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음력 사월초파일은 ‘부처님 오신 날’이다. 올해로 불기 2561년을 맞은 5월 3일, 이날 전국 불교종단에서는 일제히 봉축 법요식을 거행해 불교 창시자인 석가모니(釋迦牟尼)의 탄생을 축하하며 그 뜻을 새기고 기념한다. 이미 지난달 29일에는 서울·경기 지역 사찰·신행단체들이 마련한 연등행사가 사부대중과 불교신자, 시민 등 40만명이 모인 가운데 서울 동대문에서 조계사로 이어지는 연등행렬 행사를 가졌고, 전국 각 지역에서도 특색 있는 연등회가 펼쳐졌다.

‘차별 없는 세상, 우리가 주인공이다’는 연등회 주제처럼 우리 마음 속 편견과 차별을 없애고 이웃을 배려하며 사부대중 모두가 함께 부처님 오신 날 연등행사를 만들자는 취지에서 올해는 범종, 법고, 운판, 목어 등 사물테마 등이 새롭게 선보였다. 불교에서 사물(四物)은 각각 지옥중생, 뭍짐승, 날짐승, 물고기를 제도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바, 그 의의를 살린 테마등을 비롯해 총 10만여개 등이 서울 도심의 거리를 환희의 빛으로 물들인 올해의 연등행사였다.

연등회와 함께 부처님 오신 날의 또 하나 행사는 욕불의식이다. 욕불이란 부처를 목욕시키는 의례인 바, 부처가 태어나자 천상의 구룡(九龍)이 내려와 아기 부처를 목욕시키며 그의 탄생을 찬탄했다는 전설에서 기인되며, 탄생불을 욕불 그릇에 모셔놓고 바가지에 물을 담아 탄생불에 붓는 목욕의례를 행하는 것이다. 석가모니가 이 세상에 와서 중생들에게 자비와 광명을 준 날을 봉축하는 두 가지 행사가 지닌 불교적 의미는 ‘지혜와 광명을 밝힌다’는 상징성이다.

종교는 신(神)이나 절대적인 힘을 통해 인간의 고민을 해결하고 삶의 근본 목적을 찾는 것인 만큼 개인의 신앙생활을 통해 가족과 이웃, 나라의 화합을 바라면서 세상 사람들과 평화의 길을 함께 걷는 게 바른 명제다. 이는 비단 불교인뿐만이 아니라 기독교, 이슬람교, 힌두교 등 모든 종교인들의 지향점이고, 동일한 공동선(共同善)을 추구하는 의미가 될 것이다. 지금처럼 국가·사회가 매우 어려운 시기에 각자가 지혜와 정의로운 행동으로써 분열과 고통을 화합과 안정으로 바꾸는 일에 솔선수범을 보여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불기 2561년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새겨보는 인류를 위한 종교의 참된 가치요, 종교인이 지녀야 할 올바른 행동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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