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4년 학내 종교자유를 주장하며 1인 시위를 벌이다 퇴학당한 강의석(24) 씨가 대광고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승소했다. 승소 판결 뒤 기자회견 모습. ⓒ천지일보(뉴스천지)

학내 종교자유 외친 강의석 씨 승소

[뉴스천지=백은영 기자] “사립학교(미션스쿨)에서 종교교육이나 행사를 강요하는 것이 불법이라는 판결을 얻는 데 5년이라는 세월이 걸렸습니다.”

2004년 학내 종교자유를 주장하며 1인 시위를 벌이다 퇴학당한 강의석(24, 사진) 씨가 대광고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승소했다.

당시 강 씨는 학교의 종교행사 강요로 헌법에 보장된 종교․양심의 자유와 평등권을 침해당하고 퇴학처분으로 정신적 고통을 입었다며 대광고와 서울시를 상대로 5000만 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이에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2일 강 씨가 자신이 다니던 대광고와 서울시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을 한 원심 중 대광고 부분만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강제로 배정된 학교에서의 일방적인 종교교육은 개인의 종교자유를 침해한 것이 인정되나 서울시에는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취지다.

▲ 2004년 학내 종교자유를 주장하며 1인 시위를 벌이다 퇴학당한 강의석(24) 씨가 대광고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승소했다. 법정에 들어서기 전 모습. ⓒ천지일보(뉴스천지)

재판부는 “대광고가 특정 종교의 교리를 전파하는 행사에 참석하지 않은 학생들에게 불이익을 줘 신앙이 없는 강 씨에게 참석을 사실상 강제했고, 수차례 이의제기가 있었는데도 별다른 조치 없이 행사를 반복한 것은 강 씨의 기본권을 고려한 처사로 보기 어렵다”고 봤다.

또 재판부는 대광고가 종교과목 수업을 하면서 대체과목을 개설하지 않고 종교행사에 참석할지 사전 동의조차 얻지 않은 점을 고려해 “대광고의 종교교육은 우리 사회의 건전한 상식과 법감정에 비춰 용인될 수 있는 한계를 벗어난 것”이라고 판단했다.

판결 후 강 씨는 “고3이던 6년 전, 친구들이 학교로 향할 때 저는 종교자유를 위해 전단지를 들고 거리로 나갔다”며 “그러나 지금도 학교에서는 여전히 종교교육이나 행사를 강요하고 있다. 학생들 스스로가 자기의 권리를 지켜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이번 판결에 반대의견도 있었다”며 “‘퇴학처분에 대해 징계가 과하다고 볼 수는 있지만 법률전문가가 아닌 징계위원이나 징계권자가 징계의 경중에 대한 법령 해석을 잘못한 것이라 불법행위의 책임을 물을 과실은 없다’는 의견은 납득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 씨는 “법률전문가가 아니기에 잘못을 저질러도 책임을 물을 수 없다면 법이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것인가에 의문이 생긴다”며 “이런 판결이 저와 같은 또 다른 원고들에게 과연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 판결이 시작되기 전 법정에 앉은 전 대광고 교목실장 류상태 목사(좌)와 강의석(가운데) 씨, 종교자유정책연구원 박광서 대표(오른쪽). ⓒ천지일보(뉴스천지)

강 씨가 퇴학당할 당시 대광고 교목실장으로 있던 류상태(예수동아리교회) 목사는 “이번 판결은 대광고를 위해서도 기독교를 위해서도 잘 된 일”이라며 “기독교는 원래 배타적이거나 독단적인 종교가 아니다. 이번 판결을 기해 기독교가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길 바란다”고 전했다.

종교자유정책연구원 박광서 대표는 “그동안의 관성 때문에 공교육 현장에서 학생들에게 강제로 종교교육이 이뤄지고 있어도 학생들은 (입시 때문에) 별다른 행동을 취하지 못하고 있다”며 “반교육적․종교적․인권적 행위가 이제는 마감됐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강의석 씨는 마지막으로 덧붙일 말이 있다면서 “사립학교에서의 종교교육을 무조건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학생들이 종교의 자유를 누릴 수 있는 권리를 줬으면 좋겠다”며 “원치 않는 학생들은 찬송가를 부르지 않아도 되는 자유, 종교교육과 행사를 선택할 수 있는 자유가 주어지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한편 이번 강의석 씨의 승소가 앞으로 종교계에 어떤 파장을 불러일으킬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와 관련 종교자유정책연구원은 22일 “종교단체가 선교 등을 목적으로 학교를 설립했다 해도 공교육 시스템 속의 학교는 선교보다 교육을 1차적인 기능으로 삼아야 한다”며 “선교를 이유로 교육권 및 학습권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어 “앞으로 개신교, 불교, 천주교를 비롯한 어떠한 종교에서 설립한 사학이라도 학생에게 특정종교의식을 강요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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