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가음식(가운데 황남 문영빈). (제공: 하동군)

[천지일보 경남=이선미 기자] 하동군 북천면 직전마을의 강성(江城)문씨 세거지 직하고택(稷下古宅)에서는 전통 종가음식문화제가 열린다.

하동군은 북천 꽃양귀비 축제가 열리는 13∼17일 5일간 축제장 인근 직전마을 직하고택에서 하동종가음식문화제를 개최한다고 10일 밝혔다. 직하고택은 원나라로부터 목화씨를 가져와 목화 보급에 힘쓴 고려 말기 학자이자 문신 삼우당 문익점 선생의 10대손 직재하(稷齋下) 문헌상(文憲商·1652∼1722) 선생이 약 350년 전 이 마을에 건립한 고택이다.

숙종 21년(1695년) 정3품 절충장군과 첨지중추부사로서 문·무를 겸직한 직재하 선생은 당시 절친한 친구가 유배 갈 때 귀양살이와 죽음을 함께할 것을 자청한 의인으로 이름을 떨쳤다.

직하고택은 경술국치 후 가산 1000여 두락(1두락 현재의 논 660㎡)을 독립자금으로 맡긴 황남 문영빈(1891∼1961)에 이어 하동군 초대 농협 조합장을 지낸 우남 문후근(1917∼1992)에 이르기까지 350여년 동안 살림집으로 이어오다 이번에 처음 일반에 공개된다.

우남 선생의 부인 박춘자(90) 여사가 종부로 있는 고택은 안채와 사랑채, 부속건물 등으로 지어졌는데 약 80년 전 안채가 소실돼 초가로 재건축됐다. 그러나 고방·부속건물 등 6채는 사라졌고 사랑채는 오래된 기와와 누수로 2000년에 현재의 함석지붕으로 덧 씌어졌다

조선·근대사의 애환과 환희를 고스란히 품고 있는 고택은 돌담으로 이뤄진 정원과 거대한 고목이 전해주는 힘찬 기운 그리고 냇물로 이어지는 소나무 숲 서낭길이 어우러져 전통 한옥의 예스러움이 예사롭지 않다.

작은 한옥 방에 다소곳이 놓인 아름다운 소목 가구와 전통 혼례 보의 절묘한 조화는 따스했던 옛 추억을 한꺼번에 되살려 주고 텃밭에서 나는 푸성귀에 씨간장으로 간을 맞춘 종갓집 음식에서 어머니의 내음을 맡을 수 있다.

이번 문화제는 ‘옛 아름다움의 초대 한옥에 살다’를 주제로 첫날 개막식에 이어 14일 요리가 김양희 선생의 자연 밥상 차리기, 15일 권승미 선생의 전통 가양주 만들기, 16일 전통혼례 보자기 장인 최은경 선생의 전통 혼례보 만들기 이론과 실습이 진행된다.

또한 행사 기간 사랑채와 안채에서는 전통 혼례보와 소목 가구, 종가음식 시식회도 준비되고, 문화해설사를 통한 종가 해설도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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