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빛 가리는 건 중국이 아닌 한국"

(워싱턴=연합뉴스) "일본, 유의하라! 일본의 빛을 가리고 있는 것은 중국이 아니라 한국이야!"
지일(知日)파로 분류되는 미국의 동아시아 문제 전문가가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에서 한미관계는 급속히 강화되고 있는데 반해 미일관계는 삐걱대고 있는 점을 대비시키면서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총리가 이명박 대통령으로부터 대미 외교전략을 배울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는 글을 발표했다.

미 외교협회(CFR) 일본 문제 선임연구원인 쉴라 스미스는 24일 CFR 홈페이지에 기고한 칼럼을 통해 워싱턴 핵안보정상회의에서 "한국의 이 대통령이 일본이 받았어야 할 각광을 차지했다"며 미국과 한.일 양국의 관계를 대비했다.

스미스는 이달초 핵안보정상회의를 전망하는 CFR 칼럼에서 "이번 정상회의는 일본이 빛을 발할 기회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었다. 그 근거로 일본이 세계에서 유일하게 원폭 피해를 당한 나라이고, 오바마 대통령이 주창한 `핵무기 없는 세상'이 2차대전 이후 일본이 표방해온 열망이었기 때문에 일본의 외교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제시했었다.

하지만 자신의 전망과 달리 2차 핵안보정상회의를 유치하면서 한국이 "이번 회의의 스포트라이트를 독차지해 일본이 빛을 내기 어려웠다"는게 스미스의 평가였다.

스미스는 "불과 몇년전만 해도 이곳 워싱턴에서는 한미관계에 대해 실망과 불만의 소리들이 나돌았고, 일본에 대해서는 자위대의 이라크 파병 등으로 미.일관계가 강화됐다는 칭찬의 소리들이 들렸다"고 회고했다.

그는 "하지만 오바마 행정부들어 하토야마 정부와의 불안한 미.일관계는 과거와 비교해 극명하게 대비되고 있는 반면 노련한(skilled) 이 대통령은 한국을 미국의 가장 우호적인 파트너 국가 리스트에 올려 놓았다"고 지적했다.

스미스는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비준이 이뤄지지 않는 것을 비롯, 여러 국내 난제들에도 불구하고 이 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이 신경을 쓰는 사실상 모든 이슈들에서 잘 대응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 대통령은 지난해 가을 오바마의 최대 어젠다가 아프가니스탄 안정이던 시기에 한국의 아프간 지방재건팀(PRT) 설치.운영을 약속했고, 오바마의 아시아 순방때는 문제 해결을 위해 친밀한 대화분위기속에서 매우 전략적인 사고를 동반한 그의 인간적 매력을 쏟아부었다"고 말했다.

또 한국의 2012년 2차 핵안보정상회의 개최, 올 가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유치 등을 일본과 대비되는 미국과의 관계속에서 한국이 성취한 성과물로 꼽았다.

스미스는 특히 "일본은 자신들의 빛을 퇴색시키는 것이 중국이 아니라 한국이라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면서 일본이 대미전략을 짜면서 한국으로부터 두 가지 중요한 점을 배워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첫째 이 대통령의 경우로부터 현재 미.일관계에서 잃어가고 있는 게 무엇인지 분명히 알 수 있다"며 "후텐마 기지 이전문제로 옥신각신하면서 미국과 일본은 보다 더 가까운 관계를 쌓아갈 중요한 기회를 잃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일 파트너십의 가치를 입증하는 중요한 영역의 공통 이해를 찾아내고 정책화하는 길을 찾아야 하며, 일본 지도자들은 그것의 중요성을 깨달아야 하며, 말이 아닌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미스는 두번째로 이 대통령이 정부 출범 첫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 파동으로 국내적으로 큰 홍역을 치렀던 점을 상기하면서 "하지만 이 대통령은 분명히 상황을 반전시켰고, 이 점은 하토야마 총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대통령은 오바마에게 많은 투자를 하면서 국내적 어젠다도 진전시켜냈다"며 "이 대통령의 목표인 한미 FTA 비준의 경우 오바마 대통령이 올해 초 국정연설에서 그 문제가 자신의 `해야 할 일' 리스트에 있다고 밝힌 바 있다"고 소개했다.

스미스는 "천안함 침몰사고를 계기로 한 긴장과 한반도의 갈등 상황은 이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의 친밀한 관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스미스는 "하토야마 총리는 미국과의 관계를 더욱 강화하기 위한 최선의 방안을 찾기 위해서는 우선 이 대통령과 만나 논의해야 할 것 같다"는 말로 글을 마무리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