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재욱 충남대 명예교수

 

인류는 태초부터 대기 중의 먼지와 함께 지내왔으며, 앞으로도 눈에 보이지 않는 부유먼지 속에서 살아갈 것이다. 유럽 지역에서는 지난 수십년 동안 대기 중의 부유먼지 농도를 줄여나가는 환경정책을 통해 그 함량을 계속 줄여왔지만, 건강과 환경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새로운 미세(微細)먼지들이 계속 출현하고 있다. 이제 미세먼지는 봄철에 황사와 함께 찾아오는 불청객이 아니라 사철 아무 때나 방문하는 단골손님이 되어 있다.

날씨예보에서 미세먼지 농도 ‘나쁨’ 주의보가 자주 발령되며, 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미세먼지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렇게 우리 건강과 환경에 나쁜 영향을 미치고 있는 미세먼지의 정체는 무엇일까. 그리고 현재 인류가 전쟁을 치르고 있는 바이러스들보다 앞으로 더 큰 전쟁을 일으킬 수 있는 미세먼지에는 어떻게 대응해나가야 할까.

PM(Particulate Matter)으로 표기하는 미세먼지는 입자의 크기에 따라 지름이 10μm(1μm=1백만분의 1m) 이하인 PM10(미세먼지)과 지름이 2.5μm 이하인 PM2.5(초미세먼지)로 구분하는데, 초미세먼지는 지름이 머리카락 굵기의 1/20보다도 작은 아주 미세한 입자다.

미세먼지는 자동차 매연, 산업시설이나 화력발전소에서 배출되는 가스 등을 통해 대기 중으로 분출되며, 초미세먼지는 담배 연기나 가스레인지에서 요리할 때도 많이 발생한다. 우리나라의 미세먼지는 국내 발생원이 50~70%, 국외(특히 중국) 발생원이 30~50%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세먼지에 장기간 노출되면 면역력이 낮아져 감기, 천식, 기관지염과 같은 호흡기질환이나 심혈관질환은 물론 피부나 안구 질환도 유발될 수 있다. 특히 초미세먼지는 입자 크기가 매우 작기 때문에 호흡기를 통해 바로 폐로 들어와 폐포(肺胞)의 혈관으로 들어가 혈액을 따라 온 몸으로 운반되어 뇌졸중이나 심장질환을 일으킬 수도 있다.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지면 고혈압 발생률이나 사망률이 높아진다는 보고도 있다.

대기오염정보에서 미세먼지의 농도는 μg/m3(1μg=1백만분의 1g)으로 나타내며, ‘한국환경공단’에서는 전국의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농도 현황을 등급에 따라 ‘좋음’ ‘보통’ ‘나쁨’ ‘매우 나쁨’으로 구분해 실시간으로 예보하고 있다(참조: 한국환경공단 홈페이지, www.airkorea.or.kr). 미세먼지(PM10)의 등급은 0~30은 좋음, 31~80은 보통, 81~50은 나쁨 그리고 151 이상은 매우 나쁨 수준이며, 초미세먼지(PM2.5)는 0~15는 좋음, 16~50은 보통, 51~100은 나쁨 그리고 101 이상은 매우 나쁨 등급이다.

미세먼지의 농도 등급에 따른 ‘국민행동요령’도 ‘일반인’과 ‘민감군(어린이, 노인, 폐질환이나 심장질환을 앓고 있는 어른)’으로 구분해 발표되고 있는데, 이 행동요령에서 등급이 ‘보통’일 때 일반인은 행동에 제약이 없지만, 민감군은 장시간 또는 무리한 실외활동을 자제해야 한다. ‘나쁨’ 등급에서는 일반인도 ‘장시간 또는 무리한 실외활동을 자제’해야 하며, 민감군은 ‘장시간 또는 무리한 활동을 제한’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매우 나쁨’ 등급에서는 일반인은 ‘장시간 또는 무리한 실외활동을 자제’해야 하며, 민감군의 경우에는 나쁨 등급에서와 같이 ‘장시간 또는 무리한 활동을 제한’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이나 ‘매우 나쁨’ 등급인 날의 건강 생활수칙으로는 ▲등산, 축구 등 오랜 실외활동 자제 ▲어린이, 노약자, 호흡기 및 심폐질환자의 실외활동 자제 ▲학교나 유치원 체육수업의 실내수업 대체 ▲실외활동 시 마스크, 보호안경, 모자 등 착용 ▲창문을 닫고, 빨래는 실내에서 건조 ▲세면을 자주하고, 흐르는 물에 코를 자주 세척 ▲가급적 대중교통 이용 ▲야외 바비큐 자제 등이 제시되고 있다. 이는 미세먼지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항시 관심을 가지고 지켜나가야 할 수칙들이다.

‘미세먼지 비상’에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우선 정부는 미세먼지의 배출원을 정확하게 밝혀내 그 농도를 낮추는 장기적 환경정책을 마련해 시행해야 하며, 노약자나 어린이와 같은 취약계층의 건강관리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미세먼지에 대한 환경보건 분야의 연구지원도 대폭 확대해야 한다. 대학의 미세먼지 관련 전공학과나 연구기관들은 미세먼지를 포함한 대기오염에 대한 연구와 함께 대중교육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그리고 언론매체는 앞으로 인류의 건강과 환경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될 미세먼지에 대한 올바른 사회인식의 확산에 앞장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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