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병 정치평론가 

 

19대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압도적 표 차이로 당선될 수 있었던 이유와 그 의미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딱 한 줄로 요약하면 “촛불민심이 정권교체를 통해 적폐청산을 요구했다”고 말할 수 있다. ‘촛불민심’이 문재인 정부의 뿌리라면 ‘정권교체’는 줄기일 것이며 ‘적폐청산’은 그 결실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촛불민심을 받드는 ‘광화문 대통령’을 역설했으며 ‘정권교체’를 대선의 핵심 슬로건으로 내세울 정도였다. 게다가 ‘적폐청산’은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대통령의 상징적인 공약이 됐다. 이제 문재인 정부가 국정운영의 틀을 잡아가고 있다.

국민통합과 적폐청산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 취임식에서 밝힌 국정운영 방안은 핵심 내용이 ‘국민통합’이었다. 문 대통령은 “(나를) 지지하지 않은 분도 국민”이라면서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리고 취임식을 하기도 전에 야4당 지도부를 만난 것도 ‘협치’ 없이는 그 어떤 국정운영도 어렵다고 봤기 때문일 것이다. 당연하고도 옳은 판단이다. 120석의 집권당만으로는 국회에서 법률안 하나 제대로 통과시키기도 어렵다. 따라서 대통령에 당선된 직후 직접 야당을 찾는 모습이 이례적이긴 하지만 신선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그러나 좀 더 본질적인 문제를 짚어보자. 국민통합이라는 대의명분을 누가 반대하겠는가. 중요한 것은 국민통합을 강조할 경우 지난 대선기간 내내 강조했던 적폐청산은 어떻게 할 것인가의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점이다. 자칫 두 개의 목표가 대립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은 취임 일성으로 국민통합을 강조했다. 물론 ‘취임식’이라는 첫 메시지의 무게가 컸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 상황에서 국민통합보다 더 시급한 과제가 무엇이 있겠는가. 그렇다면 열 번이고 강조해도 박수를 칠 일이다.

그럼에도 국민통합의 메시지가 자칫 적폐청산을 포기하거나 뒤로 미루는 명분이 돼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올바른 의미에서의 국민통합은 적폐청산이라는 대의 위에서 이뤄질 수 있는 자연스런 결과이다. 선거용 구호로 적폐청산을 외쳤다가 막상 권력을 잡은 뒤에는 국민통합을 명분으로 흐지부지한다면 국민통합인들 제대로 이뤄질 수 있겠는가. 오히려 국민의 불신과 분노만 더 키울 수도 있는 일이다.

촛불민심의 결론은 박근혜 정부를 농단한 각 부문의 적폐들을 일소하라는 시대적 요청이었다. 국민통합은 그 결과물일 뿐이다. 물론 ‘국민의 바다’에는 적폐란 것이 없다. 그 바다를 갈라치고 뒤집으며 오염시키는 무리들이 적폐세력의 핵심이다. 정치권을 비롯해 관료 집단과 전문가 집단 그리고 민간부문에도 적폐세력이 켜켜이 쌓여있다. 그야말로 민생의 암적인 존재들이다. 혹여 국민통합을 명분으로 이러한 암 덩어리들을 대충 덮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마침 청와대 민정수석에 강성 개혁론자인 조국 서울대 교수가 발탁됐다. 적폐청산, 쇼를 하는지 아니면 촛불민심을 제대로 받드는지 꼼꼼히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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