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치면 위기요, 지나가면 금방 잊어버리는 습관적 망각 증세가 있기에 작금의 사건들을 조심스레 기억해 볼 필요가 있다.

우선 내적으로 천안함 침몰과 관련된 수많은 사고, 거듭된 링스헬기 사고, 소말리아 해적단에 의한 삼호드림호 피랍, 의문의 GOP 총기사고, 북측의 금강산 남측 소유부동산 조사에 이어 최근 북 군부의 금강산 시설 시찰, 검찰의 ‘향응 및 성 접대’ 파문, 전국의 군수가 담합 하듯 발생하는 부정비리 속출 등으로 인해 국가의 총체적 위기를 맞고 있다.

또 1만여 명의 사상자를 낸 중국 칭하이성 지진, 레흐 카친스키 폴란드 대통령 부부를 포함 탑승객 132명 전원 사망한 러시아 서부 스몰렌스크 공항 비행기 추락사고, 아이슬란드 바다 속 화산폭발로 유럽은 물론 세계적 결항사태와 경제적 손실 등 국내는 물론 국제적 사건 사고는 많은 부분을 생각하게 한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국민들의 자존심이 짓밟히고 국가의 많은 허점을 한꺼번에 드러낸 천안함 침몰사건을 다시 한 번 조명함으로 무엇이 잘못되고 무엇이 문제였는지, 또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짚어 본다.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온 39명의 통곡의 귀환, 누군가에겐 사랑스런 아들이었으며 자상한 아빠였고 남편이었다. 그리고 아직도 돌아오지 못한 7명이 있다.

우리는 왜 이들을 잃어야만 했을까. 각종 의혹이 무성하고 또 우리에게 남긴 과제는 무엇인가. 함미 수색작업이 시작되고 최초 서대호 하사의 시신이 발견됐다. 꼭 살아 있으리라 믿었던 아들이 시신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38명의 시신은 차례차례 돌아왔고, 기적을 바라고 애썼던 구조작업은 속절없이 시간만 흐르고 아무성과 없이 끝이 났다. 어찌 천안함 실종자들의 희생뿐인가. 한주호 준위의 숭고한 사망, 금양98호의 침몰로 인한 9명의 선원 실종 등의 또 다른 희생을 감수해야만 했다.

결국 그 후 구조작업을 중단해 달라는 유가족의 구국적 결단, 즉 남은 자의 희생을 우려 피눈물을 머금고 내린 결단이었다. 그리고 15일 저녁 6시 10분 평택 해군 2함대 사령부엔 헬기로 시신 3명씩 슬픈 귀환의 신고가 이어졌다.

22일 박보람 하사의 시신이 추가로 인근 해역에서 발견됐으나 아직 시신을 찾지 못한 유가족들이 있다. 안타깝지만 마음을 지혜롭게 정리해야 할 때가 왔다.

이제 모든 것을 뒤로 하고 철저히 원인을 규명하는 것만이 전사자들의 억울함을 푸는 일이다.

침몰 원인은 암초에 의한 좌초도 아니며 내부폭발도 아니다. 즉, 외부 공격으로 결론이 내려지고 있고, 엄청난 폭발음이 났다는 생존자들의 증언이라면 어뢰일 가능성이 높다. 또 함미 파손 정도로 볼 때 TNT 200kg의 파괴력을 가진 중어뢰라는 분석이다.

그렇다면 중어뢰 4발을 장착한 상어급 300t의 잠수정으로 점쳐지고 있다. 결국 이 같은 판단은 북한의 개입설에 힘이 실리고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북한은 최근 의혹설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미국은 사고 원인에 대한 질문에 유보 입장에서 북한 개입설 쪽으로 급선회했다. 그리고 6자회담까지 거론하며 강하게 북한을 압박하는 분위기다.

이제 천안함 사고의 원인은 우리의 민군합동조사는 물론 다국적조사단으로 규명에 나서게 된다. UN을 통해 해결하고 객관성을 살리려는 정부의 의도다. 하지만 결정적이며 정밀한 단서 즉, 증거물을 찾지 못하면 안 된다. 찾더라도 북한 개입설을 증명하기란 쉽지 않다. 증명한다고 해도 완강하게 부인한다면 어쩔 수 없다. 바로 이것이 우리가 당면한 국가적 현 시국이다.

그리고 우리는 절대 잊어서는 안 될 게 또 있다. 천안함 침몰 장병의 구조를 위해 한걸음에 달려온 쌍끌이 어선 금양98호다. 생업을 뒤로한 채 구조에 나섰고, 또 돌아오다 불의의 사고로 침몰해 9명 중 2명의 시신이 발견되고 나머지 7명은 생사조차 모르고 있다.

선체는 뒤집힌 채 바다 밑바닥에 그대로 있다. 어쩌면 쌍끌이 저인망 어선의 실종자들이 거꾸로 뒤집힌 배 안에서 싸늘한 죽음으로 국가와 정부와 국민을 원망하며 원한의 절규를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울음을 삼키며 정부를 원망하고 있는 힘없는 실종자 가족의 한숨소리를 들어야 한다. 천안함과 관련해선 “국가를 위해 헌신한 장병들을 끝까지 국가가 책임을 지겠다”고 국방장관은 선언했다. 그러나 힘없는 저인망 어선은 관심이 없다. 천안함도 금양호도 대한민국의 재산이요 국민이다. 특히 함께 아파할 가족도 없는 이들에 분명한 입장과 대책이 절실하다.

또한 민간 구조단의 헌신적 활약상을 어찌 잊을 수 있단 말인가. 이들은 금양호 실종자들이 국가에 외면당하고 있을 때, 보다 못한 민간 잠수사들은 80미터 바다 속으로 또 들어갔다.
그렇다면 이번 사건이 주는 교훈은 뭔가.

이번 사태는 하나의 단순사고로 치부할 일이 아니다. 국가 안보와 재난에 준하는 중대한 사태다. 하지만 정부와 군의 대응은 허점과 약점을 그대로 드러내고 말았다. 국민들의 자존심을 송두리째 빼앗아 갔으니 너무나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군의 생명’이라 할 수 있는 보고 및 보고체계는 어이없는 수준이었다. 구조작업도 부실했다. 오히려 생존자는 군이 아니라 해경에 의해 구조됐다. 근처의 속초함과 링스헬기는 해경보다 42분이나 해난 지점에 먼저 도착했으나, 새떼와는 싸웠으나 인명구조에는 속수무책이었다. 함미 발견 또한 군이 아닌 민간 어선에 의해서였다. 구조시스템도 엉망이었고, 민간에 의한 첨단장비 도입도 도외시했다.

결국 정부 및 군의 위기관리능력과 대응력 부재가 소중한 인명을 앗아간 셈이다.

안보장관회의를 가졌다 하나 그 회의는 안보차원의 치밀하고 효율적이지 못했다 즉, 능력의 부재였다. 말․말․말만 무성했지 사태수습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필자도 군을 너무나 사랑하기에 하는 지적이다.

이번 사태를 통해 정부와 군은 많은 생각을 해야 한다. 그리고 국가의 안보와 재난 재해에 대한 위기관리에 구멍이 뚫려 있다면 국민들은 불안해 할 수밖에 없다.

이번을 계기로 정부와 군은 실질적 문제점을 조목조목 점검하고, 환부가 있다면 도려내야 하고, 아픔도 각오해야 한다. 실종된 위기대응 매뉴얼을 구축해 국가와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지키고 보호하는 본연의 임무에 한 치의 오차도 없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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