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블라디보스토크 총영사관, 시당국에 공식 건의

(블라디보스토크=연합뉴스) 러시아 주블라디보스토크 한국총영사관이 구한말 이래 한인들이 집단으로 거주했던 거리의 명칭을 예전처럼 '까레이스카야 울리짜(한국의 거리)'로 환원해줄 것을 요구하는 건의문을 블라디보스토크 시당국에 제출, 채택 여부가 주목된다.

김무영 주블라디보스토크 총영사는 25일 "블라디보스토크에는 구한말 이후 한인들이 집단으로 이주해 '개척리'라는 마을을 형성했고 거리의 이름도 까레이스카야 거리로 불렸던 곳이 있다"며 "한-러 수교 20주년을 맞아 양국간 우호와 교류증진을 위해 현재의 도로이름을 예전처럼 환원시켜줄 것을 공식으로 건의했다"고 말했다.

옛 까레이스카야 울리짜는 블라디보스토크역을 중심으로 서쪽 해안가(나베르즈나야)에 있는 1㎞가량 되는 도로로, 현재는 '빠그라니츠나야 울리짜'로 불린다. 중간에는 시베리아횡단철도(TSR)가 통과하고 종합운동장과 한국총영사관 등이 있다.

1870년대 이후 블라디보스토크로 이주한 한인들은 이곳에 집단으로 거주하며 '개척리'라는 마을을 형성했고 러시아 당국은 1893년부터 마을 중앙도로를 '까레이스카야 울리짜'로 명명, 지도나 공문서 등에서 공식적으로 사용했다. 그러다 시베리아횡단철도 남쪽은 1917년, 북쪽은 1941년 각각 현재의 '빠그라니츠나야 울리짜'로 개명했다.

영사관은 도로명을 '까레이스카야 울리짜'로 환원해줄 것을 촉구하는 건의문을 최근 블라디보스토크 시당국에 제출한 데 이어 개명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시장, 시의회 의장, 대학총장 등 지역 주요 인사들과 다각도로 접촉하고 있다.

블라디보스토크 시당국은 한국영사관측의 건의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으며 조만간 각계 의견을 수렴, '거리명칭변경위원회'를 열어 변경 여부를 결정한 뒤 시의회 의결을 거쳐 확정할 방침이다.

까레이스카야 울리짜는 일제 당시 러시아로 이주한 최재형, 장지연, 차석보, 문창범, 최학만 등 애국지사들이 민족의식을 고취하기 위해 신문을 발간했던 곳이어서 역사적 의미 또한 크다.

1908년 2월 이 거리 344번지에서는 해조신문이 창간돼 2개월간 매일 신문을 발간했고 그해 5월 600번지에서는 대동공보가 창간돼 국권회복과 민중계몽을 위한 다양한 보도활동을 전개했다.

수원대 박환 교수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터전으로서 연해주 그리고 고려인'이라는 논문에서 "러시아로 이주한 한인 동포들은 개척리라는 마을을 형성했고 국권회복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민중을 계몽하기 위해 일제의 갖은 탄압에도 불구, 잇따라 신문을 발간한 역사적인 현장"라고 밝혔다.

개척리에 살던 한인들은 그러나 1911년 러시아 당국이 장티푸스를 이유로 마을을 폐쇄하고 군대막사를 설치함에 따라 이곳에서 3㎞가량 떨어진 곳으로 이주, '신한촌'이란 마을을 형성했다.

한인들이 한때 1만명 가량 거주했던 신한촌에는 지금도 '서울의 거리'라는 뜻을 가진 '세울스카야 울리짜'라는 명칭이 있으나 거리는 없고 집만 한 채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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