문에 질리지 않고 그 집을 계속 찾게 되는 이유가 아닐까 생각하게 됐다. 그래서 으레 이번에는 조금 덜 짤까, 더 짤까, 어떤 맛으로 요리될까 요리사의 마음이 궁금해질 때가 있다. 이 정도면 그 집의 유명세에 전혀 손색이 없을 기대치가 아닐까? 디자인에 바라는 마음도 그런 마음은 아닐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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