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새로운 역사를 썼다. 그리고 이변은 없었다. 당사국 대한민국은 물론 전 세계 초미의 관심 속에 끝난 19대 대통령선거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이제 대한민국은 지지와 반대는 뒤로 하고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하는 새로운 대한민국을 향해 나아가야만 한다. 대한민국호(號)의 선장은 문재인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민주주의며, 민주국가 국민이 가져야 할 성숙된 자세며 나아가 운명이다. 그리고 그가 뱉은 일성(一聲)은 ‘개혁과 통합’이라는 화두였다.

이제 금번 대선의 의미를 잠시 들여다보자. 금번 대선 투표율은 지난 18대보다 1.4% 오른 77.2%로 마감됐다. 이 수치는 최순실 국정농단, 촛불시위, 대통령 탄핵, 급변하는 한반도 정세와 안보 위기 등을 고려해 볼 때, 그 어느 때보다 대선 참여의식이 높을 것이라는 예상을 완전히 뒤엎은 결과로 봐야 한다. 이 같은 현상은 역사상 가장 중요한 시기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지도자를 뽑아야 하는 부담감이 결국 투표포기로 이어진 것은 아닐까. 투표포기 속에 담긴 투표권자의 고뇌와 간절함이 역설적으로 표현된 것일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조심스럽게 가져 보게 된다. 다시 말하면 기권자의 눈높이로 이 나라를 맡길 인물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을 것이라는 추측도 가능해 보인다. 그렇다고 기권자들을 두둔하고자 함은 결코 아니다. 솔직히 말해 필자 역시 투표장으로 향하면서 누구를 찍어야 할지 망설이며 고뇌했던 사람 중에 한 사람이었으며, 한량없이 무겁고 힘든 마음으로 투표권을 행사했기 때문이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라고도 한다. 그래서 그 결과를 인정하고 승복하고 축하하는 것이 민주국민의 의무이기도 하다. 하지만 선거라는 다수결의 원칙은 민주주의를 유지해 가기 위한 하나의 훌륭한 수단에 불과한 것일 뿐, 민주주의에 대한 답도 진리도 아니라는 점을 같이 인식해야 한다. 따라서 승자는 우선 겸허한 자세로 결과를 받아들여야 하며, ‘올챙이 시절 기억 못한다’는 속담이 있듯이, 결코 교만이 앞선 권력자의 자세로 돌변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온 나라를 혼란에 빠뜨린 국정농단의 어두운 그림자가 아직도 드리워져 있는 상황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어쩌면 문 대통령보다 적은 표를 얻은 후보가 이 나라와 국민을 위해 더 필요하고 합당한 비전과 정책과 철학을 가진 인물일 수도 있다는 점을 절대 간과해선 안된다.

우선 선거 운동 시 내걸었던 약속과 공약에 대해 하나하나 점검을 하며 국민을 기망하는 일이 있어선 안되겠다. 중요한 것은 인수위원회(인수팀)에 의한 인수인계 과정이 생략된 가운데 진행되는 국정 인수는 상당한 우려도 예상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따라서 문 대통령은 총리 선정은 물론 비서진과 내각 구성이 시급할 것이며, 관계자들과 함께 자신의 철학이 담긴 임기 내 펼칠 국정현안에 대한 손질 또한 시급하다. 나아가 현실적 최우선 당면과제를 정리하고 해결해 가야 할 뿐 아니라 주요현안인 안보 외교 경제 교육 등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

한편, 대선 전 촛불과 태극기집회는 물론 대선 기간 내 ‘적폐 청산’ ‘친북 좌파’ 등 첨예하게 표출된 분열 양상은 국민대통합 차원에서 그 무엇보다 시급히 해결돼야 할 과제로 봐야 한다. 특히 문 대통령 입장에서 유념해야 할 것은 국민의 지지를 가장 많이 받은 반면 국민들이 가장 많이 반대하는 후보자였다는 점을 깊이 인식해야 할 것을 주문하고 싶다. 국민대통합이라는 과제가 가장 시급한 이유다. 더욱이 압도적 승리가 아니라는 점을 명심하고 반대에 섰던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데 실패한다면 5년 임기 동안 이 나라는 지난 그 어떤 정부보다 더 불행한 정부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과거 정부들로부터 전통처럼 여겨져 왔던 검찰과 언론 장악의 음모, 정경유착의 고리, 헌법에까지 명시된 정교분리 원칙의 무시와 외면은 더 큰 재앙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할 부분이다. 그러나 법과 원칙 안에서 분명하고 소신 있는 철학으로 대담하고 강력한 지도력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금번 19대 대한민국 대통령선거는 세계가 숨죽이며 지켜봤을 것이다. 최순실 국정농단, 대통령 탄핵, 위태롭기만 한 한반도 정세를 넘어 대선을 치른 저력을 가진 위대한 민족이며 국민이라는 사실을 국내외에 과시한 국민의 승리다. 이제 문 대통령은 남북관계를 포함한 복잡한 한반도 정세에 있어 ‘한반도 독트린’을 발표함으로써 주권국가의 지도자로서 주도권을 가지고 외교무대에 설 것을 주문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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