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 행정관 앞에서 열린 총궐기대회 후 학생들이 성낙인 총장 퇴진과 시흥캠퍼스 실시협약 철회를 촉구하며 행정관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학생들 한밤 중 유리창 깨고 본관 진입
충돌 과정서 학생 2명 청원경찰 1명 부상

[천지일보=이지수 기자] 서울대 시흥캠퍼스 설립을 둘러싼 서울대(총장 성낙인) 본부와 총학생회 간 갈등이 극단적인 대립으로 치닫고 있다.

성낙인 서울대 총장 면담을 요구하며 총장실로 진입하려는 학생들과 이를 막으려는 대학 본부 측이 수차례 충돌하면서 감정싸움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서울대는 사무국장, 시설관리국장 명의로 행정관 점거를 주도한 학생 6명을 서울 관악경찰서에 고발했다고 3일 밝혔다. 대학 본부가 학생들을 고발한 혐의는 건조물 침입, 재물손괴, 업무방해 3가지다.

대학 본부는 본관(행정관)을 재점거한 학생들을 상대로 형사고발뿐 아니라 자체적으로도 중징계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총학생회 측은 점거 농성을 이어가겠다며 맞대응하고 있다. 서울대와 총학생회에 따르면 2일 300여명의 학생이 전날 오후 8시쯤부터 본관 진입을 시도했다. 1층 출입문이 막히자 일부 학생들은 사다리를 타고 2층 기자실 창문을 망치로 부수고 내부로 들어갔다. 이후 1층 우측 출입문을 개방해 다른 학생들이 진입했다.

학교 측은 1층 우측 출입문을 막아섰지만 학생들을 제지하기에 역부족이었다. 이 과정에서 학교 측이 112에 신고해 경찰이 출동하는 사태까지 빚어졌다.

결국 서울대는 본관을 재점거한 학생들을 경찰에 고발했다.

성낙인 서울대 총장은 2일 발표한 담화문에서 “대학 당국은 지식 공동체라는 특수성을 고려해 일부 학생들의 명백한 불법적 행위에도 인내를 갖고 대응해 왔다”면서도 “학생들의 반복적인 불법행위를 엄단하기 위해 행정·사법적 조치를 취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성 총장은 이어 “지난 1일 본관 재점거 과정에서 나타난 일부 학생들의 행동은 학생 시위의 도를 넘은 중대한 범죄행위”라며 “기물 손괴 등의 명백한 불법 행위에 대해 별도의 형사고발을 통해 엄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점거 중인 학생들도 성명을 냈다.

이들은 “대학 본부가 학생들을 폭력으로 진압하고 이 과정에서 학생들이 실신하고 다쳤다”며 “그런 총장을 참을 수 없어 본관을 다시 점거했고 이곳에서 총장퇴진을 요구하며 농성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시흥캠퍼스에 반대하는 학생 약 20명은 지난달 27일 총장면담을 요구하며 기습적으로 본관에 진입해 로비에서 연좌농성을 시작했다. 닷새만인 이달 1일 학교 측이 직원들을 동원해 농성 학생들을 끌어내는 과정에서 학생 2명과 청원경찰 1명이 병원으로 옮겨졌다.

갈등의 불씨가 된 서울대의 시흥캠퍼스 조성사업은 지난 2007년부터 추진됐다. 서울대는 지난해 8월 시작단계로 시흥시와 실시협약을 맺고 시흥시에 국제캠퍼스를 건설하는 방안을 결정했다. 실시협약 철회를 요구하는 학생들은 지난해 10월 10일부터 153일간 본관을 점거하다 학교 측에 의해 강제 퇴거됐다.

학생들은 소통 없는 기습 체결이라며 학생을 고려하지 않은 수익 사업이라고 반발했다. 그러나 학교 측은 4차 산업혁명과 통일시대를 대비한 사업과 시설을 마련하기 위해 필요한 사업이라고 주장했다.

학생과 학교 측은 결국 해결점을 찾지 못하면서 대규모 징계와 고소·고발 사태는 물론 사회적 갈등까지 예상되는 등 서울대 학내 사제지간 갈등은 더욱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성의 전당답게 양측이 무릎을 맞대고 평화적 대화를 재개해 합리적인 해법을 찾아야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