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준우 전(前) 청와대 정무수석. ⓒ천지일보(뉴스천지)

특검, 박준우 업무수첩 공개
“좌파 단체 언급, 조치 지시”

[천지일보=김민아 기자] 박근혜(65) 전 대통령과 김기춘(78)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청와대 수석비서관들에게 “문화계에 좌파가 있다”고 수차례 언급하면서 관련 조치를 마련하라고 지시했다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

박준우(64)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부장판사 황병헌) 심리로 열린 김 전 실장과 조윤선(51)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의 10차 공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이같이 밝혔다.

이날 공판에서 특검은 박 전 청와대 정무수석의 업무수첩을 공개했다. 특검에 따르면 박 전 수석은 2013년 8월 6일부터 2014년 6월 13일까지 청와대에서 회의한 내용을 총 28권의 수첩에 적었다. 수첩에는 한 달에 한 번인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회의(대수비)와 일주일에 세 번인 비서실장 주재 수석비서관회의(실수비) 내용이 기록됐다.

수첩 안에는 ‘종북 세력 문화계 15년간 장악’ ‘정권 초 시정 서둘러야’ ‘비정상의 정상화’ 등의 글귀가 적혀 있었다.

박 전 수석은 “김 전 실장이 대통령을 조롱하고 정부를 비방하며 대한민국 국민의 자존심을 심하게 훼손하는 영화·연극들이 나온 것에 많이 개탄하고 그런 부분을 바로잡아야겠다고 했다”며 “회의에선 그런 논의가 많이 있었다”고 밝혔다.

박 전 수석 수첩에는 ‘반정부·반국가 단체 지원 점검’ ‘전수조사’ 등도 적혀 있었다. 특검팀은 박 전 수석에게 “김 전 실장이 좌파·종북 단체를 언급하며 실태를 전수조사하고 조치를 마련하라고 지시했는가”라고 묻자, 박 전 수석은 “네”라고 말했다.

역사교과서와 관련한 기록도 있었다. 2013년 10월 2일 수첩에는 ‘교과서는 이념 대결 문제라 간단치 않아 강한 의지 있어야, 역사 왜곡은 국민의 혼 왜곡, 좌파정권 탄생’이라고 적혔다.

박 전 수석은 “김 전 실장이 ‘전쟁에 임하는 자세로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해 좌편향 세력을 강력히 제거해야 한다’고 했느냐”는 특검의 질문에 “기록을 보면 그렇게 추정된다”고 답했다. 이어 “당시 박근혜 정부 첫 해라서 대수비·실수비 회의 때마다 ‘나라가 많이 좌편향됐다’는 언급이 많이 있었다”며 “나라가 너무 편향돼 있으니 바로 잡자, 비정상의 정상화 차원서 바로잡아야 한다는 게 국정기조로 강조됐다”고 말했다.

능력보다 정권의 이념에 맞는 공무원을 기용했다는 정황도 드러났다. 2013년 10월 23일 실수비 수첩에는 ‘인사 능력보다 국정철학 공유의지 중요’라는 내용이 적혔다. 2013년 11월 18일 실수비 수첩에는 ‘국사편찬위원회 등 실무진 좌파 포진, 인사 통해 쇄신 필요’라는 내용이 적혔다. 박 전 수석은 “능력보다는 대통령과 같은 뜻을 가지는 게 더 중요했느냐”는 특검의 질문에 “그렇다”며 “김 전 실장의 지시였다”고 말했다. 특검이 “김 전 실장이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을 바꿨는데도 그 아래에 좌파가 많으니 위원장 교체로는 안 된다고 했느냐”고 질문하자, 박 전 수석은 “그런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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