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주교 평양교구가 지난 3월 18일 오전 12시 서울대교구 주교좌 명동대성당에서 ‘평양교구 설정 90주년 기념식’을 진행하고 있다. 주교단은 기념식에서 평양교구와 보스니아 반야루까교구의 자매결연서를 성모에 봉헌하는 시간을 가졌다. 봉헌은 염수정 추기경과 반야루까교구장 코마리챠 주교가 진행했다. ⓒ천지일보(뉴스천지)DB

천주교 서울대교구, 기념행사 다채
성모의밤·순례기도·문화예술인특강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5월 13일 ‘파티마의 성모 발현(發顯)’ 100주년을 맞아 천주교계가 다양한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파티마의 성모 발현’은 성모 마리아가 100년 전 포르투갈 파티마에서 세 목동(牧童)들에게 여섯 차례 발현(1917년 5월 13일~10월 13일)해 ‘세상의 평화와 영혼들의 회개를 위해 기도할 것’을 요청한 사건을 말한다. 이 발현을 계기로 전 세계 가톨릭교회는 ‘파티마의 성모’를 ‘평화의 모후’로서 공경하며 세계 평화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

한국 가톨릭교회는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인 우리나라에 ‘파티마의 성모’가 더욱 각별한 의미를 주고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천주교 서울대교구(교구장 염수정 추기경)는 올해 ‘파티마의 성모 발현’ 100주년을 맞아 5월부터 10월까지 교구 전 구성원과 함께 한반도와 세계의 평화를 위해 매일 묵주기도를 봉헌한다. 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은 평양교구장 서리를 맡고 있다. 염 추기경은 지난 2일 교구 사제 및 수도자, 평신도를 대상으로 특별사목서한을 발표하고 “정치적, 외교적으로 매우 어렵고도 중요한 시기를 보내고 있는 이 시기에 특별히 한반도의 평화와 북녘의 교회를 위해 기도한다”며 신자들에게 고해성사 및 ‘한반도와 세계 평화’를 위한 지향으로 묵주기도를 권고했다.
 

▲ 천주교 평양교구가 지난 3월18일 오전 12시 서울대교구 주교좌 명동대성당에서 ‘평양교구 설정 90주년 기념식’을 진행하고 있다. 주교단은 기념식에서 평양교구와 보스니아 반야루까교구의 자매결연서를 성모에 봉헌하는 시간을 가졌다. 봉헌은 염수정 추기경과 반야루까교구장 코마리챠 주교가 진행했다. ⓒ천지일보(뉴스천지)DB

먼저 천주교는 8일 오후 7~9시까지 명동대성당 성모동산에서 염수정 추기경 주례로 ‘파티마 성모님께 봉헌하는 한반도 평화 기원 성모의 밤’을 진행한다. 이 행사는 남과 북이 진정한 회개를 통해 갈등과 분열을 극복하고, 한반도의 평화를 기원하는 의미에서 마련됐다.

교구 차원의 순례기도도 진행된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목국(국장 조성풍 신부)이 주관하는 ‘파티마 성모 발현 100주년 기념 순례기도’는 ‘파티마의 성모’가 매달 발현한 날짜에 맞춰 교구 주교단과 사목국장 신부가 교구 내 6개 성당을 돌며 진행될 예정이다. 순례기도는 5~10월까지 매달 13일에 진행된다. 매주 화요일 저녁 8시에는 명동대성당에서 기도모임이 열린다. 젊은이들을 위로하고 신앙인들과 삶과 희망을 나누는 피정 방식의 특강도 열린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홍보국(국장 허영엽 신부)은 한비야·정호승·이소은 등 서울주보 필진으로 활동한 9명의 가톨릭 문화예술인과 함께 5월 13일부터 7월 8일까지 9주간 매주 토요일 ‘파티마의 성모발현 100주년 기념 문화예술인 특강’을 진행한다.

파티마의 성모가 나타난 1917년은 1914년 시작된 제1차 세계대전이 절정에 이르는 동시에 러시아에서는 혁명이 일어나 세계가 혼돈에 빠진 상태였다. 이때 포르투갈의 작은 마을 파티마에 사는 세 명의 어린이 루치아와 그녀의 사촌 히야친타, 프란치스코에게 1917년 5월 13일 처음 성모 마리아가 나타났다. 세 어린이에게 나타난 파티마의 성모는 10월 13일까지 매달 한 번씩 나타나 이들에게 세계 평화를 위해 묵주기도를 바치라고 요청했다. 특별히 7월 13일 세 번째 발현에서 성모 마리아는 세 명의 어린이들에게 지옥의 환시를 보여주며 “인류가 계속 하느님의 마음을 상해 드린다면 더 무서운 전쟁이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도 “결국에는 당신의 티 없는 성심이 승리하고 평화가 올 것”이라고 약속했다.

한국천주교회는 “러시아의 회개를 위해 기도하라던 파티마의 성모는 분단의 아픔을 겪은 한국교회에 매우 상징적인 존재”라며 “평양교구 6대 교구장인 홍용호 주교(1906-1950)는 평양교구 주교좌 관후리 성당을 평화의 모후인 파티마의 성모께 봉헌하며 평화와 화합을 기원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당시 천주교 서울대교구는 교황의 제의실이 있던 명동대성당 문화관에 파티마의 성모상과 휴전선 철조망(1953년 설치되었다가 교체를 위해 철거됨)으로 만든 ‘가시관’을 전시했고, 프란치스코 교황은 18일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를 봉헌하기에 앞서 파티마의 성모상과 가시관 앞에서 남북의 평화와 화해를 위해 기도했다.

올해 3월에는 평양교구 설정 90주년을 맞았다. 염수정 추기경 주례로 명동대성당에서 열린 기념미사는 미사 내내 파티마의 성모상을 제대 앞에 모신 채 봉헌됐다. 미사에는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연방 바냐루카 교구장 프란요 코마리챠 주교가 참석해 평양교구와 바냐루카교구가 영적 자매 결연을 맺었음을 확인하며 두 교구의 영적 자매 결연서를 파티마의 성모께 봉헌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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