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현 주필 

 

대통령은 적어도 천심(天心)과 민심(民心)을 다 얻어야 되는 것으로 사람들은 믿는다. 일종의 운명론이다. 대통령은 하늘의 선택이며 민심의 선택인 것이 틀림없다. 그 대통령에 두 번째로 재수(再修) 출마한 문재인이 압도적인 표 차이로 당선됐다. 탄핵으로 궐위된 대통령 자리를 메웠을 뿐만 아니라 그는 당당한 우리의 새 대통령이다. 이렇게 캠페인(campaign) 기간은 짧았지만 치열함에서는 역대 어느 대선(大選)보다 더 무섭게 불꽃을 튀긴 5.9 장미대선의 대단원은 막을 내렸다. 이젠 다시 새 대통령을 중심으로 국민 모두의 마음을 모을 때다.

대통령과, 그 대통령이 이끄는 나라와 국민은 공동운명체일 수밖에 없다. 설사 표로서 그를 지지하지 않았더라도 그의 성공을 기원하는 것이 이 나라와 우리 자신 모두를 위한 마음이라 할 수 있다. 덧붙이면 그것이 건전한 국민정신이며 국민의 도리다. 더구나 지금은 국내외에 조성된 시국이 참으로 엄혹한 때다. 탄핵으로 빚어진 국정 혼란에서 빨리 벗어나야 하며 추락한 나라의 명성 또한 시급히 복원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강조했던 대로 ‘나라를 나라답게’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당선 후에 이루어진 문재인 대통령의 일차적인 동선(動線)들은 ‘준비된 대통령’의 면모를 과시하는 그런 것들이었다. 그만큼 그의 행보는 거침이 없었다. 동시에 ‘기대 반 걱정 반’의 심정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는 국민들을 안도케 했다. 그는 캠페인 과정에서 자신이 ‘준비된 대통령’임을 강조했었다. 그의 첫 동선들은 바로 그 같은 말 그대로를 반영하는 것이었으며 국민의 여망과 조화를 이루는 것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의 대통령직 수행은 소탈하고 간소한 취임식으로부터 시작됐다. 그는 국회의장에 취임선서를 했다.

대통령 자리는 쉽게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렇기에 화려한 취임식을 원하는 것이 인지상정(人之常情)임에도 그는 번례(煩禮)를 사양했다. 이는 그의 어려운 시국을 바라보는 혜안이 빚어낸 슬기로움이라 할 수 있다. 그의 취임 일성(一聲) 역시 그런 의미를 담고 있었다. 그는 ‘작은 청와대와 겸손한 권력’을 표방했다. 더 말할 것 없이 이는 여소야대(與小野大)의 상황과 부합한다. 하지만 그것이 다는 아니다. 국민은 그 직전에 오만방자함으로 탄핵당한 ‘나쁜 권력’을 경험했다. 권력의 사유화에 의한 국정농단이었다. 따라서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식에서 표방한 ‘작은 청와대 겸손한 권력’은 그 같은 나쁜 권력과 결별하는 역사적인 선언으로 간주될 수 있다. 반드시 그래야 하지만 이런 원칙이 수미일관(首尾一貫)만 될 수 있다면 그는 필시 성공한 대통령이 되고도 남을 것이라 믿지 않을 이유가 없다.

취임 선서 후 그는 가장 먼저 현충원을 찾았다. 이 정도는 생략할 수 없는 의례이며 관례에 속한다. 그에 앞서 그는 합참의장과 통화해 적정(敵情)과 군 대비태세를 보고받음으로써 줄곧 적대정파에서 불안하다고 공격당한 안보 문제를 우선적으로 챙기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 점을 국민은 예의(銳意) 눈여겨 보아두었을 것임이 틀림없다. 한편 우리는 적어도 여야를 아우르는 협치(協治)가 없으면 국정을 이끌어나가기가 어려운 형국에 처해있다. 그가 야 4당을 찾아 국정의 동반자가 돼줄 것을 부탁하고 자주 찾을 것이며 소통할 것을 약속한 것은 그런 현실에 대한 성찰에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 대통령이 과거의 사례에서처럼 오만한 ‘불통(不通)’이어서는 대립과 갈등밖에 정국(政局)에 낳을 것이 없다. 국민이 그의 행보를 주시하며 그의 ‘소통(疏通)’ 능력에 기대를 거는 까닭이 그것이다.

그는 국무총리와 청와대 필수 요직 인선을 진행하는 등 권력 행사와 국정 운영의 정상화를 위한 메커니즘(mechanism)을 만들기에 바쁘다. 바쁘긴 하지만 척척 무엇이 나오는 것을 보면 이미 준비해두었던 것을 꺼내는 것 같기도 하다. 좋은 모습이다. 특히 국무총리에 호남 인사를 발탁한 것이 주목된다. 이는 국민화합과 통합에 관한 그의 의지에 국민이 확신을 갖게 했다고 할 수 있다. 인사가 만사다. 고른 인재 등용과 피아(彼我)의 개념이 불식된 인사가 나라를 평화롭게 하며 국민을 화합케 한다. 그런가 하면 그는 청와대에 일자리 위원회를 설치했다. 대통령이 되고 난 후 그가 한 첫 번째 지시다. 그의 공약대로이며 그가 한 공약에 대해 진정성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기왕에 설치된 것이라면 그 기구가 실질적인 성과를 내어 일자리가 없어 시름에 젖은 많은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게 된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게 될 것이다. 한미동맹 문제, 이것은 많은 국민이 뜨거운 관심과 기우(杞憂)를 갖고 지켜보는 현안 중의 하나다. 국민들은 앞으로 전개될 ‘한미동맹’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대처 방식에 대해 촉각을 예민하게 곤두세우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취임 첫 날 이루어진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는 큰 관심사였으며 그 통화 자체만으로도 국민이 안도감을 얻기에 충분했다. 트럼프는 미국을 방문해주도록 문재인 대통령을 초청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에 흔쾌히 응함으로써 한미동맹의 순항을 위한 대장정의 서막을 열었다.

한미동맹은 누가 뭐라 해도 우리 안보의 근간이며 적어도 통일의 그날까지는 앞으로도 그럴 수밖에 없고 그래야만 한다는 것은 불문가지(不問可知)다. 하지만 우리의 왼쪽 팔을 강하게 잡아끄는 중국이 있으며 북한이라는 변수가 있어 자칫 동맹의 도정에 풍랑(風浪)을 만날 수도 있는 것이 한미동맹 문제라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당장 설치가 기정사실화된 고고도미사일방어 시스템(THAAD)에 대해서도 중국은 반대하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압박이든 대화든 국제공조와 궤(軌)를 같이 할 수밖에 없는 북한 문제 역시 우리가 하기에 따라 한미동맹의 틈을 벌려 놓을 수도 있음을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안보 문제는 사느냐 죽느냐의 문제다. 냉탕 온탕 식은 있을 수 없다. 정파의 시각이 아니라 철저한 국익 우선의 사고와 시책으로 슬기롭고 신중하게 대처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안보정책 또한 유연성 면에서는 그 폭이 어느 정도일지는 모르겠으나 본질적인 면에서는 이와 하나도 다르지 않다고 믿는다. 어떻든 문재인 대통령 출범으로 천하는 바뀌었다. 대통령제에서 대통령 정치가 천하만사이므로 그의 성공이 우리의 성공이고 한국의 성공이라는 것을 국민은 잊지 말아야 한다. 채찍도 필요하지만 그의 성공에 협력을 아끼지 않는 것이 국민된 도리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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