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전도비 (사진제공: 국립중앙박물관) 

석촌호수 서호 언덕으로 이전, 25일 준공

[뉴스천지=서영은 기자] 1639년 병자호란 때 청나라 태종에 의해 세워진 ‘삼전도비(三田渡碑)’가 최초 설립 위치였던 석촌호수 서호 언덕으로 옮겨진다. 1895년 이후 115년 만에 제자리를 찾은 셈이다.

‘삼전도비’는 청나라 태종이 조선의 항복을 받고 자기의 공덕을 자랑하기 위해 세운 전승비(戰勝碑)로 조선이 항복한 사실과 항복한 뒤 곧 회군(回軍)하였다는 굴욕의 내용이 기록돼 있다. 조선 굴욕의 한 부분이 새겨진 이 비(碑)는 1895년 고종의 명으로 땅에 묻혔다가 일제강점기에 다시 세워졌다.

광복 후에 다시 땅속에 묻혔다가 1963년 홍수로 모습이 드러났고 석촌동 내에서도 2~3차례 이전을 거쳐 최근까지 송파구 석촌동에 있었다. 2007년에는 붉은 페인트로 훼손되는 수모를 겪는 등 조선의 역사만큼이나 고난을 당한 바 있다.

수난의 삼전도비(사적 제101호)가 제자리를 찾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렸다. 역사적 연고가 전혀 없는 곳에 비석이 들어서 있어 재산권에 피해를 미친다는 송파구 주민들의 요구에 따라 2003년부터 이전에 대한 심의를 요청해왔다.

그러나 문화재위원회는 원위치에 대한 정밀한 고증 없이는 이전이 불가능하다며 비의 이전을 미뤄왔다. 이후 2008년 3월 송파구청은 원위치에 대한 고증자료를 제출해 그해 4월 문화재청으로부터 최초 위치에서 가장 근접한 지역으로 이전하라는 승인을 받아냈다.

이후 지난해 12월부터 4개월간의 이전작업이 진행됐다. 그동안 풍화로 마모된 비를 보호하기 위해 현대적인 양식의 보호각을 설치하고 균열된 비신을 보수하는 등 문화재보존 작업이 병행됐다.

구는 CCTV 설치 및 문화재 지킴이를 배치하는 등 최대한 훼손을 방지하고 보존할 계획이다.

구 관계자는 “이번에 이전된 석촌호수는 서울에서 유일한 도심 속 호수로 평일 1만 명, 주말 2~3만 명의 서울시민뿐 아니라 관광객이 즐겨찾는 서울의 명소다. 덕분에 치욕의 역사이긴 하나 자라나는 세대에게 이 나라의 힘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훌륭한 역사교육의 장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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