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머무는 시] 국수공양 - 이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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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공양

이상국(1946~  )

 

동서울터미널 늦은 포장마차에 들어가
이천원을 시주하고 한 그릇의 국수 공양(供養)을 받았다

가다꾸리가 풀어진 국수발이 지렁이처럼 굵었다

그러나 나는 그 힘으로 심야버스에 몸을 앉히고
천릿길 영(嶺)을 넘어 동해까지 갈 것이다

오늘밤에도 어딘가 가야 하는 거리의 도반(道伴)들이
더운 김 속에 얼굴을 묻고 있다

 

[시평] 

공양(供養)은 부처님께 음식을 이바지하는 것을 뜻한다. 즉 드리는 음식에 정성된 마음과 공경을 담아 드리는 것을 의미한다. 늦은 시간 다른 지방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며, 바쁜 시간을 틈타, 놓친 저녁을 먹는다. 간단하게 빨리 먹을 수 있는 저녁으로는 포장마차에서 먹는 올이 굵은 우동국수가 대부분이다. 국수발을 진득하니 차질게 만들기 위하여 넣은 가다꾸리가 풀어진, 그래서 국수발이 지렁이처럼 굵어진 우동, 이 우동은 다름 아닌, 나의 이 몸에, 내 스스로 정성과 공경을 담아 드리는 이바지, 곧 ‘공양’의 한 음식이다.

이 공양된 음식의 힘에 의하여 밤늦은 시간, 심야버스에 몸을 얹히고는 머나먼 천리길 대관령의 높은 고개를 넘어 동해까지를 갈 수가 있다. 우리가 대관령과 같이 높은 산, 그 큰 고개를 넘을 수 있는 삶의 힘은 다름 아닌, 비록 싼 이천원이라는 가격이지만, 이 공양의 힘이 아니겠는가.

오늘도, 오늘 밤도 어딘가 삶의 긴 여정을 떠나기 위한 세상의 사람들이, 나와 같이 삶의 그 역경을 헤쳐 나가야 하는 나의 도반(道伴)들이 포장마차에 앉아 더운 김 속에 얼굴을 묻고 바쁘게 국수를 먹는다. 이렇듯 공양을 하고는, 그 공양의 힘으로 또 어딘가 자신들의 삶을 향해 바쁘게 떠나야 하기 때문이리라. 어쩌면 우리가 살아가는 이 삶이란 비록 고단하지만, 경건한 도(道)를 닦는, 그 자체인지도 모른다.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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