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최유라 기자]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모임(학사모, 상임대표 최미숙)은 부산시교육청이 내년부터 시행할 ‘초등학교 객관식 문항 전면 폐지’ 제도에 대해 전면 반박하는 성명서를 냈다.

지난 27일 김석준 부산시교육감은 “학생들이 능동적인 학습의 주체가 되고,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고도 미래핵심역량을 갖춘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초등학교에서 객관식 평가를 전면 폐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어서 “객관식 평가 비중이 높게 지속되면 암기 중심의 문제풀이식 교육방법에 강점을 가진 사교육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는 더욱 어렵다”며 객관식 폐지가 사교육 절감 효과를 가져다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학사모 측은 이에 대해 “부산시 교육청의 초등학교 객관식 문항 전면 폐지는 공교육 포기”라며 “지필평가가 없어지면 우리 아이의 수준을 확인하기 위해 학원으로 보내게 되고 논술 사교육비도 증가할 것”이라고 강한 우려를 표했다.

아래는 성명서 전문이다.

(성 명 서)

부산시 교육청의 초등학교 객관식 문항 전면 폐지는 공교육 포기이다. 전면 철회하라!

부산시 김석준 교육감은 내년부터 부산의 초등학교 시험에서 객관식 문항을 전면 추방하겠다고 밝혔다. 이유는 4차 산업혁명시대에 부합하는 다양성과 창의성을 갖춘 인재 양성과 객관식 문항이 사교육 의존도를 높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아울러 내년 시행에 앞서 올 하반기 10개 학교를 시범학교로 선정해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모임(이하 학사모, 상임대표 최미숙)은 객관식 획일주의, 객관식 만능주의도 문제지만 객관식 전면 폐지가 창의성 교육, 사교육비 절감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음을 밝히며 철회하기를 촉구하는 바이다.

김석준 교육감은 불안한 학부모들의 물음에 속 시원한 답을 내놔야 한다.

첫 번째, 학교와 교사, 학부모, 전문가들에게 의견수렴 절차, 합의를 하거나 사전에 연구가 있었나, 연구 결과를 내 놔야 한다. 두 번째, 객관식 문항을 다 없애고 서술 식으로 한다면 학업성취도 관련하여 뒤처지는 학생들을 다 파악할 수 있겠는가. 기초학력 미달학생에 대한 파악과 보정대책을 내놔야 한다. 세 번째, 국외 에서도 초등학교 교육과 관련하여 객관식, 단답형으로 평가를 하고 있는데 우리나라 만 창의력 저하를 이유로 전면폐지가 합리적인 것인가. 네 번째, 초등학교가 전체적으로 지필평가가 없어지게 되면 우리 아이가 어느 수준인지 몰라 학부모는 결국 아이를 학원으로 보낼 수밖에 없다. 학원을 통해서 어느 수준인지 알게 되며, 논술 사교육비 역시 증가한다. 결국 학교에서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학원에 가서 공부하고 확인을 하게 되니 공교육이 파괴된다. 다섯 번째, 평가는 교사의 고유권한인데 무조건 교육감이 일률적으로 없애는 것은 과도한 간섭이고 이 시대에 맞지도 않는 것이다. 또한 서술형과 주관식 답에 대한 공정성 시비에 대책은 있는가이다.

요즘 대선후보와 교육감들이 4차 산업 하면서 이에 대비한 교육을 준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4차 선업에 대비한 인재육성은 필요하지만 무조건 객관식평가방식은 나쁘고, 서술형 평가 방식은 좋다는 단순한 이분법적인 논리는 말이 안 된다. 교육의 ABC도 모르는 말이라고 본다. 객관식 4지 선다형이 창의력을 키우는데 한계가 있지만 무조건 창의력을 저해한다는 것도 어폐가 있으며, 무조건 서술형, 논술형으로 쓰게 하면 창의력이 올라간다는 것도 문제가 있다. 초등학생에게 개미를 3등분으로 나누면 어떻게 되는가에 대해 써보자 하면 아이들에 따라서 머리, 가슴, 배가 아니라 ‘죽는다’ 라는 웃지못할 답이 나올 수 있다. 교사의 의도는 분명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시각에 따라 창의적으로 볼 수도 있다며 정답이 된다면 올바른 평가일까. 모든 것을 주관식을 하는 것은 평가의 방향, 교사의 의도를 정확히 주어야 하는데 저학년 단계에서는 학생에 따라 무리가 있을 수 있다. 객관식은 여러 가지 주어진 것을 보며 생각할 여지와 힌트를 주는 것이다. 그러한 과정에서 아이들 사고의 신장이나 정신적 지력 발달에 도움이 준다. 초보단계에서 무조건 주관식화, 서술형화 할 게 아니라 초등학교 저학년에는 주관식 단답형, 객관식을 혼용해서 평가를 하고, 학년이 올라가면서 객관식을 줄이고, 단답형, 서술형, 논술 형으로 점점 늘려가며 평가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김석준 교육감의 초등학교 시험에서 객관식 전면 폐지는 우리나라 교육사에 유례가 없는 제도로, 진보 교육감의 파격적인 교육 실험이라고 말한다. 그럼 우리 아이들이 실험도구란 말인가?

어느 정책이나 그것이 현실정착을 위해서는 과도기가 있기 마련이다. 특히 교육문제는 제도 시행을 위해서 필연적으로 겪어야 할 과도기의 시행착오일지라도 해당 학년 학생에게는 100%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런 면에서 어느 한 해, 한 학년이라도 그저 실험대상화 시키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이에 학사모에서는 창의성 교육, 사교육비 절감에 전혀 도움을 주지 못하고, 제대로 준비와 연구도 되지 않은 부산시 김석준 교육감의 초등학교 지필고사 전면 폐지 철회를 촉구하는 바이다.

2017년 4월 28일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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