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찬일 (사)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

 

다행스럽게도 ‘4월의 위기’에서 벗어나 안도의 숨을 내쉬고 있는 김정은에게 남쪽에 어떤 정부가 등장할지 또한 머리 아픈 일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그의 착각은 북쪽에 유리한 정부가 등장해 뭐 좀 퍼주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꽉 차 있겠지만 이제 그럴 일은 현실로 되기 어렵다. 대한민국 정부는 햇볕정책 10년, 압박정책 10년을 거쳐 오늘 새로운 통일 및 대북정책의 기로에 서 있다. 새로 탄생할 대한민국 정부는 이제 제3의 길(third way)을 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바이다. 즉 햇볕과 압박을 녹여낸 또 다른 새로운 방식을 선택함으로써 남북한 사이 다가가고 화해 협력하는 통일전야를 열어야 한다는 말이다.

통일의 길은 가볍게 가자면 당장이라고 쉽게 갈 수 있는 길이 확실하다. 즉 북한의 김정은이 핵무기를 내려놓고 평화의 메시지를 들고 나오면 문제는 간단하다. 그러나 북한은 미국이 평화협정을 체결해 주고 주한 미군을 철수 시키지 않는 한 절대로 핵무기를 내려놓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반드시 금강산관광 재실시와 개성공단의 재개 등 통일전야의 분위기를 마련해야 한다.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에 벌크 캐시를 주지 말고 쌀을 지불하는 방법 등 다양한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반드시 새 정부는 통일을 여는 정부로 역사에 남기를 소망한다.

북한은 엊그제인 6일 관영매체를 통해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새로운 대북정책을 전임 행정부 정책과 상표만 다르다고 비판했다. 특히 지난달 미국의 대북 군사압박으로 ‘한반도 4월 위기설’이 팽배했던 상황에 대해서는 미국의 패배로 끝났다고 비꼬았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미국은 우리 천만 군민의 불굴의 의지를 똑바로 보아야 한다’라는 제목의 개인 논평에서 “지금은 5월이다. 4월은 다 지나갔다. 4월 전쟁설을 내돌리던 미국의 허장성세는 패배로 끝났다”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5월 전쟁설을 열심히 불어댄다고 해도 그를 곧이들을 사람은 이제는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문은 “트럼프 행정부는 저들의 대조선(대북)정책이 얼마나 실속 없고 허황한 것인가를 온 세계 앞에 스스로 드러내놓았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트럼프와 그 수하 부하들이 오바마 행정부가 추진한 ‘전략적 인내’의 시대는 끝났다고 공언하면서 수립했다고 보도되는 대조선정책의 내용을 보면 별로 새로운 것은 없다며 굳이 차이점을 찾아본다면 대조선 적대시정책의 상표가 다르고 지속성과 무모성이 다르다고 평가했다.

신문은 전략적 인내라는 상표를 단 오바마의 대조선정책은 말 그대로 군사적 위협 공갈과 제재 압박을 지속적으로 가하면서 우리가 굴복할 때까지 인내성 있게 기다린다는 것이었다면 반면 ‘최대의 압박과 관여’라는 상표를 붙인 트럼프의 대조선정책은 군사적 위협 공갈과 제재 압박의 도수를 최대한 높이고 지어 군사력을 서슴없이 사용해서라도 짧은 기간 내에 우리 제도를 기어코 전복시킨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트럼프 행정부는 대조선정책에 미욱(미련)하고 조폭한 저들의 성격과 우리 공화국의 전략적 지위를 무시한 비현실성을 고스란히 반영하였다며 트럼프 행정부가 저들이 참패의 길을 걷고 있다는 것을 아직도 의식하지 못한다면 우리가 명확하게 일깨워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신문은 트럼프 행정부가 무모하게 군사적 광증을 부리고 더 강도 높은 제재 압박에 매여 달리고 있는 조건에서 자위적 핵억제력 강화를 위한 우리의 발걸음도 최대로 빨라질 것이라고 위협했다. 조선중앙통신도 이날 논평에서 최대의 압박과 관여를 대조선정책으로 책정한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는 남조선에서 사상 최대규모의 합동군사연습을 벌려놓은 데 이어 각종 핵전략 자산들을 연이어 조선반도에 들이밀면서 정세를 핵전쟁 접경에로 몰아가고 있다고 비난했다.

통신은 미국이 대조선제재와 핵위협을 강화하는 것은 조선의 막강한 핵 공격력을 날로 증대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이미 조선의 핵무력 고도화 조치는 최고 수뇌부가 결심하는 임의의 시각, 임의의 장소에서 다발적으로, 연발적으로 계속 진행될 것이라는 것을 엄숙히 천명했다고 덧붙였다. 김정은은 지금처럼 막가파식의 편법과 반칙으로 가는 한 대안이 없음을 알아야 한다. 중국은 이제 한국전쟁에서 희생된 자신의 장병들의 목숨까지 들고 나오며 북한과 계산하겠다는 으름장이 정녕 김정은의 귀에 들리지 않는단 말인가. 자신들이 문제를 일으키면 ‘안보’ 한 가지 때문에 무조건 북한의 편을 들어주던 어제 날의 중국은 이제 없다. 중국은 미국 못지않은 김정은의 새로운 ‘적’이다. 다이내믹하게 변화하는 한반도의 안보와 정치적 외압 앞에 김정은은 심사숙고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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