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달장애인을 위한 쉬운 글 공약 표지. (제공: 피치마켓)

성인발달장애인 “더 이상 ‘엄마’ 따라 찍지 않습니다”

[천지일보 부산=김영일 기자] 참정권이 있지만 주체적으로 선거에 참여하기 힘든 성인발달장애인을 위한 쉬운 글 공약집이 제작됐다.

발달장애인 전문 콘텐츠 기관인 피치마켓(대표 함의영)은 19대 대선 후보가 제출한 10대 공약을 바탕으로 발달장애인이 읽을 수 있도록 쉽게 만든 공약집을 무료 전자책으로 출판했다고 4일 밝혔다.

현재 전국에 등록된 발달장애인은 21만여명이다. 이 중 73%인 15만 3000여명이 투표권이 있는 성인 지적장애, 발달장애인이다.

지적장애를 가진 발달장애인이 지금의 선거 공약을 읽고 이해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실정이며 현재의 사회적 상황과 전문용어를 이해할 수 있는 지식과 문해력이 없다면 주체적인 투표가 힘든 상황이다.

일견에서는 성인발달장애인의 선택이 아니라 보호자를 따라 수동적으로 투표한다는 소리가 나온다.

선거 때마다 대두하는 이러한 발달장애인의 참정권 문제를 해결하고자 나선 피치마켓은 발달장애인의 정보 평등을 위해 청년들이 모여 만든 비영리단체다.

이들은 연구와 당사자 감수를 통해 발달장애인이 스스로 읽는 문학 도서를 출판하고 공공기관 및 기업과 협력해 발달장애인의 정보 평등을 위한 콘텐츠를 만들어 왔다.

피치마켓의 쉬운 글 가이드라인에 따라 제작된 공약집은 5명의 대선 후보가 제출한 공약을 발달장애인이 이해할 수 있는 문장과 어휘로 번안하고 총 70여 개의 삽화로 내용을 설명했다.

특히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시선으로 제작해 발달장애인들이 공약만을 보고 정당한 투표를 할 수 있게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제작된 전자책은 피치마켓 홈페이지를 통해 온라인으로 무료 내려받을 수 있다.

피치마켓 관계자는 “발달장애인을 위한 쉬운 글 대선 공약집을 책자로 제작해 컴퓨터를 활용하기 어려운 사람에게도 배포할 예정이었으나 공직선거법 제93조에 따라 책자 배포는 위법의 여지가 있어 불가능하게 됐다”고 말했다.

함의영 피치마켓 대표는 “현재 마련된 법안을 존중하지만 더 많은 사람에게 정보를 제공하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 발달장애인이 읽을 공약집 내용 중 일부. (제공: 피치마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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