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현 주필 

 

모사드(Mossad)는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치는 이스라엘의 비밀 정보기관이다. 그들의 업무영역은 비밀의 커튼에 철저히 가려져 있지만 대체로 공개할 수 없는 국내외의 국가적 보안 및 안보 관련 업무로 짐작된다. 또한 그와 관련한 비밀공작과 첩보, 정보 수집 활동 등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마디로 그들이 하는 일이 무엇인가 하는 것은 그들 요원의 채용 공고에 잘 나타나있다. 바로 이것이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며 불가능한 일을 하기 위해 우리와 함께하자(Join us to see the invisible and do the impossible).’ 세계 질서의 본질은 약육강식이다. 그렇기에 포식자의 밥이 되기 쉬운 사바나와도 같은 세계무대에서 한 국가가 명줄을 이어가려면 누군가는 또는 어떤 기관인가는 반드시 보이지 않는 것을 보며 불가능한 일을 은밀히 해주어야만 한다. 

이스라엘은 인구와 면적, 부존자원 면에서는 보잘 것 없는 소국이다. 그럼에도 그 같은 측면에서 압도적인 아랍 세계를 제압하고 사는 특이한 강소국(强小國)이며 안보강국(安保强國)인 것은 모사드와 같은 기관이 음지에서 몸을 숨기고 국가와 국민을 위해 멸사봉공으로 헌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래서 감히 어느 나라도 심지어 미국 러시아 중국까지도 이스라엘이 인구는 한 줌밖에 안 되며 국토는 한 뼘밖에 안 되는 소국이라고 해서 함부로 대하지 못한다. 도리어 그들에게 이스라엘은 무섭고 두려운 나라다. 아랍 세계는 목하 테러와 전쟁, 내란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지옥을 방불케 한다. 하지만 이스라엘 땅에는 적대국이나 적대 세력들로부터 단 한 발의 로켓탄도 무사히 날아들어 떨어지기가 쉽지 않다. 

왜냐하면 그들 땅은 그들의 피나는 노력과 투자, 연구개발에 의해 만들어져 전개된 최첨단 군사정찰위성 및 레이더, 아이언돔 아이언빔 애로2 애로3와 같은 미사일 요격망에 의해 튼튼히 방비되는 철옹성이며 난공불락(難攻不落)의 요새이기 때문이다. 명실상부한 자강안보(自强安保) 노력의 산물이다. 이스라엘에서는 이 같은 안보 인프라(infra)의 구축과 그것을 위한 투자문제를 놓고 정파 간에 다툼이 벌어져 소란하거나 국론 분열로 날이 새고 지는 것과 같은 소모적이고 속 터지는 일을 찾아보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우리의 안보 위험은 이스라엘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 자주 불협화음을 빚는 군사 경제적 강국이 우리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데다가 북의 계속되는 도발책동과 핵 및 미사일 개발 때문이다. 

이래서 이스라엘의 경우가 우리에게는 타산지석(他山之石)이 되고도 남을 만한 일이로되 권력 싸움에 매몰된 우리는 빤히 보이는 그 타산지석을 눈을 뜨고도 보지 못한다. 말하자면 ‘정치 리스크(political risk)’가 그것을 보지 못하도록 방해하고 있는 셈이다. 우리는 지금 궐위된 대통령을 뽑는 선거의 북새통 속에 있을 뿐만 아니라 안팎으로부터 거칠게 이는 도전의 격랑(激浪)에 몸 가누기조차 쉽지 않다. 이런 가운데서도 나라가 폭삭 주저앉지 않는 것은 꼭 모사드와 같은 기관이 아니더라도 국내외를 막론하고 어디선가 국가 기관과 그 요원들이 드러나지 않게 헌신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짐작하는 것은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다. 우리는 마땅히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그와 같은 헌신과 그런 일을 하는 요원들과 일꾼들, 인원들에 고마워해야 한다. 강성한 국가일수록 보이지 않는 것을 보며 불가능한 일을 하는 국가적 능력이 뛰어나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행여라도 빤히 보이는 것을 보이지 않도록 방해하는 우리의 정치 리스크가 보이지 않는 국가 기능마저 방해하는 일이 없도록 철저히 경계해야만 한다. 

국제정세가 심하게 변덕을 부린다. 요즘 같아서는 까딱 우리가 호랑이에 물려가듯이 누구에게 물려갈지도 모를 것 같다는 걱정이 든다. 핵잠수함 칼빈슨호와 핵잠함, 전략폭격기 등을 한반도 주변에 집결시켜 북을 강하게 압박하던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널뛰기를 한다. 그는 갑자기 김정은과 대화할 용의가 있음을 밝히며 그와 만나면 영광일 것이라고 비굴해 보이는 용어를 구사했다. 그런가 하면 기습 배치한 사드(THAAD)에 대해 그것이 한국을 지켜주는 것이므로 10억 달러를 한국이 내야 한다고도 했다. 미국의 부담을 명시한 한미 간의 약정을 몰라 하는 소리인지, 알고도 부러 지르는 소리인지는 모르지만 그의 언변은 언제나 이렇게 내지르고 보는 스타일이다. 한국에만 그런 것이 아니어서 세계적인 트러블 메이커가 된 지 오래다. 우리와 혈맹인 나라의 대통령이 그런다 싶어 섭섭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혈맹이든 아니든 국가 간의 관계는 기본적으로 이렇게 냉엄한 셈법에 토대를 두고 있음을 새삼 깨닫게 한다. 이처럼 강대국은 약소국에 대한 배려보다 멋대로 노는 것이 예사다. 

독립국가 간에 일방적인 의존은 통하지 않는다. 서로 주고받는 이익이 있어야 하며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아야 한다. 서로 도움이 돼야 한다. 우리에게 한미동맹은 사활이 걸린 문제이지만 미국에게도 그들의 국익을 지키기 위해 한미동맹은 필수적이다. 그런 측면에서 미군 주둔 경비 중에서 미국 몫은 미국이, 우리 몫은 우리가 부담해온 것이지만 물정 모르는 트럼프가 과욕을 부리는 것 같다. 그것이 우리를 만만히 보고 팔을 비틀려하는 발상에서가 아니길 바라지만 혹여 그것이라면 당당한 논리로서 그를 설득해야 한다. 필요하면 안 보이는 채널(channel)도 동원해야 한다. 중국도 일본도 그런 방법으로 껄끄러운 트럼프를 구워삶았다. 

일본은 우리가 힘들 때 항상 더 얄밉게 노는 버릇이 있다. 그들의 수상 아베 정권은 북핵 위기로 인한 한반도의 안보 불안을 과장해 부풀려 국내 정치에 이용해왔다. 주한 일본인들의 피난 계획을 세우네 마네 호들갑을 떤 것도 그것이다. 칼빈슨호에는 그들의 순양함을 따라 붙여 동해까지 호위케 했다. 트럼프 취임 후 아베가 신이 났다. 그렇지만 우리는 냉정하게 그들을 이용할 줄도 극복할 줄도 알아야 한다. 한미 동맹을 축으로 대륙의 힘이 우리를 압박할 때는 일본을, 일본이 극성을 부릴 때는 대륙의 힘을 능숙하게 활용해 제어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중국은 우리의 사드 배치에 경제적 보복을 가하며 몽니를 부린다. 내우외환(內憂外患)이다. 그렇다고 두려워 할 것은 없다. 정치 리스크를 걷어 내고 우리의 보이는 역량, 안 보이는 역량 모두를 동원해 돌파해나가기로 한다면 못할 것도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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