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일 기독자유당이 자유한국당 당사에서 홍준표 후보 지지 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DB

보수-진보 세력 만들어 홍준표·문재인 지지
기독자유당 ‘범 기독교계’ 표현으로 후폭풍
“특정 대선 후보 지지선언, 매우 부적절해”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개신교 보수-진보 진영에서 각각 특정 정당 대선 후보에 대한 지지 선언이 이어지는 데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보수 진영에서는 기독자유당이 몇몇 목회자들과 함께 지난 2일 자유한국당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홍준표 후보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다. 이날 진보 진영에서도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 신경하 전 감독회장 등 목회자 3000명이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지지 선언을 했다. 양측 모두 개신교인들이 세력을 이뤄 특정후보 지지를 선언한 기자회견이었지만 교계 반응은 사뭇 달랐다.

◆보수 개신교 대변 기독자유당 ‘몰매’

기독자유당은 ‘무단 명칭 도용’과 ‘범 기독교계’ 발언으로 개신교인들에게 몰매를 맞고 있다. 먼저 기자회견에서 배포한 자료에 명시된 초청단체들이 줄이어 관련성을 부인하고 나섰다. 초청단체에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한국교회연합(한교연), 한국교회장로총연합회(한장총), 한국기독교지도자협의회(기지협), 한국교회평신도단체협의회 등이 명시됐다.

한교연은 기자회견 전날 “기독자유당과 범기독교계가 자유한국당 당사에서 홍준표 후보를 지지하기로 했다는 일부 보도는 한교연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한교연은 “사회에 본이 돼야 할 기독교가 오히려 집단적으로 나서서 특정 정당, 특정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행위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한기총도 기자회견 직후 성명을 내고 “제19대 대통령 선거에서 특정 후보를 지지하지 않으며, 이와 관련한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기지협 대표회장 신신묵 목사도 교계언론을 통해 관련성을 부인했다.

그런가하면 기독자유당의 ‘범 기독교계’ 발언 때문에 개신교계가 들끓고 있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은 ‘범기독교라고 말하지 말라’며 성명을 내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기윤실은 “몇몇 목사들의 특정 대통령 후보 지지선언을 비판한다”며 “‘범기독교’라 한다면 기독교 전체를 뜻한다 할 것이나 지지 선언을 하는 것은 몇몇 목사들 개인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권력 단맛에 영적 분별력 잃은 교회 ‘치욕’”

서울장신대학교 정병준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개인이 누구를 지지하던 말든 그것은 국민으로서 개인의 자유이리라. 하지만 어떤 사람도 ‘범 기독교’의 이름을 정치에 팔아넘길 권한은 없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목사 타이틀을 가진 자들이 어디서 싸구려 신학을 배웠기에 이러한 기초 상식도 모르는 짓을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그는 “역사적으로 교계일부 지도자들이 ‘범기독교’를 팔아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김영삼, 박근혜를 지지하고, 그 권력에 기생해서 누렸던 기득권이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 살펴보라”고 호소했다.

그는 “4.19 이후 교회는 돌팔매질을 당했고, 이승만은 망명을 했고, 박정희는 암살을 당했고, 전두환은 재판정에 섰고, 박근혜는 탄핵을 당했다”며 “교회를 권력에 팔아넘긴 소위 지도자들도 함께 역사의 심판대에 선 것이다. 머리카락을 잘린 삼손의 두 눈알이 칼로 도려진 것처럼, 권력의 단맛에 권위와 명예를 잃고 영적인 분별력조차 잃은 교회는 치욕을 당하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청어람아카데미 양희송 대표는 자신의 입장을 담은 동영상을 SNS에 게재했고 4일 오전 11시 기준 13만회 이상 조회수를 기록했다. 그는 “기독자유당이 지난 총선에서 얻은 득표는 62만명 정도, 1200만 성도에 대입하면 5% 정도에 불과하다”며 “95%의 기독교인들은 이들을 찍지 않았다. 기독자유당은 한국 개신교에게는 버림받은 선택에 불과했다”고 지탄했다. 또 “기독자유당은 범기독교를 대표하지 못한다”라며 “만약 그들이 대표할 수 있다면 지난 탄핵국면에서 길거리로 나섰던 ‘태극기 집회에 참여한 개신교 세력’ 정도에 불과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진정한 종교인이라면 중립 지켜야”

목회자들이 집단으로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데 대한 비판도 거셌다. 기윤실은 “대다수의 개신교인은 기독교를 내세워 특정후보를 지지하는 것에 거부감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4월 24일 한국기독교언론포럼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개신교인 102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65.6%가 한국교회가 특정후보를 공개지지 하지 말아야 한다고 응답했다.

기윤실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개인은 누구나 자신이 정치적 의사를 드러낼 자유가 있다”면서 “진정한 종교인이라면 정치판에 끼어들어 특정인을 지지하기 보다는, 공정한 선거가 치러지도록 대외적으로 중립을 지키면서 다양한 의견을 가진 국민 모두를 보듬고 섬겨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이런 면에서 몇몇 목사들의 특정 대통령 후보에 대한 지지선언은 매우 부적절하다”며 “최근 잠잠하던 기독교계의 불법적인 정치개입도 다시 시작되고 있어 우려된다. ‘대성회’, ‘금식기도회’라는 이름으로 모인 곳에서 특정 후보의 지지를 암시하는 발언이 이어지고 있다”고 주의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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